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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세계동물권리선언’의 현실적인 고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2003년 경부고속전철 공사 과정에서 제기된 천성산 터널 중단 소송에서 도롱뇽은 원고 자격이 없으므로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소송이 각하된 판례를 소개한 바 있다. 기존의 법에서는 자연(산, 강, 땅)과 동식물(나무, 개, 소)은 사람의 소유물로 본다. 그러므로 현행법에서는 도롱뇽의 주인이거나 도롱뇽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손해를 보는 사람만 소송을 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도롱뇽 자체는 법적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해석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2013년에 서울대공원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낸 이후 돌고래의 생존권에 관한 관심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 연안에만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는 과거 제주도 전역에서 1,000마리 이상이 발견됐지만, 현재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 부근에 120여 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체 수가 급격히 줄면서 2019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남방큰돌고래를 준위협종(멸종위기직전의 상태)으로 분류했다.

 

무분별한 선박 관광과 해상풍력발전 등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으로 지정해 보호하려는 방안이 제주도 국회의원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2022년 2월9일 생태법인 입법정책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진희종 박사(제주대 강사, 생태법인 연구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제주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생태법인(Eco Legal Person)제도를 제안했다.


 

 

생태법인이란 법조인에게나 환경운동가에게나 생소한 개념이다. 생태법인은 인간이 아닌 자연물이나 동식물 가운데서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대상에 대해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처럼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인간 외의 존재에 부여하는 법인격이 생태법인이다. 돌고래 같은 동물이 생태법인으로 지정되면 서식 환경이 악화하는 등 권리를 침해받을 때 후견인을 통해 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

 

기독교의 영향을 받는 서양에서는 한때 동물을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로 생각하였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동물을 기계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는데, 동물은 자신을 의식하지 못하고 따라서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19세기 다윈은 동물이 진화하여 인간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진화론에 의하면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질적(質的)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고 양적(量的)인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자는 동물권리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은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세계동물권리선언’이 발표된 1978년 10월 15일이다. 동물권리선언의 일부를 소개한다.

 

제1조 모든 동물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한 생명권과 존재할 권리를 가진다.

제2조 인간은 다른 동물을 몰살시키거나 비인도적으로 착취할 권리가 있다고 해서는 안 된다. 모든 동물은 인간의 관심과 돌봄 그리고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3조 어떤 동물도 잘못된 처우나 잔인한 행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동물권리선언 이후 유럽이나 미국 일부 주에서는 법을 제정하여 축사에서 소와 돼지, 닭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키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끓는 물에 바로 넣는 요리법을 금지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살아 있는 연어를 절단하기 전에 마취를 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1년에 영국의 동물복지부에서는 문어, 오징어, 바닷가재, 게 등을 지각 있는 존재로 인정하고 이들 동물에 대해서 동물복지법안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영국 의회에서는 동물복지법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아직 법률로 제정되지는 않았다.

 

동물의 권리에 관한 가장 뜨거운 논란은 식용견 문제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은 개를 먹는 미개한 나라”라는 외국 동물보호단체의 항의가 이어졌다. 당시 정부는 개고기를 파는 식당을 외곽으로 옮기도록 하고 ‘보신탕’이라는 이름을 ‘보양탕’ 또는 ‘사철탕’이라는 단어로 바꾸도록 권고했다. 공무원들에게 개고기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식량이 부족했던 옛날에 개고기는 중요한 식품으로 인정되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어렸을 때에 외과 수술을 받은 뒤에 빠른 회복을 위해 의사가 보신탕을 권고하였다. 단백질 공급원이라는 측면에서 개고기는 소고기와 다를 바가 없는 음식의 일종이었다. 이러한 전통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서울올림픽이 끝나자 개고기 소비량이 다시 늘어났다. 1997년 한 전통주 제조업체는 아예 공개적으로 “보신탕, 이제 떳떳하게 먹자”라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서울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2001년에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우리나라의 개고기 문화에 대해서 비판을 한 적이 있다. 동물애호가인 바르도는 “월드컵을 유치하려면 보신탕을 먹지 말라”라는 편지를 한국월드컵축구 유치위원회에 보냈다. 그러나 막상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거위 간 요리인 푸아그라는 동물학대의 결과가 아니냐는 반격에 답변을 못 하였다.

 

요즘에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동물의 권리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9월에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그러자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개 식용 금지는 국민의 기본권과 직업선택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였다. 문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당시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가가 개인의 취향이나 식습관까지 규제할 권리는 없다”라고 반대 성명을 내었다.

 

대선 후보들의 입장은 어땠는가? 이재명 후보는 “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이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개 식용은 사회적 폭력일 수 있다”라며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찬성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는 본인이 반려견을 키우고 있지만 “개 식용은 반려동물 학대가 아니라 식용개는 따로 키우지 않나”라며 “개 식용을 개인적으로 반대하지만, 국가 시책으로 하는 건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이 수렵ㆍ채집 생활에서 벗어나 농사를 짓는 정착 생활을 한 것은 불과 1만 년 전이다. 농사와 함께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여서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문명이 발달하게 되었다. 육식의 대안으로서 채식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인류가 채식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고 본다. 가축 동물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인류가 육식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UN의 1978년 ‘세계동물권리선언’은 1948년의 ‘세계인권선언’만큼이나 이상적인 목표를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의 권리를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를 일으킨다. 개의 생존권을 위해 개고기를 금지한다면 소의 생존권을 위해 소고기도 금지할 것인가? 닭의 생존권은? 고등어의 생존권은?

 

인간은 생태계의 구성 요소이다. 모든 생태계에는 먹이사슬이 있다. 사자는 영양을 잡아먹고 황새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코끼리는 하루에 400kg의 풀과 나뭇잎과 열매를 먹어야 살아갈 수 있다. 영양을 잡아먹는 사자를 잔인하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생태계 먹이사슬의 끝을 차지하고 있는 인간은 잡식성이다. 인간은 어금니와 송곳니를 함께 가지고 있다. 송곳니는 육식에 필요하며 어금니는 채식에 필요하다. 동물의 고기를 먹고 식물의 잎과 열매를 먹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맞는 일이다. 생태계의 원리로 볼 때 동물의 권리를 지나치게 보호할 수는 없다고 본다. 개고기 식용 논란을 보면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