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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여성독립운동가 권기옥, 꿈의 날개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156]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얼마 전에 제 대학 30년 후배인 손상민 만화스토리작가가 《권기옥, 꿈의 날개》라는 만화책을 보내왔습니다. 한국 최초의 여류비행사 권기옥 선생의 일생을 그린 만화책이지요. 스토리작가이니 만화그림은 협업한 홍혜림 작가가 그렸습니다. 이 책은 성남시와 성남문화재단이 광복회를 지원하여 독립운동가 100인 만화 프로젝트의 하나로 출판되었습니다. 책을 내면서 광복회는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목숨을 바쳤지만, 분단 이후 정쟁과 이념의 그늘 속에서 그들은 잊혔습니다. 당시 이천만 국민 가운데 독립을 위해 생을 바친 이들의 수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았지만, 현재까지 국가보훈처에 서훈이 된 독립운동가는 2만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나요?

 

알려지지 않은 독립투사들을 찾아내고, 잊히고 지워진 선열들의 피땀이 서린 노력과 뜻을 찾아 새기는 일은 너나없이 나서서 이 땅에 다시 드러내야 할 마땅한 도리입니다. 이것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그들의 희생으로 세워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슴 속에 하나씩 빛나는 자긍심이 밝혀지기를 기원합니다.

 

서훈이 된 독립운동가는 2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중에 여성독립운동가는 얼마 안 됩니다. 권기옥 선생은 1977년 건국훈장 국민장을 받으셨지만, 지금도 숨은 공적이 밝혀져야 할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많을 것입니다. 근자에 조금 늘긴 했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여성 독립운동가를 밝혀내는데 좀 더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법대를 나온 사람이 만화스토리작가를 한다는 것이 특이하게 보이지요? 손상민 작가는 스토리작가일 뿐만 아니라 작사가이기도 한데, 제가 전에 손상민 작가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지요.

 

손상민 작사가

그동안 문우회 회원 가운데 선배에 대해서만 소개를 하였는데, 오늘은 후배를 소개할까 합니다. 손상민이라고...

▶ 손상민 작사가 소개글 보러가기

 

권기옥(1901~1988) 선생이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비행사라는 것은 많이 아시겠지만, 그녀가 어떻게 험난한 길을 헤쳐 비행사가 되었는지, 그밖에 그녀의 독립운동 활동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책을 보면서 권기옥 선생에 대해 잘 알게 되었네요.

 

권 선생은 1917년 5월 무렵 미국인 곡예비행사 스미스가 펼치는 곡예비행을 보고 비행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비행사만 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종사로 대한 독립을 위해 헌신을 한다는 꿈을 품은 것이지요. 그리고 나중에 비행 훈련을 받으면서는 비행기를 몰고 동경으로 날아가 황궁을 폭파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고된 훈련을 이겨냈지요.

 

그러나 권 선생은 조종사의 꿈을 품고 중국으로 가기 전에 단순히 꿈만 꾸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3.1 운동 때에는 체포되어 구류 처분을 받았고, 임시정부 공채를 판매하여 독립운동자금을 모으는 일을 하다가 구속되어 징역 6월을 살기도 했습니다. 혹독한 고문이 따른 것은 두말할 것도 없구요. 형기를 마치고 나온 후에도 평양청년회 여자전도대를 조직하여 독립운동을 하다가 다시 체포될 것 같자, 멸치잡이 배를 타고 탈출하여 상해로 갔습니다. 그리고 1923년 미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홍도 여자중학을 졸업한 뒤, 드디어 임시정부의 추천을 받아 항공학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러나 당시 선뜻 여자를 받아주겠다는 학교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권 선생은 끈질기게 문을 두드린 끝에 1923년 4월에 운남육군항공학교에 동기생들보다 늦게 1기생으로 입학하였습니다. 그리고 뒤처진 학업을 무서운 집념으로 따라붙었습니다. 저도 예전에 초경량항공기 조종사 자격을 따기 위하여 주말이면 어섬비행장으로 달려가 열심히 조종간을 잡았기에, 권 선생이 비행교육을 받는 것이 실감 나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여자가 그것도 조선에서 건너온 여자가 비행을 배운다는 것은 사람들 입을 타고 금방 소문이 퍼지지 않겠습니까? 이 소식을 들은 일본 영사관은 권 선생이 조선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망명했다는 것을 알고는 권 선생을 죽이려고 하였답니다.

 

그러나 권 선생은 암살의 위기를 넘기고, 1925년 3월 무사히 졸업합니다. 하지만 당시 임시정부의 처지로서는 항공대를 창설할 형편이 안 되므로 권 생은 임시정부의 소개로 중국 공군에서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복무하였습니다. 그리고 복무하는 기간 일제가 상해사변을 일으킨 1931년에는 출격하여 전투에 참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뒤 권 선생은 1939년 임시정부로 돌아와 한국애국부인회를 재조직하여 사교부장으로 활동하였습니다. 그리고 광복군 비행대 설립을 위해 노력하다가, 광복 뒤에는 국회 국방위원회 전문위원으로 대한민국 공군 창설에 산파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권기옥 선생의 일생을 손상민 작가는 이야기로 잘 풀어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독립운동가의 일생을 평면적으로 그려낸 것이 아니고, 여기에 비행학교에서 최초의 여성 비행후보생으로서 겪는 설움과 눈물, 반면 이런 여자 후보생을 돕는 남자 후보생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중국인 동기 천리의 사랑 고백 등을 맛깔스럽게 풀어냈지요. 거기에 홍혜림 작가의 그림이 덧입혀지니 권기옥 선생의 일생이 알기 쉽게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요.

 

법대를 나온 사람이 스토리작가가 되니 손상민 작가는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에서도 이사로서 협회의 법률적인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손 작가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모교인 서울법대 대학원에 들어가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습니다. 이제 학위논문만 남은 상태입니다. 손 후배! 덕분에 권기옥 독립운동가에 대해 체계적으로 잘 알게 되었습니다. 고마워요! 이번에 독립운동가 100인 만화 프로젝트의 하나로 권기옥 선생을 그려낸 것이니, 앞으로 손 작가의 손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질 또 다른 독립운동가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권기옥 선생의 꿈의 날개처럼 손 작가도 꿈의 날개를 활짝 펼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