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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공사중 부부” 어디에서 또 공사판을 벌이고 있을까?

애니멀스 - 해뜨는 집(House of the rising sun‘)
[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86]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미국 구전 민요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어두침침했다. 전등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아직 문을 열지 않았으리라 예상 하면서도공사이란 간판에 이끌리어 내려가고 있었다.

예상대로 출입문은 잠겨 있었으나 내부 불빛이 문에 난 쪽창으로 새어 나왔다. 호기심을 못 이겨 체면은 일단 접어두고 문을 두드렸다. 몇 번 두드리니 허름한 작업복 차림의 사내가 쪽창으로 얼굴을 내밀더니 문을 열었다.

, 아직…”

압니다. 지나가다가 가게이름이 하도 독특해 들어와 봤습니다. 먼저 한 번 둘러보고 저녁때 오려고요.”

가게 안은 과연 공사 중이었다.

여기저기 벽돌과 블록조각들이 널브러지고 벽면도 바르다 만 상태였다. 구석에는 시멘트도 몇 포대 쌓여 있었다. 그 상태로 공사를 마치고 이미 을 하였지만공사중이라는 진행형에서 진지함이 읽혀져 좋았다.

조명
이 밝은 무대에선 사내의 아내로 보이는 한 여인이 옷감을 펼쳐놓고 가위질을 하고 있었다.

작업복 만드시나 보죠?”

아니요, 무대복 겸 평상복 겸 외출복이에요.”

그녀는 자기가 입고 있는 옷도 손수 지은 것이라 했다. 나는 그녀의 바느질 솜씨가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며 너스레를 떤 뒤 나의 정체를 밝혔다. 부부는 동류항적 친근함이 들어서인지 조금의 서먹함도 없이 나와 어울려 잔을 부딪쳤고, 얼굴에 복사꽃이 피어난 안주인은 무대로 올라가 기타를 퉁기며 <House of the rising sun>을 불렀다.

처절한 목소리 ‘my mother was a taylor’를 외칠 땐 마치 노래 속 주인공 같았다. 조금 전까지 그녀도 옷을 짓고 있지 않았던가.

미국의 구전민요인 이 노래는 여러 가지 가사로 불려졌다. 여자가 부르면 홍등가 소녀가 화자가 되고 남자가 부르면 범죄자의 노래가 된다. 한 소년이,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어머니를 보다 못해 아버지를 살해하고 범죄자가 된 실화를 담은 노래라는 설도 있다.

대부분의 구전민요가 그러하듯 이 노래 역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가수들이 불렀는데, 애니멀스의 버전은 1964년에 발표되어 빌보드차트 정상에 오를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그룹의 보컬리스트인 에릭 버든은 목소리에 힘이 실린 당대 으뜸 가수로 꼽히고 있으며가장 철학적인 목소리라는 극찬까지 이끌어냈다.

나와 십여 년간 호형호제하며 지내던공사중의 그 부부는 오늘은 또 어디에서 공사판을 벌이고 있을까?


뉴올리언스에 있는 집 한 채
사람들은 해 뜨는 집이라고 부르지요
그 곳엔 불쌍하고 타락한 소년들이
살고 있답니다
나도 그 중 하나죠
재봉사
인 나의 어머니는
새 청바지를 만들어 내게 입혔죠
도박꾼 아버지는
뉴올리언스 바닥을 헤매고 다녔고요
도박꾼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여행용 트렁크 하나뿐이죠
그가 만족해 할 때는
취했을 때뿐이었어요
어머니 동생들에게 말해주세요
저처럼 살지 말라고
범죄와 비참함으로
삶을 낭비하지 말라고
이제 나는 한 발은 플랫폼을 디디고
또 한 발은 기차에 올리고
또 다시 뉴올리언스로 가고 있답니다
족쇄를 찬 채
해 뜨는 그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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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