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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소나무를 버리지 않는 건 그림자뿐

윤향기, <그림자>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9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그림자

 

                                   - 윤향기

 

   친구도 애인도 모두 떠나고

   오랜 직장까지 날 외면해도

   병든 소나무를 버리지 않는 건

 

   오직 하나

 

   너

 

 

 

 

‘그림자’의 일반적인 풀이는 “빛이 물체를 비출 때 빛을 가려 반대편에 나타나는 검은 형상”이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그림자를 안고 다닌다. 하지만, 그 그림자는 빛이 있을 때 생기는 것이요. 빛이 없다면 그림자는 없다. 그리고 그 빛이 강할 때 그림자도 선명해지고, 빛이 약하면 그림자가 보이는 듯 마는 듯하기도 하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카를 융(Carl Jung)은 "모든 사람은 그림자를 지며, 개인의 의식 생활에서 구현이 적을수록, 그것은 검어지고 어두워진다."라고 말했다.

 

호프만슈탈이 대본을 쓰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가 작곡하여 1919년 초연한 오페라 <그림자 없는 여인>이 있다. 어둠 속에서 영혼 세계의 사자가 나타나 황후에게 3일 안에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황제가 돌이 된다고 알려주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이 오페라의 중심이다. 그녀는 인간 세계로 내려가 바라크의 아내에게 그림자를 팔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고 꼬드긴다. 바라크의 아내가 그림자를 팔기로 하여 그녀의 그림자는 없어지고, 바라크와 그의 아내는 땅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 황후는 바라크 아내의 그림자를 갖지 않겠다며 진실한 마음으로 되돌아간 뒤 황제에게 그림자가 다시 생겨나고 바라크와 그의 아내도 재결합하는 것으로 오페라는 끝난다. 오페라에서 그림자는 자신의 진실한 마음에서 찾는다.

 

여기 윤향기 시인은 그의 시 <그림자>에서 친구도 애인도 모두 떠나고 오랜 직장까지 자신을 외면한다고. 고백한다. 그런데도 자신 곧 ‘병든 소나무’를 버리지 않는 건 오직 하나 자신의 ‘그림자’만 남았다고 속삭인다. 그나마 ‘그림자’가 시인을 버리지 않은 것은 시인이 진실한 마음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임을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그림자 없는 여인>은 말해주고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