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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김란사 애국지사, 죽음 98년 만에 본명 되찾다

서울교육박물관, 3ㆍ1절을 기념 “김란사 애국지사 특별전” 열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꽃샘바람이 아직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운데 어제(27) 늦은 3, 서울교육박물관(정독도서관 내)에서는 신여성 김란사 -시대를 앞서간 여성의 위대한 이야기-’라는 제목의 아주 특별한 전시회 개막식이 있었다.




김란사(金蘭史, 1872~1919, 그간 남편 성을 따라 하란사(河蘭史)로 부름)란 이름이 다소 생소하게 들릴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란사는 당시로는 드문 미국 유학길에 올라 한국 최초의 문학사 학위를 받았을 뿐 아니라 이화학당 교사 시절 유관순에게 조선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다오.’라며 민족혼을 심어준 인물이다.

 

특히 미국 유학에서 갈고 닦은 영어 실력과 이화학당에서 보여준 민족교육 활동 등이 인정되어 고종황제로부터 19196월 파리강화회의(1919년 제1차 세계대전의 종결을 위하여 승전국들이 파리에서 개최한 강화 회의로 전쟁에 대한 책임과 영토 조정,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 등을 협의함)에 한국대표로 참석하여 한국의 독립 승인을 받아오도록 명을 받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1919년 1월 21일  일제의 독살로 알려진 고종의 갑작스런 승하가 있었고 이어 4월 김란사 역시 북경에서 독살로 의심되는 죽음을 당하게 된다. 그의 나이 47, 아직 조국을 위해 할 일이 남아있던 김란사의 의문의 죽음은 당시 식민지 조선의 크나큰 손실이요, 슬픔이었다.

 

사실 이번 김란사 전시회의 1등 공신은 김란사 지사 동생의 손자인 김용택 선생이다. 사회의 무관심 속에 버려진 시대를 앞서간 위대한 여성인 할머니의 삶이 재조명되기를 바라는 일에 평생을 바쳤기에 이날의 전시회 개막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김란사유족회> 부회장 정성훈 선생은 김란사 지사가 1995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는데 노력했다.


특히 김란사 애국지사는 남편의 성을 따른 "하란사(河蘭史)"로 알려져 김용택 회장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발이 부르틀 정도로 뛰어다녔는데 이번 특별전으로 김란사 애국지사의 본명을 완전히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란사(蘭史)라는 이름은 이화학당에서 받은 세례명인 낸시(NANS)라는 이름을 한자로 란사(蘭史)로 옮긴 것으로 본래 성씨인 김씨를 하(河)씨로 한 것은 미국 유학시 여권을 만들때 남편의 성을 따른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늦은 3시 정각, 전시회장인 서울교육박물관 입구에 마련된 조촐한 개막식장에는 유가족과 뜻있는 분들이 모여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으로서, 독립운동가로서의 활약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김란사 지사 사후 98년 만에 갖는 개막식 치고는 너무나 단출한 느낌이었지만 31만세운동 98주년이 되는 해에 여성독립운동가로서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으로 일평생을 바친 김란사 일생을 조명하는 자리라 더욱 뜻깊었다.


 


특히 신여성으로서 민족혼과 독립정신을 실천으로 옮긴 김란사 지사의 일생을 추적하여 헌시(獻詩)를 쓴 기자로서는 이날 개막식이 남다르게 가슴에 와 닿았다. 개막식은 맨 먼저 이윤옥 시인의 배꽃동산에서 겨레혼 일깨운 김란사지사를 그리며라는 시낭송을 시작으로 김희선 서울교육박물관장의 신여성으로 독립운동가로 평생을 바친 김란사 지사를 조명하는 뜻깊은 전시회에 많은 사회적 관심이 있길 바란다.”는 축사가 이어졌다.

 

이어 김란사 지사의 유족을 대표하여 김용택 유족회장은 "늦었지만 김란사 할머니의 유지를 받들고 그 고귀한 뜻을 새기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앞으로 할머니를 비롯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감사의 인사가 있었다. 이어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장의 축사가 있었다. 이번 김란사 전시회가 이뤄지기 까지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 자문을 해온 심옥주 소장은 “31운동의 영웅이 된 유관순이 한국의 잔다르크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김란사라는 위대한 스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그 위대한 김란사 지사를 조명하는 특별전이 열리게 되어 기쁘다.”라고 축사를 했다.

 

이날 심옥주 소장은 김란사 지사를 비롯한 여성독립운동가의 활약상을 볼 수 있는 신간 여성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알리다, 도서출판 정언책을 유족회에 기증하여 김란사 지사를 재조명하는데 큰 보탬을 주었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김란사 지사의 초상화를 그린 장홍탁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시간이었다. 흰 헝겊으로 가려놓은 김란사 지사의 초상화가 드러나자 전시장에 모였던 사람들로부터 큰 환호와 손뼉을 받았다. 야무지게 꼭 다문 입, 어딘가를 또렷하게 응시하는 눈매와 오똑한 코에 올림머리의 김란사 지사는 장홍탁 작가의 손끝에서 아름답게 다시 피어난 느낌이었다.

 

특히 이날 김란사 지사의 유족 가운데 한 분인 김용희 여사(68)께서 직접 당시 김란사 할머니의 머리모양을 하고 나와 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나의 인생은 이렇게 한밤중처럼 깜깜합니다. 내게 빛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시지 않겠습니까? 이는 전시장 입구에 써 놓은 김란사 지사의 말이다. 김란사 지사는 기혼자에게 입학이 허용되지 않는 이화학당에 찾아가 여러 번 입학을 사정을 한 끝에 입학이 허용되어 공부한 뒤 일본 게이오대학(慶應大學) 1년 유학에 이은 1897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1900년 오하이오주의 웨슬리언 대학 문과에 입학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문학사 학위를 받는다.

 

이후 귀국하여 이화학당을 비롯한 애오개여학교, 동막여학교 등에서 민족교육을 통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겨레 혼을 심어주는 교육에 매진하였으나 19196월 파리강화회의 참석을 앞둔 4월 의문의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할머니는 고종황제처럼 독살 된 것입니다.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한 선교사 베커 씨는 할머니의 시신을 직접 본 사람으로 독살에서 오는 시신의 검게 된 변화의 모습이 있었다고 증언한 기록이 있습니다. 독살을 꾸민 사람으로는 이토히로부미의 양녀인 친일 매국노 배정자의 소행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용택 유족회장은 전시장에서 할머니 김란사 사진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할머니의 죽음을 그렇게 설명했다.

 

신지식인, 독립운동가 김란사 애국지사의 독살(毒殺)이 어찌 김용택 회장과 유족들에게만 안타까운 일이랴. 도서관에 왔다가 특별전이 있음을 알고 오게 됐다는 한정주(48, 종로구 가회동) 씨는 일제침략의 역사는 분명코 말하건대 우리 겨레의 아픔이요, 커다란 슬픔이었지만, 이를 뚫고 광복을 맞을 수 있었던 것은 김란사 같은 애국지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것인 만큼 이 뜻깊은 전시회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길 하는 마음 간절하다.”라고 말했다.

 

신여성 - 시대를 앞서간 여성의 위대한 이야기-’ 특별전 안내

* : 서울교육박물관 (정독도서관 구내)

* 기간: 2017227일부터 1231(평일 9-저녁6, 주말 9-저녁 5)

*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548

* 문의 : 02- 2011-5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