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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모양 띠고리 – 청동으로 만든 허리띠 장식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추천 소장품 7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동물모양 띠고리[動物形帶鉤]는 옷을 여밀 때 쓴 갈고리 모양의 허리띠에 딸린 것입니다. 우리나라 원삼국시대에 주로 사용했으며, 한쪽은 갈고리모양의 걸쇠, 다른 한쪽은 원형 혹은 타원형 고리로 되어 있어 서로 걸게 만들었습니다. 가죽이나 천으로 된 허리띠는 땅속에서 썩어 남아있지 않고 금속 부속구만 현재까지 전합니다.

 

우리나라의 동물모양 띠고리는 대부분 청동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동물모양 띠고리가 사용된 원삼국시대는 철기가 보급되며 청동기 사용은 줄어든 시기였으나, 일부 장신구나 작은 부품은 계속 청동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제작 공방 터나 도구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띠고리에 남아 있는 흔적으로 합범(合范), 즉 두 개의 거푸집을 이용하여 주조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동물모양 띠고리는 걸쇠를 동물모양으로 장식한 것이 특징입니다. 앞면에는 동물의 옆모습을 표현하였고, 오목한 뒷면에는 가죽띠와 연결하기 위한 고정쇠를 달았습니다. 동물의 가슴 앞쪽으로 끝이 구부러진 긴 막대를 연결하여 걸쇠를 만들었습니다. 동물 장식의 형태에 따라 호랑이모양 띠고리[虎形帶鉤]와 말모양 띠고리[馬形帶鉤]로 구분합니다.

 

 

 

호랑이모양 띠고리

 

호랑이모양 띠고리의 호랑이는 앞다리와 뒷다리를 접어 웅크리고 앉아 있는 옆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크게 벌린 입에는 뾰족한 이빨을 새겨 넣어 사납게 포효하는 듯한 생동감을 더했습니다. 얼굴과 목, 허리, 엉덩이에는 기하학적인 무늬를 새겨 장식하였습니다. 얼굴에는 초승달모양으로, 목ㆍ허리ㆍ엉덩이에는 긴 띠 모양으로 바깥 선을 긋고 그 안에 짧은 직선이나 쐐기무늬 등을 빼곡히 새겼습니다. 눈이나 귀, 발 등 작은 부위도 세심하게 표현하였습니다. 보통 꼬리는 엉덩이 위쪽에서 둥글게 말리도록 표현하였으나, 청주 오송 유적에서는 꼬리 위에 새끼 호랑이를 태운 독특한 형태의 띠고리가 발견되었습니다.

 

호랑이모양 띠고리는 무덤의 껴묻거리로 1~2점 정도 부장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출토된 수가 많지 않고 주로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확인되고 있어, 말모양 띠고리에 견줘 제한적으로 쓰인 것으로 보입니다.

 

 

 

말모양 띠고리

 

말모양 띠고리에는 다리를 쭉 펴고 선 말의 옆모습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긴 목에는 갈기가 표현되어 있으며, 허리는 잘록하고 엉덩이에 달린 짧은 꼬리는 위로 살짝 들려 경쾌한 느낌을 줍니다. 다리는 무릎 부위를 툭 튀어나오게 만들어 관절을 표현한 경우가 많습니다.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는 얇은 청동 판으로 이어 띠고리를 견고하게 만들고, 거기에 무늬를 넣어 장식성을 높였습니다.

 

말모양 띠고리는 기하학무늬로 장식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앞의 것은 어깨와 허리ㆍ엉덩이에 긴 선을 그어 띠 모양으로 구획하고, 그 안에 직선이나 삼각형ㆍ쐐기ㆍ격자 등 다양한 무늬를 넣었습니다. 또 갈기에 짧은 선을 넣어 풍성한 느낌을 살리거나, 목을 따라 작은 점이 점점이 이어진 점렬무늬를 장식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무늬들은 안장, 다래 등 말갖춤의 모양새와 비슷합니다. 영천 어은동 유적 등에서 출토된 말모양 띠고리의 말 얼굴에 굴레가 새겨진 것으로 볼 때 말모양 띠고리의 무늬는 말갖춤을 표현했을 가능성이 매우 커 보입니다.

 

말모양 띠고리는 영남지방과 호서지방에서 주로 출토되었습니다. 무덤의 껴묻거리로 1~2점이 부장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호랑이모양 띠고리와 함께 묻힌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발굴 조사된 수량이 급증하면서 연기 응암리 가마골 유적에서는 주거지에서 20여 점, 환호에서 2점이 확인되었고, 천안 청당동 5호 무덤에서는 11점이 한꺼번에 출토되는 등 말모양 띠고리의 출토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동물모양 띠고리의 기원

 

동물모양 띠고리는 호랑이, 말 같은 동물을 제작동기로 장식했다는 점에서 일찍부터 북방 초원 유목민 문화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되어 왔으나, 구체적인 근거나 연결고리가 제시된 바는 없습니다.

 

최근 동물모양 띠고리의 출토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원에 관한 연구도 함께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동물모양 띠고리가 사용되던 당시 북방 초원지대에서는 장방형의 동물 장식 띠고리[動物裝飾帶扣]가 쓰였다고 합니다. 이것 역시 동물을 장식 동기로 사용하였지만, 장방형 혹은 원형의 틀 안에 동물의 형상을 표현하였고, 걸쇠를 고정하는 방식도 우리나라의 동물모양 띠고리와 다릅니다.

 

그보다는 같은 시기 중국에서 유행한 고리형 띠고리와 고정 방식이 비슷하며, 중국 동북 지방에서는 우리나라의 동물모양 띠고리와 비슷한 유물이 발견되었습니다. 곧 동물모양 띠고리는 중국의 띠고리 문화와 북방 초원문화의 장식 동기브가 결합되어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특징을 가진 유물로 재창조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