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박물관의 전시물은 기대편, 고배편, 파수, 토기구연부편, 파수부호, 단경호, 유개고배...와 같은 말들을 쉬운 우리말로 풀이해놓았는데 누가 보아도 알기 쉽다.
그릇 받침편(기대편, 器臺片), 굽다리 접시편 (고배편, 高杯片), 손잡이 붙인 사발(파수부완, 把手附盌), 짧은목 항아리(단경호, 短頸壺), 뚜껑있는 굽다리 접시(유개고배, 有蓋高杯)... 따위로 풀어써놓아 어린아이들도 쉽게 알 수 있게 해놓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고대 무덤에서 나온 유물들을 부장품이라고 흔히 하는데 이곳에서는 껴묻거리(부장품, 副葬品)라고 해놓았다.
把手附盌), 짧은목 항아리(단경호, 短頸壺), 뚜껑있는 굽다리 접시(유개고배, 有蓋高杯)... 따위로 풀어써놓아 어린아이들도 쉽게 알 수 있게 해놓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고대 무덤에서 나온 유물들을 부장품이라고 흔히 하는데 이곳에서는 껴묻거리(부장품, 副葬品)라고 해놓았다.
무덤에서 나온 유물과 관련이 있는 말들을 보면 돌덧널무덤(석곽묘, 石槨墓), 나무덧널(木槨), 깬돌(할석,割石) 무덤 구덩이(묘광, 墓壙), 으뜸덧널(주곽, 主槨), 딸린덧널(부곽, 副槨) , 둘레돌(호석, 護石) 같은 말로 풀이해 놓았고, 그 밖에도 고리자루큰칼(환두대도, 環頭大刀), 말갖춤(마구, 馬具) 같은 도 눈에 띈다.
아쉬운 것은 ‘그릇 받침편’의 ‘편(片)’은 조각을 뜻하는 것이니만큼 ‘그릇 받침 조각’이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마음이 들지만 전체적으로는 우리말 풀이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여 흐뭇했다.
사실 기자는 어린시절 한자말로 된 어려운 낱말들을 외우며 자랐다. 구석기 시대나 신석기 시대의 유물을 배울 때 기억나는 말들은 타제석기(打製石器, 뗀돌), 마제석기(磨製石器, 간돌),지석묘(支石墓, 고인돌)...와 같은 식이었다. 그때 선생님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한자말로 된 낱말을 익혀야 ‘사람이 되는 것’처럼 줄기차게 한자말을 학습시켰다.
그러나 그런 낱말을 익혔다고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지성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지석묘는 고인돌이라고 익히고 떼어낸 돌이면 뗀돌, 갈아낸 돌이면 간돌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말을 살려 쓰는 일임에도 그때 선생님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 듯하다.
문제는 선생님들에게만 있지는 않다. 요즘도 끊임없이 초등학교 학생들에게조차 한자를 가르쳐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일 11월 30일(수) 오전 11시,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는 교육부 정책 연구 용역으로 진행하고 있는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표기 방안 연구" 토론회를 연다는 소식을 들으니 답답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초등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쳐야한다고 용역까지 줘서 시간과 돈을 허비할 여력이 있으면 ‘유개고배(, 有蓋高杯)’ 같은 한자말을 ‘뚜껑있는 굽다리 접시’로 고치려는 노력에 힘을 쏟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문가일수록 어려운 한자말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을 흔히 보게 되는데 대구박물관 전시장 입구에 놓여있는 책꽂이에서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대구 욱수동 생활유적》 보고서를 펼치면 장경호, 호, 구, 고배, 대부완...같은 말들이 가득한데 163쪽의 ‘대부완’의 풀이는 한글풀이지만 전혀 뜻을 알 수 없다. “신부 일부가 결실되었으며 구연은 사방향으로 벌어져 있으며 구연단은 비교적 둥굴게 처리되어 있다. 신부는 반원형에 가깝게 형성되었으며 외면의 중위와 중상위에 각각 3조와 1조의 침선을 그었다.”
이러한 지적을 하면 한자파들은 “한글로만 쓰니까 뜻을 알 수 없으니 한자를 병기해야한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한자병기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유개고배(有蓋高杯)’처럼 한자병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뚜껑 있는 굽다리 접시’와 같이 우리말로 풀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구박물관의 우리말 유물전시 풀이를 보면서 그간 어려운 한자말로 되어 있던 유물에 관한 풀이도 어서 속히 알기 쉬운 우리말로 풀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