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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우리네 삶의 역사와 닮은 인쇄골목 인현동의 모든 것

서울역사 박물관, ‘세상을 찍어내는 인쇄골목, 인현동’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지게차

연신 클랙슨을 울려대는 개조한 오토바이

그리고 자신의 키만한 종이를 쉴 새 없이 옮기는 사람들

삶이 무료하고 지루한 사람이 있다면

인쇄골목으로 기꺼이 초대한다.

세상 오디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 숙연한 풍경 속으로“(빅이슈 2015. 11. )

 

서울역사박물관 “‘세상을 찍어내는 인쇄골목, 인현동에 있는 말이다. 서울 중구 인현동에는 인쇄소가 즐비한 골목이 있다. 1984616일 매일경제에는 서울 중구 인현동 일대에 국내 최대의 인쇄촌, 1500여 업체 몰려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랐을 정도다. 서울특별시 중구에 자리 잡은 인현동은 2015년 기준 3,651개의 인쇄관련 업체가 집적되어 있어 기획부터 후가공까지 인쇄의 모든 공정이 가능한 전국 최대 규모의 인쇄골목이다.


 


전시회는 그런 인현동의 모든 것 곧 인현동 인쇄골목의 형성과 변화, 소규모 인쇄업체들의 분업체계와 공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전시회다. 울역사박물관은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과 공동으로 오는 1023()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전시회를 열고 잇다

 

이번 전시는 인현동 인쇄골목의 형성과 변화, 특징을 잘 볼 수 있도록 ‘1부 인쇄하면 왜 인현동 인쇄골목인가?’, ‘2부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처럼 이어진 골목’, ‘3부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기’, ‘4부 기로에선 인현동 인쇄골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왜 인현동에 인쇄업종이 몰리게 됐을까? 1부에서는 조선시대 인현동 인근에 자리 잡고 있던 활자를 주조하던 관청인 주자소와 서적을 인쇄하던 관청인 교서관부터 그 뿌리를 찾는다. 그 뒤 일제강점기 경성부내 주요 인쇄업이 역시 이곳에 들어섰으며,, 한국전쟁이후 인쇄골목의 확장과 인쇄업체의 밀집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담아낸다.





2부에서는 기획-디자인-편집-출력-인쇄-후가공으로 이어지는 인쇄물 제작과정 공정을 소개하는데 인현동은 그 전 과정이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처럼 이어진 골목이라는 점을 전시를 통해 알게 해준다. 인쇄라는 게 저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지 혀를 내두르게 한다.

3부에서는 낡고 노후화된 시설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공간 이용 방법과 인쇄골목의 폭에 따라 달라지는 운송수단을 연출하였다. 특히 삼례 책공방 북 아트센터(대표 김진섭)에서 소장하고 있는 인쇄기, 압착기, 재단기 등을 전시하여 숙련된 기술과 장인 정신이 필요한 아날로그 방식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그야말로 좁은 골목, 그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며 이루어낸 인현동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러한 인현동도 갈림길에 서 있다. 4부에서는 기계화와 컴퓨터의 보급으로 사라져버린 식자공, 청타수 등의 전문직종과 중대형 출판사의 외부진출과 재개발 심리 등으로 존재를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얘기해 준다. 그럼에도 고객의 접근도가 높은 도심에 위치한 이점과 인현동에 가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모든 후가공 공정(코팅, 금박, 에폭시-돌출인쇄, 에보싱, 커팅, 미싱, 누름)을 가진 인현동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아날로그 인쇄에서 디지털 인쇄로 바뀌면서 바뀐 인쇄 골목 풍경을 새삼 확인할 수 있으며, 결국 이런 현상은 우리네 삶의 변화와 비슷한 모습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갓 쓰고 활자들을 골라내던 풍경은 이제 컴퓨터가 대신 주인이 되어 앉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전시회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제법 많다. 전시회는 좁디좁은 골목 속에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소리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면서 세상을 찍어내 온 인현동 인쇄골목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문화재 전시가 적어서인지 전시도 친근하게 이루어졌으며, “사진 촬영 금지라는 팻말이라든지 곳곳에 지켜보는 눈길이 없어 위압적인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또 전시 자체에서 충분한 설명이 되고 있어서 문화해설사 등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게 해놓았다. 그리고 이곳 박물관은 주로 근현대 역사와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전시가 많아 관람객에게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전시 관람료는 무료이며, 관람 시간은 평일 이른 9시부터 밤 8, 공휴일은 이른 9시부터 저녁 7시까지다. 다만, 공휴일을 뺀 매주 월요일은 쉰다. 한 내용은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www.museum.seoul.kr)를 통하거나 전화(02-724-0274)로 문의하면 된다.

 

전기요금 폭탄 때문에 에어컨 켜기도 두려운 이들이여, 시원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우리네 삶의 역사와 닮아 있는 인쇄골목 인현동의 모든 것을 돌아보고, 인현동에서 어떻게 세상을 찍어내는 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