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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사진과 노리코씨

맛있는 일본이야기 <707>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어머니를 5월 21일(2023)에 하늘로 보냈습니다. 어머니는 재작년 11월(2022)부터 입원하셨고 퇴원 후에는 다시 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갖고 계셨지만, 어머니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노환의 상태가 좋지 않아 일반병원에서 퇴원하시자 마자 집으로 모시지 못하고 곧바로 시모다에 있는 온천병원요양병동으로 옮기셨습니다. 코로나가 이어지고 있어 직접 면회를 하지 못한 채 주 1회 온라인 면회만 허용되었고 직접 어머니를 뵐 수 있었던 것은 고작 1~2개월에 한 번이었습니다. 그나마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부쩍 여위어 가시는 모습을 보며 발길을 돌려야 할 때마다 조여오던 가슴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구순의 친정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다가 지난해 5월달에 어머니를 저세상으로 보낸 이토 노리코 씨의 편지글이다. 이토 노리코 씨와의 인연은 내가 와세다대학 방문학자로 가 있을 때의 인연이니 어느새 25년이 다 되어 간다. 노리코 씨 집을 드나들면서 그의 친정어머니와도 꽤나 오랜 시간 친분 관계를 이어오던 터 였다. 말수가 적은 노리코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내가 놀러 갈라치면 언제나 자상한 모습으로 나를 대해주었고 맛있는 요리를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애써주셨던 분이다.

 

 

노리코 씨 어머니가 아직 집에서 거동하고 계실 동안 한번 뵈러 간다고 한 것이 코로나19로 그만 발이 묶여 버렸고 그나마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는 면회금지라서 또다시 기회를 놓쳤다.

 

혼다 에이이치로 목사님의 인도하에 어머니의 영결식을 마치고 지난해 9월 7일, 교회의 납골당에 모시고 나서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자택에서 모시지 못한 회한으로 지난 3달 동안 몸져누워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습니다. 내가 이렇게 허무감에 사로잡힌 모습을 어머니가 아시면 너무 걱정스러워하실 것이란 생각에 기운을 차츰 차렸습니다.”

 

효녀 심청이었던 노리코 씨로서는 요양병원에서 영영 집으로 돌아오시지 못하고 숨을 거둔 친정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노리코 씨는 기운을 차리고 봉사를 위해 배우고 있던 수화공부를 다시 시작하여 수화 검정 3급을 땄으며 올해는 2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친정어머니와 둘이 살던 노리코 씨는 이제 혼자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는 짐페(18살), 사랑이(12살), 고타로(11살)라는 이름을 가진 유기견들이 있다. 짐페와 사랑이는 시력을 잃은 개이며 고타로도 지난해 피부병으로 털이 다 빠진 상태지만 이들 세마리 견공들은 노리코 씨의 훌륭한 친구(?)들이다. 노리코 씨는 아침마다 이 녀석들을 데리고 시모다해변을 거니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했다. 이제 그녀의 나이도 70이 되어간다. 늦었지만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의 명복을 빌며 갑진년 용띠해를 맞아 건강한 모습으로 재회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