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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순수하고 고결한 영혼을 지닌 윤동주 시인께 -전수민-

[100년 편지. 234]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아마 저의 지루한 수험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신의 시 한 구절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라는 구절과 같은 아름다운 말을 만들 수 있었던 까닭은 당신이 시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간 시험 하나를 목표로 하던 저는 계절마다 당신의 평전을 읽으며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갔고 당신의 시를 읽으며 어떤 생각을 지닌 분인지 깨닫고 싶어 했습니다.

2015년 여름, 오사카행 비행기를 탄 까닭의 하나는 시인의 시비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부산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 날아 다시 기차를 타고 한 시간을 가면 도쿄 도시샤 대학이 나옵니다. 그 일본 교토 도시샤대학교의 교정 한쪽에는 당신을 기념하는 시비가 있습니다.

 

   
 

싱그러운 여름비가 연보랏빛 수국 위로 데굴데굴 떨어지던 날이었습니다. 도시샤 대학 근처에 다다르자 자신이 이 대학의 교수라며 길을 안내해주신 영국인 교수님을 따라 도시샤의 교정을 거닐며 당신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수위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시인의 기념비를 물어보니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길을 안내했습니다. 비가 오는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더니 그는 여기가 네가 찾는 장소라며 손짓했습니다. 아, 여기가 윤동주 시인이 머물렀던 장소구나. 함께 여행하던 친구 역시도 당신을 기리는 시비를 보며 제게 잘 온 것 같다고 속삭였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마치 힘든 우리를 위로하는 시인의 조곤조곤한 목소리같이 느껴졌습니다. 당신에게 다녀간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주변에 놓인 펜과 연필, 종이와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작은 음료수들은 모두 당신을 위한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낸 진풍경이었습니다.

1917년 12월 30일, 만주 북간도의 명동촌에서 태어난 당신은 연희전문학교를 거쳐 일본의 도쿄의 릿쿄대학, 교토의 도시샤 대학으로 진학했습니다. 열다섯 살부터 시를 써오신 당신의 글에는 만주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있고, 작지만 단단한 당신의 감성이 담겨있고, 독립에 대한 굳건함이 서려 있습니다. 예쁜 한글로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온 작은 글들이 모여 한 편의 시가 되었고 시들이 모여 시집이 되었습니다.

 

   
▲ 도쿄 도시샤대학 안 윤동주시비

 

그런 아름다운 시를 써내려간 당신은 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영원한 청년으로 남게 된 것입니다. 1943년, 당신은 한국으로 귀국하려던 도중 일본 경찰에게 연행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 2년형을 선고받고 갇혔습니다.

주변의 증언에 따르면 당신은 건강한 청년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불과 1년 7개월 만에 젊은 나이로 별이 되었습니다. 광복을 6개월 남기고.

이후 연구 때문에 당신은 731부대의 생체 실험 희생양이 아니었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방송에도 몇 번 나왔고 기사로도 접할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어 당신의 마지막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때때로 사람은 긴 방황을 하고 앞을 찾지 못합니다. 보이지도 않는 어두컴컴한 미래를 내다봐야 하고 가늠해야 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찾아갔고 도시샤에 놓인 당신의 시비를 보며 저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다시 한 번 해보겠노라고, 나는 할 수 있다고. 당신이 그랬던 것 처럼 가슴 한켠에 나에 대한 작은 소망을 품고 깨끗한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늘 되새기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하늘 어딘가에서 여전히 아름다운 시를 쓰고 있을 당신을 기리며 편지를 마칩니다.
 

   
 

전 수 민 

고려대학교 국어 국문학과 
제 11기 독립정신 답사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