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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황포돛배야, 두물머리 강변에 살자> 열려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1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제30회 임방울 국악제에서 대상에 오른 최잔디 명창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20년 전부터 임방울대회 중등부와 고등부 금상을 비롯하여, 전주대사습, 동아국악콩쿠르에서 수상한 이야기와 함께 공연실적이나 주요 작품에 출연경력도 화려하다는 이야기, 임방울 대회에서 부른 ‘심봉사, 눈뜨는 대목’의 사설에는 <장한가>의 한 구절인 “부중생남 중생녀(不重生男重生女)”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남자아이 생산에 힘쓰지 말고, 여자아이 생산에 힘쓰라는 뜻이라는 이야기, <춘향가>에도 월매가 “남원읍내 사람들, 나의 발표헐 말 있네. 아들 낳기를 심을 쓰지 말고, 춘향 같은 딸을 낳아 곱게 곱게 잘 길러”라는 말이 나온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경기도 양평 강가에 있는 두물머리, 곧 양수리에서 열리는 축제, <황포돛배야, 두물머리 강변에 살자>를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경기도 양평 들머리에는 양수리(兩水里), 우리말로는 ‘두물머리’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두 물줄기가 하나를 이루는 곳이기에 매우 널리 알려진 유명한 곳이다. ‘두 물줄기’ 가운데 하나는 금강산(金剛山)에서부터 흘러내린 북한강의 물줄기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강원도, 검룡소(儉龍沼)에서 시작된 남한강 물줄기인데, 이곳에서 두 물줄기가 만나 하나를 이루고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두물머리, 또는 양수리라는 이름인 것이다.

 

 

원래 이곳은 오래전부터 서울의 뚝섬이나 마포나루를 이어주던 매우 번창했던 이름난 나루터였다고 하는데, 팔당댐이 완공됨에 따라 고기잡이나 선박의 건조가 금지되면서 배가 오고 가지 못하게 되었다. 배가 왕래하지 못한다면 나루터로서의 기능은 자연적으로 상실되는 것이다. 두 물줄기가 하나로 합수되는 이 지역이 비록 나루터로서의 기능은 상실했지만, 주위의 경관이 워낙 아름다운 관광 명소이기에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의 볼만한 경관이라 함은 첫째로 아침에 피어나는 물안개를 꼽고, 둘째는 강가에 늘어서 있는 수양버들이 바람을 타고 흔들거리는 자태와 곡선미를 한껏 뽐내고 있는 모습이다. 곡선미와 관련해서는 전통가곡의 첫 곡, 초수대엽의 곡풍을 상기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초수대엽은 ‘장수선무(長袖善舞) 녹유춘풍(綠柳春風)’으로 표현되는 노래다. 장수, 곧 긴 소매를 뿌리며 아름답게 추는 춤과 같은 곡풍이며, 푸른 녹유, 곧 푸른 버들이 봄바람에 자연스럽게 흔들거리는 모습이라는 표현이 마치, 양수리 강가에 늘어서 있는 수양버들과 봄바람의 관계처럼 아름다운 분위기가 상상될 것이다.

 

그다음 거론되는 경관은 수령 400년의 느티나무 자태가 강을 바라보고 서 있어서 이 또한, 볼만한 모습이고, 넷째는 해넘이의 모습, 곧 해가 넘어 갈 무렵에 강 위로 비치는 모습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이 광경을 놓치지 않는다.

 

 

그 밖에 두물머리 인근 주변에는 경기도의 기념물이나 문화재 등이 있고, 두물 워크샵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어서 언제나 이 지역은 외지에서 몰려드는 인파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때를 같이 하여 가을의 정취 속에서 전통적인 지역의 축제, <황포돛배야 두물머리 강변에 살자>가 열렸다. 이 행사를 열심히 준비하고 주관해 오고 있는 소리꾼은 고 이은관 명창의 애제자, 전옥희 명창이다.

 

그는 행사 준비가 어려웠으나, 지난해에 양평군 문화재단이 설립되면서 군청과 재단(財團)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다소 흡족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현재 양평군에서 가장 큰 전통문화 예술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라고 전해 준다.

 

전옥희 명창은 지역의 소리꾼이면서 현재 국가무형문화재《서도소리》의 이수자 겸, 평안남도의 무형문화재《향두계놀이》의 이수자며, 국립무형유산원 출강, 사회교육강사 등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우리음악에 대한 열정과 실력을 갖춘 소리꾼으로 《배뱅이굿 역사》라는 출판물을 비롯하여, 경기지방의 민요창과 서도소리, 신민요의 음반 제작 등으로 호평을 받는 사람이다.

 

이날의 축제장에는 양평 군수를 비롯한 지역 유지들이 수령 400년을 자랑하는 느티나무 아래에 모여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간단한 의식을 치른 다음, 무대가 마련된 공연장으로 옮겼다. 먼저 양평 군수의 환영사와 글쓴이의 축사에 이어 사회자의 능숙한 진행에 따라 여러 가지 행사들이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원래 제1부 행사에는 황포돛배 재현사업과 뱃사공의 음식 재현 모습 등이 전옥희 명창과 동료 소리꾼들, 그리고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계획이 되어 있었고, 이어서 지역의 마지막 뱃사공으로 유명한 이귀현 씨가 그물을 던져 고기잡이하는 모습의 재현과 떡뫼를 쳐서 인절미를 만드는 모습, 그리고 배춧국을 끓여 여럿이 함께 나누어 먹는, 그야말로 순수하면서도 단란한 어촌의 풍습을 오늘에 다시 볼 수 있도록 계획이 되어 있었는데, 며칠 전 이태원 참사로 인해, 안타깝지만, 제1부의 행사는 생략된 것이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양평지역에서 행해오던 미풍양속(美風良俗)이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 것만으로도 이번 행사는 충분히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축제 제2부에서는 국악한마당이 열렸다. 소리꾼들은 돌아가면서 ‘뱃노래’를 부르고, ‘한강수타령’이나 ‘연평도 난봉가’ 등을 율동과 함께 신명 나게 불러서 객석으로부터 열띤 박수를 받았다. 특히, 초대된 예능보유자 김경배 명창은 ‘배뱅이굿’의 한 과정을 시연하면서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공감을 얻어 냈으며 서도의 좌창이나 서도민요로 널리 알려진 유지숙 명창 또한 평안남도 지방의 ‘항두계놀이’를 여러 제자와 함께 신명 나게 불러 주어 양수리 강가에 모인 많은 사람으로부터 열띤 환호를 받았다.

 

원래 이곳에서 펼쳐지는 축제, 국악한마당은 이은관 명창이 생전에 애착을 갖고 진행해 왔으나, 지금은 선생의 제자, 전옥희 명창이 행사를 주관하고 있으면서 양평 군민들, 그리고 전국에서 이곳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멋진 전통의 가락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에도 더더욱 멋진 축제가 이곳에서 펼쳐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