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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시간이 멈춰버린 강화 교동의 대룡시장을 아시나요?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황해도 연백에서 피난 나와 살기 시작한 게 어느새 6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무지 고생을 했지요. 어린 나이에 이발소에서 3년간 죽어라 청소며 허드렛일을 한 끝에 이발 기술을 배웠고 이후 이발사가 되어 이곳 교동의 토박이로 살아 온 것입니다."


강화 교동 대룡시장 안에 있는 교동이발관의 지광식 어르신은 세월이 멈춰버려 마치 드라마 셋트장 같은 오래된 이발소에서 기자에게 그렇게 자신이 걸어 온 길의 실타래를 풀었다. 강화도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외딴섬 교동은 몇 해 전 연륙교가 생겨 지금은 자동차로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십 년 전만 해도 두메였다.


"창후리에서 배를 타고 들어와야 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한 십여 년 전 일이지요. 그때 단골 가운데 한분이 우리 이발소를 인터넷에 소개한 모양입니다. 어느 날 조용하던 섬이 발칵 뒤집어졌어요. 뭍에서 한 300여명도 더 넘는 사람들이 이곳 대룡시장엘 몰려 온 것입니다."




강화 교동에 자리한 대룡시장은 지광식 어르신처럼 625 한국 전쟁때 황해도 연백군에서 교동으로 잠시 피난 나온 주민들이 돌아가지 못하고 정착한 곳이다. 이들은 한강하구가 분단으로 막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향의 연백시장을 본떠 골목시장을 만든 게 오늘날의 대룡시장이다.


이곳은 지난 50년간 교동의 경제중심이었으나 하나둘 도시로 떠나버리고 연로한 분들만이 남아 시장 규모도 급격히 줄어들고 낙후된 모습으로 명목만인 시장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2014년 7월 교동대교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낙후되어 60년대 영화 셋트장 같은 모습을 보기위해 찾아드는 사람들로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기자가 찾은 그제(20일) 오후는 평일이라 시장은 한산하기 짝이 없고 좁은 골목에 오가는 사람 하나 없었다. 채소가게와 도너츠 가게 등 몇 곳만 문을 연 상태에서 유달리 이발소 한 곳이 눈에 띄어 살며시 이발소 문을 노크했더니 손님도 없는 이발소에 주인양반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주인 어르신은 많은 텔레비전과 신문 등 언론에 나와서 그런지 기자의 질문에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이더니 하나둘 이발소의 역사에 관심을 갖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이 걸어온 '60년 이발사의 삶'을 실타래 풀듯 풀어냈다. 그 길고 긴 세월은 지금 돌아보니 한편의 영화 같지만 순간순간은 여간 힘들고 고통스런 시간이 아니었다고 어르신은 실토한다.


손님의 머리를 감겨줄 때 쓰는 아직도 현역인 타일 붙인 낡은 수돗가를 가리키며 참으로 오래된 것 같다고 하자 어르신은 말한다. '그래도 이건 양반이지요. 처음에 이발소에 들어와 가장 힘든 일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오는 일이었습니다. 동네 우물이다 보니 항상 줄을 길게 서는 바람에 이웃동네로 뛰어가서 물동이로 물을 길어 오기도 했지요"




어디 물뿐이랴. 전기도 안들어 오던 시절에는 촛불을 밝히고 머리를 잘랐고,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을 때는 손님에게 부채질을 해주는 조수 일을 해가며 이발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60년의 세월 동안 오직 한길을 대룡시장에서 이발사의 길을 걸어온 지광식 어르신의 삶은 대룡시장의 산 역사이자 분단이 낳은 역사의 한토막이라는 생각에 숙연한 느낌마저 든다.


대룡시장의 많은 가게들은 현재 토, 일요일에만 여는 집이 많아서 그런지 시장은 썰렁했지만 교동이발소 만은 쉬는 날 없이 손님이 있던 없던 문을 열고 대룡시장의 맥을 잇고 있었다. 강화 교동에는 대룡시장 말고도 교동읍성과 교동향교 등 볼만한 역사 유적이 많다. 강화읍에서 1시간 이내 거리로 교동에 가기 전에 강화 고인돌 유적과 역사박물관을 들른 다음 대룡시장을 가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특히 대룡시장은 주말에 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