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속에 남은 한 잔의 기운
[우리문화신문=손병철 박사/시인] 고구려의 차를 말하려 하면, 우리는 먼저 글을 찾게 된다. 그러나 막상 펼쳐보면 정사(正史)의 문장 속에는 차에 대한 분명한 기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 앞에 먼저 다가오는 것은 뜻밖에도 ‘그림’이다. 벽에 남은 색채와 선, 곧 고분벽화(古墳壁畵)다. 이 벽화들은 말없이 많은 것을 전한다. 고구려의 차는 문헌보다 먼저 그림 속에서 말을 건다. 오늘날 영문 자료인 [고구려 고분벽화(Koguryo Tomb Murals)]에서는 연회 장면 속 인물들을 두고 “고인이 된 주인과 함께 차를 마시는 모습(drinking tea with the deceased master)"이라 하거나, “고인이 된 주인과 그의 두 아내가 차를 마시는 장면(the deceased master and his two wives are drinking tea)"이라 설명한다. 또한 유네스코(UNESCO) 국제 보존기관의 보고서에서도 “무덤의 주인이 차를 마시는 모습(tomb-owner drinking tea)"이라는 표현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서술은 단순한 번역상의 선택이라기보다, 그 장면에 담긴 생활과 의례의 형식을 ‘차(tea)’라는
- 손병철 박사/시인
- 2026-04-03 1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