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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그리고 행사

정광수 명창 이을 소리꾼들 탄생

‘제2회 정광수 전국판소리경연대회’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서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아직도 햇볕이 쨍 내리쬐는 한낮에는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여름의 끝자락에 명창 정광수를 기리는 <제2회 정광수 전국판소리경연대회(대회장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가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렸다. 종로구청(구청장 정문헌)이 주최하고 (사)정광수제판소리보존회(이사장 정의진)가 주관하여 9월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성황리에 열린 것이다.

 

과연 ‘정광수’는 어떤 분인가? 정광수(丁珖秀, 1909년 ∼ 2003년)는 철종ㆍ고종 때의 명창 정창업의 손자로, 15살 때 국창 김창환에게 ‘춘향가’를 공부하면서 소리에 입문했고, 28살 때 유성준 명창에게 ‘수궁가’와 ‘적벽가’를, 정응민 명창에게 ‘심청가’를, 이동백 명창에게 ‘적벽가’ 가운데 ‘삼고초려’ 대목을 공부했다.

 

 

한때 대동가극단에 참여해 임방울ㆍ이화중선ㆍ박초월 명창과 함께 활동했으며, 1939년 동일창극단에 참가하기도 했으나, 판소리의 전통을 고수하려는 노력을 버리지 않았다. 8·15광복 뒤 광주에서 광주국악원을 창설하고 후진을 양성하다가, 1964년 유성준제 ‘수궁가’로 인간문화재로 지정되었고, 1974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명창 정광수는 판소리의 양대 산맥인 동편제와 서편제를 아우른 명창으로 인정받아온 것은 물론 2003년 박동진 명창이 세상을 뜬 뒤 국악인들 사이에 판소리계의 현존하는 가장 큰 어른으로 모셔졌던 판소리계의 거장이다.

 

이 정광수 명창의 뒤를 딸 정의진 명창이 이어왔으며, 2021년 (사)정광수제판소리보존회를 설립하고 정광수 명창을 소리를 잇기 위한 <정광수 전국판소리경연대회>를 열어 올해로 그 두 번째 대회를 치른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아직 코로나19 상황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120여 명의 경연자가 몰리는 등 대 성황을 이루었다.

 

17일 아침 9시 30분에 열린 개막식에서 대회장을 맡은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제2회 정광수 전국판소리경연대회는 서편제의 거장 정창업ㆍ정학진ㆍ정광수ㆍ정의진 명창으로 전승된 판소리 4대 가문의 경연대회다. 이 경연대회가 판소리 유파별 전승 보존과 판소리 인재발굴의 주춧돌이 되어 우리 전통예술의 원형을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이어지는 토대가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또 (사)정광수제판소리보존회 정의진 이사장은 “4대 판소리를 이어온 집안으로 이 정광수 전국판소리경연대회는 부친인 양암 정광수 선생님의 판소리가 전승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제 제2회로 비록 시작에 불과하고 미미하게 보일진 모르지만, 그 끝은 창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번 경연도 공정한 심사에 중심을 두었음을 참가한 경연자가 느낄 수 있도록 했는데, 본선 5명의 심사위원이 각자 태블릿 컴퓨터에 점수를 입력하면 바로 주최 쪽에 합산되고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점수가 공개되어 한 치의 잘못도 끼어들 수가 없게 만든 방식이다. 그에 더하여 심사위원의 제자는 경연에 참여할 수 없게 만든 점도 부정 요소를 크게 줄여준 방식이 되었다.

 

경연이 모두 끝나고 심사과정을 설명한 심사위원장 김세종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는 “고등부의 공연 수준이 일반부 경연자와 겨룰 정도로 뛰어났다. 이번 대회를 보며 우리 국악, 특히 판소리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경연에서 눈에 띈 것은 다문화부에 참가한 프랑스에서 온 빅토린 블라보(Victorine VLAVO) 씨였다. 그는 분명한 발음으로 사설을 소리했으며, 아니리(말)와 너름새(몸짓)도 자연스럽게 해내 경연 어떤 참가자들보다도 관객들의 큰 손뼉을 받았다. 빅토린 블라보 씨는 “이렇게 상을 받게 된 데는 민혜성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은 덕분이며,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소리를 공부할 생각입니다. 또 나아가 흥부가 전부를 공부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외국인이 K팝에 빠지는 경우는 흔할 일이지만, 이렇게 한국의 전통문화에 몰입돼 공부하는 모습에 많은 청중이 탄복한 것으로 보인다.

 

 

저녁 4시 15분에 열린 시상식은 수상자들과 가족들로 공연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은 서지원 씨가 받았고, 고등부 대상은 이다연, 중등부 대상은 임정민, 초등주 대상은 이지율 학생이 받았다. 또 신인부 대상은 박명섭 씨, 장년부 대상은 유복귀 씨, 다문화부 대상은 빅토린 블라보 씨가 받았다.

 

춘향가 가운데 ‘향단으게’를 불러 일반부 판소리 대상을 받은 서지원 씨는 시상식이 끝난 직후 “대상까지 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소리 공부를 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목표는 어떤 경연대회에서 상을 타겠다는 욕심보다는 내 삶의 끝까지 소리와 함께하는 모습이 되도록 노력하는 데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보통의 소리꾼들과는 달리 소박하지만, 감동스러운 서지원 씨의 꿈이었다.

 

 

 

경연 내내 관중석을 차지한 청중들은 “1청중, 2고수, 3명창”이란 속담을 증명하듯 ‘잘헌다, 으이, 아먼, 그렇지’ 등 추임새를 끊임없이 토해내 경연 분위기를 이끌었다. 역시 추임새가 우리문화의 고갱이임을 여실히 보여줌을 증명하였다.

 

<제2회 정광수 전국판소리경연대회>는 주관자인 (사)정광수제판소리보존회 정의진 이사장의 염원처럼 정광수 명창의 소리가 후대까지 길이 전승되는 그 바탕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