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강원도 철원군 화개산 도피안사(到彼岸寺)에는 흔한 금동불이 아닌 철불이 있습니다. 국보 제63호 “철원 도피안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鐵原 到彼岸寺 鐵造毘盧遮那佛坐像”이 바로 그것이지요. 도피안사는 도선대사가 철조비로자나불을 만들어 철원의 안양사(安養寺)에 모시려고 했으나 운반 도중에 불상이 없어져서 찾아보니 도피안사 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 도피안사를 세우고 불상을 모셨다고 하지요.
이 철불은 얼굴이 인자하고 온화한 느낌이며, 몸에 견주어 가냘픈 손은 가슴 앞에서 왼손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싸고 있는 모양으로 비로자나불이 취하는 일반적인 손모양입니다. 불상 뒷면에 신라 경문왕 5년(865)에 만들었다는 내용의 글이 남아 있어서 만든 연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남북국시대 후기에 유행하던 철조비로자나불상의 새로운 양식을 대표한다는 평가를 받는데 능숙한 조형수법과 알맞은 신체 비례를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라고 하지요.
절에 모신 불상들은 그 재료에 따라 화강암을 쓴 석불(石佛), 구리로 주물한 뒤 도금한 금동불(金銅佛), 쇠로 만든 철불(鐵佛), 나무로 만든 목불(木佛), 흙으로 빚어 굽거나 자연 건조시킨 소조불(塑造佛)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철불은 남북국시대(통일신라) 하대로 들어서면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는 값비싼 구리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철을 다루는 기술이 뒷받침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또 8세기부터 시작한 철불이 크게 유행한 것은 9세기 지방 호족들의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은 것입니다. 그밖에 철불로는 국보 제58호 “청양 장곡사 철조약사여래좌상”, 국보 제117호 “장흥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보물 제41호 “남원 실상사 철조여래좌상” 따위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