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이 열 치 열
- 곽병희
덥다고 나무 그늘에 숨었지
에어컨 이글루 속으로
선풍기 부채 속으로 피신하였지
하지만 용감하게도
땡볕의 여름을 혼자 대적하는 이 있어
이글거리는 정열로
스스로 불타오르는 이 있어
저 공사장에 흠뻑 젖는 등짝들같이
저 사무실에 바삐 전화 받는 손들같이
그 가로수의 백일홍들 있어
여름강을 건네주는 나룻배 있어
요즈음 우리는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알리는 기상청의 재난문자를 받는 날이 많아진다. 여기서 하루 가장 높은 기온이 33도 이상인 때가 이틀 이상 이어지면 ‘폭염주의보’를, 35도 이상인 때가 이틀 이상 이어지면 ‘폭염경보’를 보낸다. 지금처럼 불볕더위가 한창일 때는 복중(伏中)으로 중복이 지나고 말복이 눈앞에 다가온 때다. 그런데 최남선의 《조선상식》에는 이 복날을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서기제복’에서 '복(伏)'은 꺾는다는 뜻으로 복날은 더위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더위를 꺾는 날이라고 보는 것이다.
에어컨은 물론 옷을 훌렁훌렁 벗어젖힐 수도 없었던 조선시대에는 ‘복달임’ 곧 이열치열로 더위를 꺾으려 했다. 특히 이 무렵 이열치열 음식으로 ‘용봉탕’이란 것도 먹었다. ‘용봉탕(龍鳳湯)’은 원래 상상의 동물 용과 봉황을 탕으로 끓인다는 것인데 용 대신에 잉어나 자라를, 봉황 대신 닭을 썼다. 용봉탕 말고 삼계탕, 개장국, 임자수탕(깻국물탕) 같은 ‘복달임의 음식을 먹었다. 또한 이열치열의 하나로 양반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땀을 흘리며 김매기를 돕기도 했다. 곧 우리 겨레는 날이 더워지면 몸 안의 온도가 내려가 장기에 문제가 될 수가 있음을 알고 이를 이열치열로 슬기롭게 대처했던 것이다.
여기 곽병희 시인의 시 <이열치열>을 보면 보통 사람들은 덥다고 “에어컨 이글루 속으로 선풍기 부채 속으로 피신하였지”만 땡볕의 여름을 혼자 대적하는 이 있었단다. “이글거리는 정열로 스스로 불타오르는 이 있어 저 공사장에 흠뻑 젖는 등짝들같이 저 사무실에 바삐 전화 받는 손들같이” 이열치열의 삶을 사는 이 있다고 노래한다. 그러면서 ’이열치열‘은 ’여름강을 건네주는 나룻배‘란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