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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 한순간에 망할 수도

기후위기와 기업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58]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7월부터 우리나라는 열대야 현상으로 대도시 시민들이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내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가 심상치 않다. 환경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의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코로나보다도 더 심한 충격을 줄 것이며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기후위기는 지구촌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위기의 원인 물질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은 이제 모든 나라의 정부와 기업, 개인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우리나라 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하였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입법을 추진중에 있다. 기업들은 새로운 변화를 빨리 파악하고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두 가지 운동을 소개한다.

 

첫째는 RE100운동이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를 의미하는 새로운 용어로서 2014년에 다국적 비영리재단 The Climate Group의 주도 아래 시작된 지구 차원의 운동이다. 이 운동에서는 매년 막대한 양의 전기를 사용하는 대기업들이 기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재생에너지로부터 충당할 것을 권고한다. 구체적으로 이 운동은 연간 100GWh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참여 기업은 가입 뒤 1년 이내에 중장기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 계획을 제출하고 해마다 이행 상황을 점검받아야 한다. 이 운동의 최종적인 목표는 2050년까지 전 세계의 기업이 쓰는 전력 100%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2021년 현재 전 세계의 310개 대기업이 이 운동에 동참을 선언하였다. RE100에 참여를 선언한 기업에는 애플, 구글, BMW, GM, 이케아 등 유럽과 미국의 기업이 많이 포함한다. 이미 구글과 애플은 재생에너지만으로 생산 활동을 하는 100% 목표를 달성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2021년 7월 현재 SK계열사 6개, 아모레퍼시픽, LG 에너지솔루션, 그리고 현대차 그룹 5개사 등 13개 기업이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이들 회사는 전 세계 주요 사업장에 태양광 패널 등을 설치해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또한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사 사용하면서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 사용을 줄여나가게 된다.

 

 

외국의 RE100 기업들은 부품과 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들에게도 재생에너지로만 생산한 제품을 납품하라고 요구하는 추세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이 RE100 도입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BMW 등 글로벌기업이 협력업체에까지 RE100 동참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BMW가 2018년 LG화학에 부품 납품 전제 조건으로 RE100을 요구하면서 계약이 무산된 사례가 있다.

 

참고로, RE100 운동에서 원자력은 재생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에서 공급되는 전력과 재생에너지로 공급되는 전력을 선별해서 수급받기는 어려운 상태다. 이런 까닭으로, 삼성SDI는 국내 공장 생산 물량을 100% 재생에너지 사용이 가능한 나라 밖 공장으로 옮겼다.

 

둘째는 ESG 경영이다. 과거에 기업이란 영업이익을 최우선의 가치로 추구하는 조직이라고 인식되었다. 이익을 최대로 남기기 위해서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려는 매우 비정한 조직이 기업이다.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재무적 성과만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그러나 기업이 영업이익만 추구한다면 과연 지속할 수 있는 발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새로운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경영전략으로서 ESG 경영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라는 세 영어 단어에서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새로운 용어이다. ESG라는 용어는 2006년 UN 주도하에 생긴 지속가능성 투자 원칙을 준수하는 국제 투자기관 연합체인 UN PRI(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서 처음 나온 용어다.

 

UN PRI는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의사를 결정할 때 기업의 평가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주요 고려사항으로서 포함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였다. 이 원칙에 따르면 기업은 단순히 매출과 영업이익에만 집중하지 않고 환경 보호에 동참하고,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보여 주어야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ESG의 첫째인 환경 보호는 기후 위기와 맞물려 모든 나라 모든 기업에서 중요시하는 목표가 되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을 하였다. 유럽의 경우 ESG 지표를 토대로 석탄투자기업, 환경오염 유발기업, 노동착취기업 등에 대해 입찰을 제한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회사인 ‘블랙록’은 2020년에 지속가능성을 투자의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고 발표하였는데, “화석연료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를 초과하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빼겠다“고 선언하였다.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하여 2021년 초에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수장이 발표한 신년사에서 ESG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였다. 기업들은 ESG 전략을 위해서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거기에 맞는 실무 전담부서를 설치하기까지 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은 현명해진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적인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매장 내 일회용 컵을 없애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제 기업은 산업화의 초기 단계에서처럼 환경을 무시하고서는 영업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는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은 기업으로 소비자에게 낙인찍히면 그 기업은 한순간에 망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정부에서는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 회사에게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하였다. 이제 ESG 경영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안정적인 투자를 확보할 수 없고, 수출 전선에서 불이익을 받으며, 오래갈 수 있는 경영을 못 하면서 도태될 것이다. ESG 경영은 단순한 운동이거나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고 장기적인 새로운 경영 원칙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