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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독립운동에 몸 바친 여성들의 생생한 역사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 이윤옥, 도서출판 얼레빗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그간 스무 권에 이르는 책을 쓴 이윤옥 작가가 광복 76주년을 앞두고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를 펴냈다. 이윤옥 작가는 이 책의 집필 동기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은 남녀노소, 빈부귀천, 학식의 높고 낮음과는 무관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기존에 나온 ‘독립운동사 책’에는 같은 사건이라도 여성의 활약상이나 이름 등이 소홀하게 취급되었다. 책의 서술 또한 남성 위주, 학식이 있는 사람,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역사의 조명을 받지 못했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독립운동사 속으로 불러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이 책은 크게 제1장 시대별로 본 여성독립운동, 제2장 신분별로 본 여성독립운동, 제3장 나라 밖에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대별에서는 여성의 근대교육이 태동하던 1910년 이전부터 광복을 맞이한 1945년까지를 다루었으며 특히 1910년대에는 3·1만세운동의 중심이었던 여학생들을 폭넓게 다루었다. 이 책에서 만세운동으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던 여학생 59명의 명단을 처음 공개하고 있으며, 배화여학교 만세운동 가담자 24명의 명단과 사진도 최초로 공개했다. 이 작업을 위해 이윤옥 작가는 국사편찬위원회 소장 일제감시대상인물카드(서대문형무소카드) 6,264장을 한 장 한 장 일일이 조사했다.

 

한편, 2장의 신분별에서는 기생 출신, 의사 및 간호사 출신, 해녀 출신, 교사 및 기자 출신, 노동자 출신, 의병 출신의 여성독립운동가 다수를 소개하고 있으며 3장에서는 이윤옥 작가 자신이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한 하와이의 전수산, 황마리아 지사를 비롯한 미주지역의 차인재, 이혜련, 차경신 지사, 러시아지역에서는 김알렉산드라, 이의순 지사, 중국지역에서는 임시정부에서 활약한 정정화, 연미당 등과 광복군으로 뛴 오희영, 신정완, 이월봉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을 골고루 다뤘다.

 

눈에 띄는 것은 부록 부분으로, 그간 흔히 접할 수 없었던 대한독립여자선언서를 ‘쉽게 읽는 대한독립여자선언서’로 다시 풀어쓴 문장을 전문 수록한 것을 비롯하여, 국가로부터 서훈을 받은 526명 여성독립운동가들의 가장 따끈한 정보 곧, 활동지역, 훈격, 포상일 (2021.3.31. 현재) 등을 작가가 직접 정리하여 실어둔 점이다.

 

 

 

또한 이윤옥 작가는 올해(2021) 3·1절에 뒤늦게 포상을 받은 홍범도 장군의 부인 단양이씨(애국장 추서)에 대해 ‘1908년 3월 함남 북청에서 남편 의병 활동 때문에 체포돼 비인간적 악행을 당했지만, 협박에 굴하지 않고 군사비밀을 지키며 자기 이로 혀를 끊고 벙어리가 돼 그 후유증으로 순국의 길을 걸었다’라고 소개하면서 단양이씨처럼 각 사건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대응해나가며 조국독립을 위해 헌신했는지를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에서 조목조목 밝혔다.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를 통해 독립운동사에서 뒷전에 밀려나 있던 여성들의 신념에 찬 활약과 조국광복에 대한 헌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윤옥 작가는 한국외대 연수평가원 교수를 역임하고 《문학세계》 시 부문에 등단한 시인으로 그간 여성독립운동관련 책으로 시와 역사로 읽는 여성독립운동가 열전 《서간도에 들꽃 피다》(전10권),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물사전》, 《46인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찾아서》 등 스무 권에 이르는 책을 집필하여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 이윤옥 지음, 도서출판 얼레빗, 값 20,000원, 2021.8.10

 

 

 

<일제감시대상인물카드> 6,264장 조사, 어렵지만 해냈다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 펴낸 이윤옥 작가 대담

 

 

- 그동안 여성독립운동가 관련 책을 많이 써왔는데 이번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을 쓰고자 했던 까닭은?

 

“한국독립운동사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여러 권 나와 있다. 하지만 이 책들을 보면, 같은 사건이라도 여성들의 이름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남성도 경우에 따라서는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책들은 ‘독립운동사’에 초점을 둔 것이라서 인물보다는 사건 중심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여성독립운동의 흐름을 이해하고 인물 전반을 아우르는 책의 출현이 절실해졌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

 

- 이 책에서 중점을 둔 부분을 말해달라

 

“제목에서처럼 ‘인물’에 초점을 두었다. 아무리 잘 정리된 독립운동사라고해도 ‘인물’이 빠지면 김빠진 맥주일 것이다. 그렇다고 사건과 인물을 동시에 아우르는 책을 쓰기는 쉽지 않다. 분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 석 자 정도 들어가는 게 기존의 독립운동사 기술 방법이었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의 이름이 ‘역사적 사건’에 비집고 들어갈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부터 인물을 고려한 여성독립운동사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활약한 여성을 전부 다룬 것은 아니다. 예컨대 여자광복군의 경우 32명이 서훈자인데 이들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기에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소개하고 나머지는 부록에서 다루는 식으로 접근했다.”

 

- 책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이번 책에서 특히 공을 들인 부분은 국사편찬위원회 소장 일제감시대상인물카드(서대문형무소카드) 6,264장을 일일이 조사하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을 통해 10대의 나이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던 59명 여학생의 신상을 처음으로 밝히게 되었다. 말이 6,264장이지 이 작업은 어지간한 인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지금 다시 하라면 손을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이 작업을 하면서 놀라웠던 점은 59명의 10대 소녀들이 서대문형무소에 수용되었었는데 아직도 30명이나 되는 소녀들이 미서훈자라는 사실이다. (2021.3.31.현재) 이것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녀를 따지지 말고 서대문형무소 수형자 카드 등에 대해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되고 연구돼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 앞으로 기획 중이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독립운동가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가 아니라 100여 년 전 조국광복을 위해 뛰었던 선열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과거의 이야기라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다. 400년 전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의 삶 속에 녹아 있듯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 역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그들의 삶이 조명돼야 한다. 문제는 독립운동가 이야기가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인기 책과는 거리가 멀기에 출판, 홍보, 배본 등에 힘에 부친다. 독지가들이 나서서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작가로서 힘이 될 것이다. 힘들어도 이 작업을 지속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