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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커피 소비가 늘면 함께 늘어나는 생산지 산림 파괴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59] <공정무역 커피와 착한 소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이길상 교수가 지난주 8월 19일에 ‘커피 세계사+한국 가배사’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저자는 “고종이 아관파천(1896년)으로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는 동안 커피를 즐긴 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 역사라는 주장이 오랫동안 받아들여졌다”라면서 “고종이 커피를 좋아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커피를 최초로 마신 조선 사람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라고 책에 썼다.

 

‘우리나라 커피 역사의 기원 고찰’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이길상 교수는 천주교를 통해 한국에 커피가 들어왔을 거라고 본다. 한국에 부임한 프랑스인 베르뇌 주교가 1860년 홍콩 주재 파리외방전교회 극동대표부에 보낸 서신에 다량의 커피를 주문한 기록이 있다. 당시 파리외방전교회는 중남미와 동남아 포교에 커피를 활용했다. 베르뇌 주교가 주문한 커피가 조선 땅에 도착한 것이 1861년이었으므로 이때 주교 주변의 신자들이 조선인으로선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길상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한국 커피 역사는 160년이나 되는 것이다.

 

커피는 이제 전통차를 제치고 전 국민이 애용하는 음료가 되었다. 필자가 사는 강원도 평창에서는 대부분 음식점에서 식사 뒤에 무료로 커피를 제공한다. 다른 지방에 여행해보아도 내가 즐겨 마시는 공짜 믹스커피는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커피 인심이 최고로 좋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커피를 얼마나 마실까?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커피 수입량이 세계 6위다. 국내 커피 산업의 시장 규모는 약 7조 원으로 추정되었다. 성인 1인당 연간 약 353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평균인 132잔의 3배나 되며, 1인당 커피 소비량으로 따지면 세계 제8위를 차지한다. 대한민국은 커피 대국임이 분명하다.

 

대도시에 있는 스타벅스나 에디야 등의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커피는 지역에 따라서 다르지만 5,000원 정도 된다. 커피값을 원가 분석해 보면 ‘커피의 원료를 생산하는 아프리카나 중남미의 커피 재배 농민이 받는 돈은 얼마나 될까?’, ‘커피 재배 농민들의 생활은 점점 나아지고 있을까?’ 같은 의구심이 든다.

 

일반 소비자들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내는 돈 가운데 첫 생산자인 커피 농부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90%는 다국적 기업인 커피 가공업자와 판매업자, 중간 상인의 몫이다. 소비자가 내는 커피 값 5,000원 가운데서 커피 농부에게 돌아가는 돈은 500원 정도에 불과하다니, 엄청난 불공정이 커피 무역에 존재한다.

 

이런 불공정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공정무역’이다. 무역의 혜택에서 배제된 개발도상국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정당한 보상을 해주자는 것이 공정무역의 핵심이다. 공정무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저개발국가 생산자들의 인권 침해, 농장 생태계의 파괴, 구조적인 빈곤 문제까지도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새로운 형태의 환경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공정무역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상품이 커피이다. 1988년에 커피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커피 값이 급락하자 네덜란드에서는 생산 농가를 위해 공정한 값에 커피를 사는 막스 하벌라르(Max Havelaar)라는 단체가 결성됐다. 이 단체가 벌인 커피 구매 운동이 공정무역 커피의 효시로 알려졌다.

 

 

공정무역은 커피에서 출발하였지만 초콜렛, 설탕 등 다른 분야로도 확산하였다. 소비자들이 쉽게 공정무역 제품을 구별하기 위하여 공정무역 마크가 등장하였다. 현재 사용하는 공정무역 마크는 1988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전 세계 공정무역 관련 단체들이 연합하여 국제공정무역기구(FI)를 독일에 설립하고 공정무역 인증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공정무역 마크가 표시된 제품은 식음료, 목화와 의류, 그리고 공정무역 인증 금으로 만든 액세서리와 다른 귀금속까지 다양하며 3만 개가 넘는다. 전 세계적으로 120개가 넘는 나라에서 공정무역 마크가 표시된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공정무역 제품이 등장한 것은 2003년 9월 '아름다운 가게'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수입한 수공예품을 판매한 것이 처음이다. 2004년 '두레생활협동조합'에서 필리핀의 마스코바도 설탕을 수입하여 판매하였고, 2005년 11월부터 한국YMCA에서 아프리카의 커피를, 2006년 6월부터는 두레생활협동조합에서 팔레스타인의 올리브유를 수입하여 판매하였다.

 

2020년 현재 한국공정무역협의회(KFTO)에는 아름다운가게, 한국YMCA,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두레생활협동조합, iCOOP생협 등 11개 단체가 가입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21개 업체가 커피, 차, 초콜릿, 건과, 면화, 설탕, 향신료, 오일, 스낵 등 500여 개 공정 무역 제품을 팔고 있다. 어느 회사나 단체에서 공정무역 마크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에 연락을 취하여 검토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정무역 커피의 생두값은 일반 커피보다 10~30% 더 비싸다. 그렇지만 커피의 최종 소비자들이 약간 비싸지만, 공정무역 커피를 선택한다면 커피 생산 농부를 돕고 지구 환경을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를 ‘착한 소비’라고 일컫는데, 착한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면 기업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커피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커피 소비가 증가할수록 생산지의 환경 파괴는 피할 수가 없다. 커피 소비량이 증가할수록 원두 재배지가 확대되고, 이에 따라 산림 파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변화로 인하여 열대 지방의 커피나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2019년 영국 큐 왕립식물원과 에티오피아 연구진이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2040년이 되면 아라비카나 로부스타 커피종이 사실상 멸종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아라비카를 포함한 야생 커피나무 품종 60%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었다. 착한 소비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커피 업계에서도 대안을 연구하였다.

 

‘World Today’지는 2021년 5월 21일 미래의 커피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를 보도했다.

(https://www.iworld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401762)

 

“커피업계에서도 환경문제에 대응할 '대체 커피'가 등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아토모 커피'(Atomo Coffee)다. 커피 원두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아토모 커피는 공동 설립자인 클레이치(Andy Kleitsch)와 스탑포스(Jarret Stopforth)가 만들었는데 이들은 식품 과학자와 화학자이다.

 

친구 사이인 이들은 커피 원두를 쓰지 않고 해바라기 씨앗 껍질과 수박씨를 재활용해 커피 맛을 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아토모 커피는 일반적인 커피와 다를 바 없는 향과 맛을 내고, 카페인도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이들은 2019년에 크라우드펀딩을 통하여 자금을 확보하고, 2021년에 아토모 커피를 출시하였다. 새로운 커피의 맛과 향은 어떨까?

 

아토모 커피는 워싱턴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는 스타벅스 커피를 비교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 결과를 보면 70% 이상의 학생들이 스타벅스 커피보다 아토모 커피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학생은 아토모 커피가 부드럽고 탄 맛이 덜하다는 점을 선택 이유로 들었다.“

 

필자는 아직 아토모 커피를 맛보지는 않았지만, 기대된다. 기후 변화와 산림 파괴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된 아토모 커피는 과연 커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까? 설립자인 앤디 클레이치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커피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다. 테슬라 전기차나 가스 차를 선택할 수 있듯, 우리는 지속할 수 있는 선택을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21세기 최대의 환경문제인 기후변화는 커피 업계에도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