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 이나미 기자] 청초호(靑草湖)를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거울을 펴놓은 듯이 맑고 아름다운 호수’라고 했던가. 그 아름다운 속초 청초호에 끝자락에 자리 잡은 석봉도자기미술관은 외관부터가 우람하고 멋스러운 흰색 건물로 푸른 청초호와 썩 잘 어울렸다. ‘도자기박물관’이 아닌 ‘도자기미술관’이라는 다소 생소한 미술관에 들어서니 이름을 왜 그렇게 붙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자로서는 난생 처음 보는 도자벽화 그림이 1층과 2층 전시 공간을 가득 메워 마치 걸리버여행기의 대인국에 온 기분이었다. ‘석봉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동영상을 보고 오세요’ 자신을 석봉 선생의 아내라고 소개한 연세 지긋한 어르신은 1층 매표소 안쪽 영상실로 관람객을 안내하고 있었다. 영상실에는 석봉 조무호 선생이 평생 도자기에 쏟은 열정적인 삶이 잘 꾸며진 영상물로 소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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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대왕어진 도벽화 조무호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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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계 중 '겨울' 조무호 작 |
석봉은 도예가 조무호 선생의 호다. ‘석봉도자기미술관(관장 조원혁)’은 도예가인 석봉 선생이 세운 미술관으로 선생의 평생 역작들과 국내외 유명 도예가들의 작품이 전시 되어 있는 도자기 박물관이자 미술관이다. 국가등록미술관(문화관광부 등록 제 110호)인 석봉도자기미술관에는 다양한 도자기를 시대별로 모아둔 역사관, 도자기 제작 모습을 토우로 만들어 전시한 모형관, 국내외 도예작가들의 작품을 비교 전시한 국제관, 석봉 선생의 대형 도자기 벽화 등이 전시 되어 있어 기존의 도자기에 갖고 있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도자기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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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최고 크기의 도자기접시에 그린 그림 조무호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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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모습, 관람객이 둘러보고 있다. |
“저도 이 전시관은 처음입니다. 마치 타일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 모든 작품이 도자기로 구워 만든 것이라는데 놀랐습니다. 도자기를 만들어 애벌구이를 하고 그 위에 다시 광물질의 안료로 그림을 그려 구워낸 작업으로 작품 하나하나를 만들었다니 고개가 수그러듭니다. ” 수원에서 속초를 찾았다가 미술관에 가족과 함께 왔다는 정윤정(43세, 주부)씨는 특히 명성황후 벽화가 맘에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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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월오악도 조무호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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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성황후 조무호 작 |
도자기라 하면 고려청자나 조선의 달항아리 같은 작품만을 생각하다 들른 석봉 미술관의 도자벽화 작품들은 21세기 도자의 새로운 변신을 주도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석봉도자기미술관>
강원도 속초시 엑스포로 156번지 (전화) 033-638-7711
개관일: 화요일-일요일 (입장료:어른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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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 청초호에 있는 석봉도자기미술관 |
- 관장님의 원래 전공은 그림입니까? 도예입니까? 그리고 언제부터 도예를 하셨나요? “원래는 그림을 전공했지요. 그런데 1960년대에 군에서 제대한 뒤 도자기 회사의 화공으로 들어갔고 그 뒤 도예를 하게 된 것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도자기 디자이너가 된 것이지요. 대한도자기라고 종업원이 3,000명이 되었지요. 당시는 전사지도 없던 때라 일일이 손그림(핸드페인팅)으로 처리했고, 고생들을 많이 했습니다. 도예를 한지 올해로 56년째입니다. 제가 도자기 역사의 산 증인인 셈이지요. 미술관은 1997년에 여주에서 처음 문을 열었고 이곳 속초에 미술관을 연 것은 2000년입니다.” - 대형 벽화를 둘러보니 작업에 어려움이 많으셨겠어요? “여러 조각을 구워 붙이는 것이라 하나라도 잘못되면 다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도자기는 흔히 혼의 예술 내지는 불의 예술이라 하잖아요? 색을 내기가 무척 어렵지요. 특히 대형 벽화 작업은 무척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운 작업니다." - 작품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말씀해주세요. “2층에 전시 중인 세종대왕 업적도와 일월오악도가 특히 심혈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또한 4계절을 그린 대형 접시도 애착이 가는 작품이지요. 이 작품은 1997년에 기네스북에서 인증 받은 세계 최고 크기의 도자기 접시입니다.” - 일본에서 전시를 많이 하신 것으로 아는데요? “도자기로 유명한 일본 아리타에는 1981년에 석봉도자전시관를 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큐슈를 비롯해 히로시마, 나가사키, 오사카, 도쿄 등 일본 전역에서 많은 전시를 했지요.” - 도예를 오래 해오시면서 얻은 철학은 무엇인가요? “나는 도예를 누구나 보고 쉽게 느낄 수 있는 만국어를 그린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합니다. 이 그림은 설명이 필요 없고, 제목도 각자가 붙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림 속에 설명과 답이 들어있기 때문이지요. 나는 영원히 살아 있는 생명력을 도자기에 그리고 있을 뿐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전 예약 없이 찾아간 기자를 석봉 선생은 격의 없이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리고는 특히 도자벽화에 문외한인 기자에게 광물질 물감으로부터 도자 벽화 제작과정에 관한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올해 여든한 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석봉 선생은 100세 시대에서 80은 나이 축에도 못 낀다는 농담을 건넸지만 정말 선생의 말처럼 오래도록 건강한 모습으로 좋은 작품을 남기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미술관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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