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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 꺾인 메타버스 열기,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메타버스 관심, 지난해 62.8%에 견줘 올해 47.2%로 크게 낮아져
슬기로운 컴퓨터ㆍ손말틀(휴대전화) 쓰기를 위한 귀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요새 열풍인 챗GPT(ChatGPT, 인공지능 수다쟁이)는 무엇이든 창조해내는 ‘만능 인공지능(AI)’로 주목받고 있다. 챗GPT의 등장으로 글로벌 대형 정보기술(빅테크) 시장이 격변을 맞이한 가운데, 작년 말 뜨겁게 달아올랐던 메타버스(Metaverse, 가상 융합 세계)를 비롯한 블록체인,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 토큰) 등 한때 유행했던 정보통신기술(ICT) 열쇠말(키워드)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서서히 잊히고 있을 정도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이 결합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런데 과연 이 전망은 아직도 유효할까? 이번 글에서는 국내 메타버스 사례와 메타버스의 미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가상과 추상을 합한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1992년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 소설은 3D 공간에서 현실 속 ‘나를’ 대체한 아바타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소설 속 메타버스는 가상현실과는 다른 초월적 하이브리드 세상으로, 3차원 가상공간에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진 공간으로 묘사된다.

 

국내 메타버스의 사례

 

국내 메타버스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서울시가 3차원 행정 서비스 공간 ‘메타버스 서울’을 올해 1월부터 열었다. 메타버스 서울은 슬기말틀(스마트폰)에서 가상 분신(아바타)를 만들어 서울 시청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등본 발급을 비롯한 다양한 민원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현재 메타버스 서울은 슬기말틀이나 태블릿으로만 이용할 수 있으며, 아직 컴퓨터에서는 지원되지 않는다.

 

2021년 7월 SK텔레콤이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는 국내를 넘어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전 세계 49개국에 출시돼 누적 1,200만 내려받기(다운로드)를 기록했다. KT의 경우, B2B(기업 간 거래) 메타버스 서비스인 ‘메타라운지(MetaLounge)’에 이어 최근 B2C(기업ㆍ소비자 거래)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의 공개 시험판을 출시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달 알파 세대 특화 메타버스 플랫폼인 ‘키즈토피아’의 공개 시험판을 출시하며 주목받았다. 이 밖에, 국내 게임업체 넷마블은 올 상반기 메타버스 기반 게임인 ‘메타월드: 모두의 마블’을 출시할 예정이다. 사용자는 실제 지적도를 기반으로 한 가상공간인 메타월드에서 건물을 짓고 부동산을 거래할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자체 상표인 하이메이드(HIMADE)를 홍보하기 위해 메타버스 기술이 적용된 의사소통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하이메이드 섬’을 열었다. 하이메이드 섬은 베이직, 디자인, 시리즈, 아이디어 등 4개 마당으로 나눠 있으며, 해당 제품군의 이미지를 담은 액자가 전시돼 있어 상품을 둘러볼 수 있다.

 

시들해진 메타버스 인기

 

지난해까지 메타버스에 집중했던 일부 기업이 사업 성과 부진을 이유로 메타버스 관련 사업 정리하면서, 일각에서는 메타버스 산업이 저물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메타(Meta)다. 메타는 최근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했고, 일부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를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정리해고 대상에 메타버스 부서를 포함했으며, 메타버스 관련 사업도 정리했다. 또한, 외신에 따르면 월트 디즈니(The Walt Disney) 역시 메타버스 전략 개발을 맡았던 부서를 해체하고, 담당 직원에 대한 해고 조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 대상 인지도조사에서도 메타버스는 확실히 저물고 있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관련 인식 조사를 한 결과, 방역 조치가 완화되는 등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됨에 따라, 이전보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메타버스에 관한 관심은 지난 1년 사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62.8%였던 것에 반해, 올해 들어서는 47.2%로 크게 낮아졌다. 메타버스 속 가상세계에 관한 관심 역시 54.1%에서 38.3%로 줄었다. 메타버스 세계관이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답한 비율도 10% 가까이 줄었으며, 메타버스 서비스에 익숙해지는 데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더 높았다. 게다가 메타버스 서비스가 여전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는 인식도 증가했다.

 

식어버린 메타버스 열기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

 

메타버스 산업이 시들해진 까닭과 관련해, 미흡한 관련 법과 제도가 ‘규제 아닌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특히 메타버스 서비스의 등급 분류 심사 의무와 같이 게임산업법에 따른 게임규제가 적용되는 것을 메타버스 산업의 성장을 막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는다. 또한, 관련 규정이 없는 것이 또 다른 무형의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메타버스 관련 법안은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과방위 법안소위는 각각 허은아,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메타버스 산업 진흥법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가상융합경제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 3건을 병합 심사한 끝에 위원회 단일안을 통과시켰다.

 

단일안에는 메타버스산업 육성을 위한 기술개발 촉진, 표준화 등에 대한 근거 규정이 명시됐다. 또, 자율규제 체계 도입, 임시기준 마련 등을 비롯한 선제적 규제 개선 방안과 이용자 보호 관련 규정도 담겼다.

 

정부는 올해 안에 메타버스 지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메타버스 산업의 육성을 위해 게임법에 규제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별도로 논의하고 있다. 지침을 통해 그동안 정의되지 않았던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틀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과연 그렇게 된다고 한들, 과연 메타버스 산업이 부흥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공존한다.

 

                                                                                          AhnLab 콘텐츠기획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