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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는 아직 과학적이지 않다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90]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23년 7월 4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해서 “삼중수소를 제외하고는 기준치를 넘는 핵종이 검출되지 않았다”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러한 발표 이후 정치인들은 극단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과학자들의 주장도 엇갈리고 있다. 일반 국민은 누구 말이 맞는지,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쿠시마 오염수, 과학적 기반 없다면 선동이다.”

김기현 여당 대표: “IAEA의 과학적 조사 결과를 괴담으로 부정하겠다는 것은 천동설이라는 괴담을 근거로 종교 재판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재명 야당 대표: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하면 괴담 유포한다며 국민 협박”

 

과학은 자연물과 자연현상을 다루는 학문으로써 물리학이나 생물학, 지질학, 천문학 등이 과학이라고 인정된다. 그러나 자연물을 대상으로 하는 자연과학만이 과학은 아니다.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도 과학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엄연히 과학의 한 분야다. 그러므로 연구의 대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과학적 방법’을 따르면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학적 방법의 특징은 논리성, 객관성, 보편성, 통제가능성, 검증가능성, 재현성, 투명성 등등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필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에 적용할 수 있는 두 가지 특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첫째는 과학적 방법으로 인정받으려면 재현성(再現性)이 있어야 한다. 재현성이란 동일한 연구 조건과 방법을 적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채취한 방류수 시료를 동일한 방법으로 실험하면 한국의 실험실에서나 일본의 실험실에서나, 중국의 실험실에서나 똑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재현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단 한 번의 실험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동일한 시료를 사용하여 여러 실험실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실험해서 똑같은 결과가 나와야 “재현성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둘째는 과학적 방법으로 인정받으려면 투명성(透明性)이 있어야 한다. 최근에 저명 과학 잡지인 《Nature》(영국의 학술잡지)나 《Science》(미국의 학술잡지)는 논문을 게재할 때 논문심사자의 심사 결과를 공개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논문의 작성자들도 자기의 연구 과정을 검증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완전히 공개된 인터넷 공간에 올리기 시작하고 있다. 실험에 사용한 데이터를 공개해야 의견을 달리하는 학계 동료들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실험 결과에 대해서는 과학적 방법의 필요 조건인 재현성과 투명성이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2023년 7월 5일 “IAEA, 오염수 시료 분석 못 끝냈다... 신뢰성 ‘자해’ 보고서”라고 제목을 단 기사를 보도했다. 결론이 과학적이 되려면 시료 분석 3회가 국제 기준이다. IAEA도 원래 세 차례 실험을 계획했으나 2, 3차 시료 분석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는데 1차 결과로 “문제 없다”라는 결론을 성급히 발표했다는 것이다. IAEA 보고서 발표 전에 우리나라에서 파견한 과학자들은 어떠한 실험 결과도 얻지 못하고 후쿠시마 현장을 눈으로 시찰만 하고 왔다. 과학적 방법의 필요 조건의 하나인 재현성을 인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삼중수소 외 다른 방사능물질을 모두 걸러준다는 다핵종제거설비(일명 ALPS)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장치로서 오염수에 포함된 64종의 방사능물질 처리 성능에 대해서 아직 공인된 바가 없다. 이 장치의 성능 살험에 관한 전체 데이터는 공개된 적이 없다. IAEA에서는 일본 당국이 준 시료를 받아다가 1차 조사를 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IAEA의 발표를 믿으면 과학적이고, 믿지 않으면 비과학적이라는 주장은 성급하며 근거가 없다. 과학을 모르는 일반 국민에게 믿으라고 강요하는 정치적인 수사로 들린다. 과학적 방법의 필요 조건의 하나인 투명성이 보장되고 있지 않다.

 

 

필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관하여 세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첫째로, “과학자가 발표한 논문이나 견해를 다 신뢰할 수 있는가?”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에서 보았듯이, 모든 과학자가 다 정직한 것은 아니다. 2014년에 일본의 여성 과학자 오보카타 하루코의 만능세포 관련 논문이 《Nature》에 실렸으나 재현 실험 과정을 통해 논문 조작 의혹이 제기되었다. 하루코는 결국 논문을 철회하였고 이 사건은 일본판 황우석 사건으로 일컬어졌다. 이 사건은 하루코 논문의 공동 저자이자 논문 지도를 맡았던 사사이 요시키가 자살을 하는 비극으로 끝났다.

 

때로는 과학자도 돈의 유혹을 받는다. 담배 성분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1969년에 오스트리아 생리학자 한스 셀리에에게 3년 동안 15만 달러를 주는 연구를 맡겼다. 셀리에는 “암의 원인은 스트레스이지 담배가 아니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여 담배회사의 광고에 이용되었다. 과학자들이 연구비를 주는 사람이나 기관의 부적절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번의 IAEA 보고서에 대해서도 뇌물을 받고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뇌물설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의혹을 해결하는 확실한 처방은 “뇌물설은 가짜 뉴스이다”라고 말만 할 것이 아니고 실험 데이터와 실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

 

필자가 던지는 두 번째 질문은 “방사능의 생물농축 현상에 관해서 연구된 결과가 있는가?”이다. 불행히도 아무런 연구 결과가 없다. 우리 국민이 우려하는 것은 해산물의 방사능 오염이다. 후쿠시마에서 방류된 오염수의 삼중수소가 기준치 이하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바다 생물의 몸체에 농축되면 고농도가 되어 해로울 수 있다.

 

이러한 생물농축은 수은 중독 공해병으로 알려진 미나마다병에서 이미 검증된 바 있다. 물속의 수은 농도는 0.0005 ppm(1ppm: 백만분의 1 농도)으로서 기준치 이하였다. 그러나 먹이사슬을 따라 식물성 플랑크톤 -> 동물성 플랑크톤 -> 작은 물고기 -> 큰 물고기로 수은이 이동되었다. 최종적으로 큰 물고기의 몸속에서 수은은 50ppm으로 측정되어, 물에서보다 무려 10만 배나 농축되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출은 최소 30년 동안 이루어질 계획이다. 이러한 대규모 오염수 방출은 해양생태계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사건이다. 후쿠시마 방류수의 방사능 농도가 기준치 이하라고 해도 삼중수소나 세슘의 방사능이 먹이사슬을 따라 생물 농축되면 생물체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아무런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방사능이 생물 농축된 해산물을 사람이 먹었을 때 건강에 위험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직 모른다”가 정답이다. 위험한지 아닌지 모를 때에는 일단 위험하다고 전제하는 것이 과학적인 원칙이다. 사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약품 개발에는 이러한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을 환경학자들은 사전예방의 원칙이라고 말한다.

 

필자가 제기하는 세 번째 질문은 “인간은 항상 이성에 따라 행동하는가?”다.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인간의 행동은 이성적인 판단을 따르기보다는 감정적인 결정에 따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가 보도된 뒤 시장에서 소금 사재기가 나타난 것이 좋은 예이다. 소금은 바닷물에 소량이 녹아 있어서 짠맛이 난다. 바닷물을 염전에 가두어 물을 증발시키면 소금 결정만 남는다. 과학적으로 추론해보면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천연소금이 삼중수소 탓에 건강을 해칠 가능성은 극도로 낮다. (과학자는 좀처럼 가능성이 0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렇지만 옆집 사람이 과학적인 설명을 믿지 못하고서 소금을 사재기하는 것을 본다면 괜히 불안해지면서 사재기에 동참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나타나게 된다. 왜 이런 비과학적인 현상이 나타날까? 철학적으로, ‘사람’의 가장 온전한 정의는 ‘이성(理性)을 가진 동물’이다. 그러나 사람이 항상 이성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잘못된 편견과 미신, 그리고 잘못된 종교적 믿음에 근거하여 수많은 분쟁과 살상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AI)이 나타날 정도로 과학이 극도로 발달한 21세기에도 인간의 행동은 과학이 아닌 감정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분뇨를 아주 깨끗이 처리하고 희석한 뒤 과학적으로 음용수 수질기준에 적합하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그 물을 마실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본 정부와 IAEA에서 방류수는 안전하다고 아무리 과학적으로 설명해도 우리나라 국민은 ‘감정에 따라서’ 해산물의 섭취를 줄일 것이다. 그리고 어민들의 경제적인 피해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러한 예측에 따라서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IAEA 보고서의 결과가 과학적이다”라고 말하려면 일본 당국은 공동조사에 응하여야 한다. 오염수 시료를 원하는 모든 기관에 다 주고 교차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과학적인 행동이다. “IAEA 발표 결과를 믿으면 과학적이다. 믿지 않으면 비과학적이며 괴담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인의 주장이다. 과학적인 주장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과학교육은, 불행하게도, 실패한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