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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옛날에는 니가 내 신랑했다

허홍구, <소꿉친구 분이>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9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소꿉친구 분이

 

                                 - 허홍구

 

   기억 더듬어 찾은 이름

   일곱여덟 살쯤에

   옆집 살던 분이!

 

   이제 여든을 바라보는

   할매가 되었더라

 

   옛 동무가 생각났다는 듯

   날 보고 무심히 던지는 말

 

   “옛날에는

   니가 내 신랑했다 아이가”

   이칸다.

 

   찌르르한 전류가 흐르더라.

 

*이칸다= 이렇게 말하더라(경상도 방언)

 

 

 

 

한 블로그에는 “57년 전 헤어진 뒤 반세기 만에 ‘깨복쟁이’와 통화했다.”라는 얘기가 보인다. 여기서 ‘깨복쟁이’란 “옷을 다 벗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함께 놀며 자란 허물없는 친구”를 뜻한다. ‘깨복쟁이’와 비슷한 말로는 불알친구ㆍ소꿉동무 등이 있고 한자성어로는 대나무 말을 타고 놀던 옛 벗 곧 어릴 때부터 같이 놀며 자란 친구를 뜻하는 ‘죽마고우(竹馬故友)도 있다.

 

어렸을 때 이웃에 살던 그리고 옷을 벗고도 부끄럽지도 않던 소꿉친구와는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모래 집짓기 따위를 하며 놀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늘 빼먹지 않았던 것은 소꿉놀이였다. 현대에 오면서 소꿉놀이도 발전하여 인터넷이나 대형마트에서 소꿉놀이 꾸러미를 쉽게 살 수 있지만, 예전엔 그저 풀이나 흙이 먹거리를 대신했고, 그릇이나 솥은 조개껍데기가 대신했다. 그리고 소꿉놀이의 백미는 ’역할놀이‘였다. 나는 아빠가 되고 이웃집 분이는 엄마가 되었다.

 

여기 허홍구 시인은 그의 시 <소꿉친구 분이>에서 기억을 더듬어 찾은 옆집 살던 소꿉놀이 벗 분이는 이제 여든을 바라보는 할매가 되었더라고 고백한다. 예전의 분이가 아닌 그저 할매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 분이는 내게 옛 추억을 끄집어내 “옛날에는 니가 내 신랑했다 아이가”라고 말했단다. 그러면서 그 여든을 바라보는 할매 분이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찌르르한 전류가 흐르더라”라고 속삭인다. 분이의 목소리가 전류가 되어 내 가슴을 찌르르하게 만들었다면 여든을 바라보아도 만날 만하지 않은가?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