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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덕릉’이라고도 부르는 덕흥대원군 무덤

선조의 아버지였지만 추존왕이 되지 못한 사연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162]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창빈 안씨 무덤을 얘기하자니 창빈 안씨의 아들인 덕흥대원군의 무덤도 생각이 납니다. 덕흥대원군의 무덤은 경기도 기념물 제55호로 상계동에서 덕릉고개를 넘어 남양주시 별내동으로 내려가다가 왼편에 있습니다. 고개 이름은 고개 근처에 덕릉이 있다고 하여 덕릉고개라고 합니다. 고개 밑에 3호선 종점인 당고개역이 있으니까, 이를 당고개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당고개는 당고개역이 있는 마을에서 수락산역쪽으로 넘어가던 고개를 말합니다. 당집이 많아서 당고개라고 한 것이지요.

 

‘덕릉’이라고 하면 왕릉을 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근처에 ‘덕릉’이라는 왕릉은 없습니다. 덕릉은 덕흥대원군의 무덤을 말합니다. 그런데 ‘릉’이라는 이름은 임금과 왕비의 무덤에만 붙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덕릉은 정식 이름은 아닐 것인데, 어떻게 하여 덕흥대원군의 무덤을 덕릉(德陵)이라고 부르고, 또 고개 이름에 ‘덕릉고개’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여기에는 재미있는 야담이 스며있습니다. 추존왕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생전에 임금이 되지는 못했지만, 아들이 임금이 되는 바람에 사후에 임금으로 추존되면 추존왕이라고 하지요. 이를테면 성종의 아버지 덕종, 인조의 아버지 원종 등이 추존왕입니다. 선조도 자신의 아버지 덕흥대원군을 임금으로 추존하고 싶어 하였습니다. 그러나 신하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추존왕이 되었으면 ‘덕릉’도 공식적인 이름이 되었겠지요.​

 

 

야담을 보면 선조가 사람들이 자신의 아버지 무덤을 덕릉으로 부르도록 공작을 꾸민 얘기가 나옵니다. 당시 덕릉고개 근처에는 숯을 만들어 파는 숯장수들이 있었습니다. 선조는 이들에게 뒷돈을 두둑이 주어 고개를 넘어올 때 사람들이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 덕릉에서 고개를 넘어왔다고 말하게 시켰답니다.

 

이렇게 숯장수들이 ‘덕릉’ 이름을 자꾸 전파하니 사람들도 자연스레 덕흥대원군의 무덤을 덕릉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고개 이름도 덕릉고개가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것이지요. 제가 예전에 창동에 살 때는 가끔 차를 몰고 덕릉고개를 넘어가곤 하였는데, 지금은 그밑으로 덕릉터널이 생겨 한산한 고개가 되었습니다.​

 

위에서 덕릉은 공식적인 이름이 아니라고 하였는데, 실제로 다른 곳에 공식적으로 덕릉이라 이름 붙은 왕릉이 있습니다. 바로 함경남도 신흥군 가평면 능리에 있는 덕릉입니다. 함경남도에 있으니 조선 왕릉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닙니다. 조선왕릉이지요. 태조 이성계의 고조부인 목조의 능입니다.

 

함경도 쌍성총관부 출신 무장인 이성계는 조선을 창업한 뒤, 자신의 고조부까지 임금으로 추존하였습니다. 이들이 추존왕인 목조, 익조, 도조, 환조입니다. 이성계 때 중앙정계에 진출하였으니까, 이들 추존왕의 무덤은 모두 함경남도에 있는 것이지요.

 

가짜 덕릉 이야기하다가 진짜 덕릉 이야기까지 하였네요. 시간이 될 때 덕릉고개를 넘어 가짜 덕릉을 방문해보면 좋겠습니다. 근처에는 가짜 덕릉의 원찰인 흥국사도 있으니, 흥국사에도 들러보구요. 흥국사에는 왕실 사람들이 불공드리러 올 때 숙박하던 건물도 있습니다. 외관만 보아도 일반 절 건물과 다른 건물이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