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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오래도록 붉어서 오래도록 서러운 여름

김창제, <배롱나무>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6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배 롱 나 무

 

                                 - 김창제

 

       서러워서 붉은 게 아니라

       붉어서 서럽다 했지

 

       오래도록 붉어서

       오래도록 서러운 여름

 

 

 

 

성삼문(成三問, 1418∼1456)은 배롱나무를 일러 “어제저녁에 꽃 한 송이 떨어지고(昨夕一花衰), 오늘 아침에 한 송이가 피어(今朝一花開), 서로 일백일을 바라보니(相看一百日), 너를 대하여 기분 좋게 한잔하리라.”라고 했다고 한다. 옛 선비들은 배롱나무가 나무껍질 없이 매끈한 몸매를 한 모습이 청렴결백한 선비를 상징한다거나 꽃 피는 100일 동안 마음을 정화하고 학문을 갈고닦으라는 뜻으로 서원이나 향교에 배롱나무를 심었다.

 

작지만 붉은 꽃이 오랫동안 피는 배롱나무는 나무껍질이 미끄럽다고 하여 원숭이도 미끄러지는 나무라고도 하며, 그 붉은 꽃이 100일 동안 핀다고 하여 목백일홍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한 번 핀 붉은꽃이 백일을 가는 것이 아니라 연달아서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포도송이처럼 한 송이의 꽃이 아래부터 위까지 피는데 한 송이가 며칠씩 피어있으니 전체적으로는 백일동안 붉은 꽃들이 계속해서 피어있음으로 백일동안 화사한 꽃으로 장식하는 것이다.

 

한 시인은 “눈물 나는 날 고개를 돌리면 저만큼 보이는 배롱나무 어깨에 앉은 그 꽃”이라고 노래했지만, 여기 김창제 시인은 “오래도록 붉어서 오래도록 서러운 여름”이란다. 농염한 자태, 그러나 수줍은 듯 진분홍으로 피는 배롱나무꽃.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을 송두리째 뺏길 정도로 아찔하다는데 이렇게 백일을 정성 들여 꽃을 피고 또 피어도 코로나19가 물러가지 않아서 오래도록 서러운 여름이 되었어라.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