눈 위의 새 발자국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첫눈이 기상예보대로 왔다. "저녁 6시에 대설경보입니다. 8시까지 5~10센티가 내리는 곳도 있겠습니다." 뭐 이런 내용인데 저녁 6시가 되니 정말 놀랍게도 눈이 내린다. 그것도 싸라기눈이 아니라 작은 아기 주먹만 한 눈송이들이 어깨로, 머리로 내려 곧 행인들을 할아버지로 만든다. 거리에 눈이 쌓이고 차량들이 엉금엉금. 사람들은 조심조심... 도시에는 그렇게 눈이 내렸고 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조용히 소복소복 눈이 내렸다. 눈앞의 창틀에서부터 건너편 아파트 집과 창문, 그 옆의 나무들이 차례로 옷을 갈아입는다. 아이들의 놀이터 놀이기구도 눈을 뒤집어쓴다, 올겨울 첫눈으로는 너무도 황공할 정도로 깨끗한 세계를 만들어준다. 모든 먼지를 덮는 것은 물론 세속이익을 위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씻어주고 덮어준다. "무어라 해도 겨울이 겨울다운 서정시(敍情詩)는 백설(白雪), 이것이 정숙히 읊조리는 것이니, 겨울이 익어 가면 최초의 강설(强雪)에 의해서 멀고 먼 동경의 나라는 비로소 도회에까지 고요히 고요히 들어오는 것인데, 눈이 와서 도회가 잠시 문명의 구각(舊殼)을 탈(脫)하고 현란한 백의(白衣)를 갈아입을 때, 눈과 같이
- 이동식 인문탐험가
- 2025-12-10 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