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백제실에는 보물 제343호 “부여외리무늬벽돌묶음”이 있습니다.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외리에 있는 옛 절터에서 출토된, 다양한 무늬를 얕은 돋을새김(부조)으로 새긴 다음 구워서 만든 백제 때 벽돌이지요. 백제 사비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것으로 모두 8종류가 출토되었는데, 그 크기는 대체로 한 변 29cm, 두께 4cm 안팎입니다.
이 벽돌 무늬들을 보면 연꽃무늬, 와운(渦雲, 소용돌이치는 구름)무늬, 봉황무늬, 반룡(蟠龍, 아직 승천(昇天)하지 않은 용)무늬, 귀신 모양 무늬, 산 경치 무늬, 귀신과 산 경치 무늬, 봉황 산 경치 무늬 따위의 8가지입니다. 이 가운데 봉황 산 경치 무늬를 보면 산봉우리 위의 환상적인 구름과 봉황의 모습이 특징입니다. 또 산 중턱에는 산과 산 사이로 집이 두어 채 있는데 절이 분명합니다. 이렇게 산 속에 절이 있고 승려가 산 중턱을 오르고 있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은 백제시대의 뛰어난 회화(繪畵)를 짐작하게 하는 귀중한 자료라는 평가이지요.
이러한 벽돌의 성격이나 제작기법 따위는 대체로 중국 남조(南朝)의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곧, 부여 외리 무늬벽돌과 비슷한 무늬벽돌이 중국 남조시대의 유물에서도 발견되는데 동진(東晉) 영화4년(348)의 글씨가 새겨진 난징(南京) 출토 벽돌 그리고 신녕전와창제1호묘(新寧塼瓦廠第一號墓)의 기와벽돌과 관련이 있음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백제시대에 만든 “부여외리무늬벽돌묶음”은 어디까지나 백제인의 풍부한 상상과 여문 손끝으로 빚은 최고의 걸작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