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동화책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한 시간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어느덧 삶의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 이제는 화려한 명소보다 바람의 결이 느껴지는 호젓한 풍경에 마음이 머뭅니다. 칠레 남부 태평양의 파도를 품은 칠로에섬의 중심도시 '카스트로'에 머문 이틀은 마치 오래된 동화책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을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갯벌 위에 튼튼한 나무 기둥을 박아 세운 수상가옥들입니다. 밀물 때면 집들이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한 신비로운 광경을 자아내지요. 알록달록한 이 집들의 외면은 마치 생선 비늘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비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고 습기를 방지하기 위한 이 지역 사람들의 지혜가 깃든 풍경입니다. 집안으로 들어서면 은은한 나무향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문고리 하나 벽의 장식품에서 정성스럽게 깎아 만든 목공예술의 정수를 마주하며, 이곳 사람들의 따스한 손길을 느껴봅니다. 칠로에섬의 상징과도 같은 16개의 목조성당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보다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전설과 깊이로 저를 압도했습니다. 예수회 선교사들의 손길로 세워진 이 성당들은 해안선을 따라, 혹은 이름 모를 섬들에 흩어져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