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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붓 잡을 줄도 모르는 사람까지 과거에 응시한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42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금년에 낸 문제가 혹 다음해에 나오기도 하고, 서울에서 출제한 것이 혹 지방에서 나오기도 하며, 유생이 사사로이 지은 문제가 역시 국시(國試)에서도 나올 수 있어서 혹 남의 작품을 외웠다가 합격하는 자도 있고, (중간 줄임) 또 과장이 엄격하지 못해 무뢰배가 요란하게 밟고 다니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갖은 수단으로 엿보고, 책을 끼고 들어와 답안을 대신 써주므로 공부하는 자가 이로 인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니 극히 온당치 못합니다."

 

위는 명종실록8(1553) 69일 치 기록입니다. 그런가 하면 광해군일기(중초본)5(1613) 316일 치 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나옵니다. 전 도사(都事) 전욱(全頊)은 근래 충홍우도(忠洪右道) 감시 초시관(監試初試官)으로서 본 고을의 친지 30, 40명을 사사로이 이끌고 와 과거에 합격시키려고 꾀하였습니다. 전 강릉 부사 박경업(朴慶業)도 강원도 시관으로서 시험 응시자 30여 명의 답안지 겉봉에다 삼가 봉한다.[謹封]’고 손수 써서 알아 볼 수 있게끔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초장(初場) 시험에서 합격된 사람이 무려 17명이나 된데다가 응시한 여러 선비들의 분노까지 사 끝내 과장을 파하고 말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현종 91668) 1217일에는 무과 낙방자가 관청에 방화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과거가 공정성을 잃는 바람에 억울하다고 생각한 낙방자들이 불을 지른 것이지요. 더구나 정조 18(1794)에는 "손으로 붓 잡을 줄 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분수없는 생각을 가지고 함부로 과거에 응시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기록들로 미루어보면 조선시대 과거시험은 부정이 난무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 경력이 전무한 사람을 청와대 행정관으로 앉히는 지금의 사태보다는 중하다 할 수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