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시는 15일 고려말 최고 문학가 이숭인의 《도은선생시집》,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최고수준의 고려사경 《묘법연화경》 권6 따위를 국가문화재(보물)로 신청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한글로 된 세계지리교과서 《사민필지》를 등록문화재로 신청했다고 것입니다. 《사민필지》는 호머 베잘렐 헐버트(1863~1949)가 펴낸 것으로 당시 조선인의 세계지리인식에 크게 이바지하였을 뿐 아니라 순전히 한글로만 쓴 까닭에 더 많은 조선인들이 새로운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와 한글 발전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입니다.
한글 전용인 이 책은 1890년대 국어 연구의 자료가 된다고 하지요. 표기법에서 한글만으로 쓰면서도, ‘글ㅅ자, 언문ㅅ법’ 등 사이시옷이 쓰였고, 된소리 표기에 전통적인 된시옷과 함께 ‘ㄲ, ㅆ’ 등이 ‘니, 똑똑이’ 등과 같이 쓰인 점이 주목됩니다. 그리고 유럽 나라들 이름을 영어식 발음에 따라 “유로바・노웨국・쉬덴국・덴막국・네데란스국”처럼 적기도 했습니다. 또 헐버트는 구전으로만 전해 오던 아리랑을 서양 음계로 채보하여 전 세계에 소개하기도 했지요.
헐버트는 1895년 을미사변 이후 고종을 호위하고, 가까이서 보필하고 자문하는 것은 물론 미국 등 서양 나라들과의 외교 또는 대화 창구 역할을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일본제국이 조선을 침탈하자 조선의 자주권회복 운동에 헌신합니다. 헐버트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1950년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된 분이지요. "나는 웨스트민스트 사원에 묻히기 보다는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한다."고 한 그의 마지막 소원에 따라 그의 주검은 양화진 외국인 무덤에 묻혀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