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지난해 2014년 9월 14일 서울옥션에서 고서경매가 열렸는데 이때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부인의 차마폭에 두 아들에게 쓴 편지를 모은 서첩)》과 《월인석보》, 《경국대전》 등 귀한 고서적이 출품된 적이 있었습니다. 보물 745호로 지정된 월인석보는 당시 7억3000만원에 낙찰되었지요. 그런데 이 귀한 책이 경매에 나온 것은 지난 2011년 파산한 부산저축은행 김민영 대표가 소장하고 있던 것인데, 파산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로 넘겨졌고, 예보가 보관하다 파산 저축은행 피해자들을 위해 경매에 내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월인석보(月印釋譜)》는 세종이 지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을 본문으로 하고 세조가 자신이 지은 《석보상절(釋譜詳節)》을 설명부분으로 하여 1459년(세조 5)에 펴낸 불경언해서입니다. 《석보상절》의 권수에서 미루어 보면 모두 24권으로 펴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지금 15권만이 전해지지요. 세종과 세조의 2대에 걸쳐 임금이 짓고 펴낸 것으로, 조선 초기 불교문화의 정수라고 평가 됩니다.
또 훈민정음 반포 직후인 1449년에 펴낸 《월인천강지곡》과 1447년에 펴낸 《석보상절》을 10여 년 뒤 세조 때 다시 편집하여 펴낸 것이어서 조선 초기 훈민정음의 변천을 살피는 데 있어서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합니다. 펴낸 동기는 죽은 부모와 일찍 죽은 아들을 위한다고 되어 있지만, 어린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것은 물론 사육신 등 많은 신하를 죽인 끝에 당하는 정신적인 고통의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 구원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