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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둥지에 수련 몇 뿌리 심었을 뿐인데

박노해, <꼬리를 물고>
[겨레문화와 시마을 18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꼬리를 물고

 

                                               - 박노해

 

   산비탈 밭이 목 말라서

   졸졸졸 흐르는 계곡 물줄기를

   대나무 관으로 끌어와 물둥지를 만들었다

   나로서는 수에즈 운하만큼 대단한 공사였다

 

   물 본 김에 수련 몇 뿌리를 심었더니

   붉은 연꽃이 피고 개구리밥이 뜨고

   참개구리가 이주해 식구를 늘리기 시작한다

   개구리 합창이 정이 들 때쯤

   꽃뱀이 슬슬 나타나더니

   뱀을 노리는 너구리가 어슬렁거리고

   하늘에는 처음 본 솔개가 원을 그린다

 

 

 

 

얼마 전 일취스님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아서》라는 책을 펴냈다. “우리는 모두가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잘 사는 길도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이렇다 할 방법을 제시하기 힘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혼자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람은 강한 것 같지만 매우 나약하기 때문에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이 위안이 되고 보호받을 수 있다. 그리고 상대가 있어야 사람이 살고 있다는 생존의 가치성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책에서 스님은 말한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이웃은 물론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함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지 때 팥죽을 쑤어 이웃과 함께 먹고 겨울철에 굶주리는 짐승들에게도 ‘고시레’ 하면서 나줘줄 줄 알았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경칩 이후에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기도 했다.

 

여기 박노해 시인은 그의 시 <꼬리를 물고>에서 “계곡 물줄기를 나무 관으로 끌어와 물둥지를 만들었다.”라고 했다. 그리고는 “물 본 김에 수련 몇 뿌리를 심었더니 붉은 연꽃이 피고 개구리밥이 뜨고 참개구리가 이주해 식구를 늘리기 시작한다.” 더 나아가 “꽃뱀이 슬슬 나타나더니 뱀을 노리는 너구리가 어슬렁거리고 하늘에는 처음 본 솔개가 원을 그린다”라고 노래한다. 시인은 물둥지 하나 만들고 수련 몇 뿌리를 심었을 뿐인데 그것에는 개구리, 꽃뱀, 너구리가 오고 하늘에는 솔개가 원을 그린단다. 시인은 작은 일 하나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한 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