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길 잃은 고라니
- 김 상 아
길을 잃는 꿈을 꾸곤 했다
진창길을 허우적대거나
벼랑에 매달려 바둥거리거나
길이 없어져 갈팡질팡하다 깨곤 했다.
때론 길을 잃고 싶기도 했다
사막 뿔살무사처럼
낮에는 모래 속에 숨었다가
신기루를 찾아 하염없이 달빛 속을 걷고 싶었다
칸첸중가* 어느 골짜기도 좋고
안데스의 한 비탈길이라도 좋았다
정치가 없고 모순이 없고
부조리와 불평등이 없는 곳
이긴 자와 진 자,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없는 곳이라면 외치*가 되더라도
찾아내고 싶었다
길 잃은 고라니야
너는 길을 잃어 도시에 들어왔다만
아무래도 나는 저 별꽃밭으로 나가 길을 잃어야겠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프록시마b행성이나
대마젤란은하 어느 행성쯤에서
그리운 이들과
새로운 터전을 일궈야겠다
*칸첸중가 ㅡ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외치 ㅡ 알프스에서 냉동상태로 발견된 선사인에게 붙여진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