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5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방영기 “우리 소리를 찾아서”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6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까지는 제7회 벽파(碧波) 전국 국악제전에서 초한가(楚漢歌)를 불러 영예의 대상을 받은 최은서 교사와의 대담내용을 소개하였다. 현재 서울《한성 여중》의 과학교사로 서도소리를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 초한가는 서도의 좌창으로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와 항우의 싸움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라는 이야기, 학교 선생님이 국악을 배우게 되면 학교의 문화는 자연스럽게 바뀌어 간다는 이야기, 한국인의 우월한 유전자가 만든 노래가 바로 우리 민요이며 전통음악이란 점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방영기 명창의 정례발표 공연 <2021년도 우리소리를 찾아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방영기 명창은 성남에서 태어난 명창으로 전국 국악경연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이후, 이를 계기로 더더욱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 스스로 발표회를 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 왔다는 것이다. 항상 결실의 계절 12월이 되면 해마다 공부해 온 것을 공개적으로 발표해 온다.

 

이번 제21회 발표회는 벽파 전국국악제전이 열리던 날, 곧 작년 12월 5일 성남아트센터에서 가졌는데, 그는 해마다 자신의 정례 개인발표회를 실시해 온 명창으로 유명하다.

 

 

악기를 연주하는 잽이나, 성악을 전공하는 소리꾼이 해마다 자기의 무대를 만들어 발표회를 치른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아직도 개인 발표회를 경험해 보지 못한 국악인들이 많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이처럼 개인발표회를 연다는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그의 21회 정례발표회가 갖는 노력의 결정이나 실력, 또는 용기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가가 짐작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독자적인 자신의 음악회를 정기적으로 열겠다고 결심한 배경도 남다르다. 이와 함께 스스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통사람의 경우와는 달라 주목을 받는 소리꾼이 바로 성남의 방영기 명창이다.

 

그런데 문제는 불청객 코로나19라는 돌림병이 발표공연을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점차 가라앉는 추세가 아니라 더욱 확산하고 있어서 더더욱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각 분야가 매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오랜 기간, 힘들게 연습하고 호흡을 맞추어 온 발표공연이 막을 올리게 될 것인지?, 아니면 무한정 연기될 것인지?

 

다행히 당국이 공연 허가를 한다고 해도 객석은 비워두거나 혹은 소수의 인원으로 제한을 받는 상황이니 이를 어쩔 것인가?

 

정부도 그렇고,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도 “모두가 함께한다”라는 의식보다는 되도록 함께하지 않는 방향이 강조되는 상황이어서 정치, 사회, 교육계 등 각 분야가 심각하다. 여기에 객석이 닫혀있는 문화예술계의 타격도 여간 심각하지 않다. 모두가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다행히 방영기의 공연은 제한적으로 허락이 되었고, 유튜브를 통해 감상이 가능했던 것이다.

 

<선소리산타령 보존회 성남시지부(지부장, 방글)>가 주최하는 방영기의 '우리소리를 찾아서'라는 공연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된 '선소리산타령' 공연을 통한, 회원들의 전승의지 부여와 창작의욕 드높임으로, 성남 지역의 전통문화 위상을 드높이고자 마련하고 있는 공연이다. 이 행사를 주최하고 추진해 온 지부장의 말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방영기 명창은, 성남에서 태어나 5대째 200여 년 동안 성남 이무술(이매동)마을에서 살아온 토박이 소리꾼으로, 전국민요경창대회에서 1999년 대통령상을 받아 명창이 된 우리고장이 낳은 천상의 소리꾼입니다. 특히 방 명창은 사라져 가던 '판교쌍용거 줄다리기'라든가, '이무술 집터다지는소리' 등 고장의 향토 민속놀이를 복원하고 재현하는 사업 등 향토전통문화 발전에 기여해 온 분입니다.”

 

 

주요 발표 종목을 소개해 보면 우선, 경기ㆍ서도지방의 ‘선소리 산타령’을 20여 명의 제자들과 함께 부르고, 경기민요와 경기좌창, 가야금병창이 이어지며, 특별초대 손님인 서도소리 최정상급 유지숙 명창이 ‘산염불’, ‘잦은염불’, ‘양산도’, ‘연평도난봉가’, 사설난봉가‘ 등을 불렀다.

 

마지막 순서는 성남의 대표적인 공연 종목 <이무술 집터 다지는 소리>를 동 보존회의 재현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이 가운데서 지역의 집터 다지는 소리는 농촌이 하루아침에 현대화되는 환경 속에서, 새롭게 발굴한 종목이어서 매우 관심을 끄는 소리였다. 집터 다지는 소리를 ‘지경다지는 소리’라고 했다.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당시에도 전국에서 올라온 일꾼들은 함께 줄을 꼬고, 땅을 다지며 <초지경소리>, <자진지경소리> 등을 불렀다고 한다.

 

 

민가(民家)를 새로 지을 때도 터를 잡고, 그 일대의 지반을 튼튼하게 다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칫, 이 과정을 소홀히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사상누각(砂上樓閣),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격이다. 우리의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이다.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함은 백번, 천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땅을 다진다는 노동, 곧 큰 돌을 힘들게 들어 올리고, 동시에 내려놓는 중노동은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구성원 모두가 함께 장단을 타고 소리를 내야 한다. 이러한 작업에 장단이 없고 노래가 없다면, 그 힘든 그 과정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능률과 성과를 올리기 위한 합창의 소리가 바로‘집터 다지는 소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