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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승무, 궁극의 평화와 법열을 느끼다

서울남산국악당ㆍ이애주한국전통춤회의 ‘법열곡(法悅曲)’ 공연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원컨대 이 향과 꽃이 법계에 두루 하여

미묘한 광명의 토대가 되게 함으로써

모든 하늘의 음악과 하늘의 보배 향

모든 하늘의 좋은 음식과 하늘의 보배로운 옷

헤아릴 수 없는 묘한 법의 티끌이 되어

하나하나의 티끌에서 일체의 부처가 나오고

하나하나의 티끌에서 일체의 가르침(법)이 나오니

걸림 없이 돌면서 보기 좋게 장엄되어

두루 일체의 불국토 가운데 이르고

시방법계의 삼보님 앞에 이르러

그곳에 이 몸이 있어 공양을 올리게 하옵소서

 

무대에서는 나비춤을 추고 ‘향화게(香花偈)’를 게송한다. 불자가 아니어도 나비춤과 게송에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간다. 민속학자 임동권은 이애주춤 법열곡에 대해 “좋은 춤이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춤이 아니라 스스로 내면의 감춰진 세계를 밖으로 내뿜는 춤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나. 바로 어제(5월 25일) 저녁 5시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열린 <법열곡(法悅曲)> 공연은 바로 그러했다.

 

 

이 공연은 고 이애주 선생의 <법열곡>이 세상에 선보인 지 30년이 지난 2024년, 그의 제자들이 마음을 모아 스승이 남기고 간 춤의 원리를 탐색하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스님, 우리춤의 본질이 여기에 있었네요” 일운스님이 기억하는 당시 작법무를 학습한 이애주 선생의 말씀을 되새기며 제자들은 쓸데없는 힘을 빼고 춤에 대한 진실한 마음을 담아내는 공연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일운스님과 지허스님, 해사스님, 회정스님, 기원스님이 특별 출연하여 불교의식무를 함께 하고 이애주 선생의 제자들이 40분 완판 승무에서 궁극의 평화, 법열의 의미를 새기고 있었다. 이애주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3주기가 된 올해 그가 남긴 이애주문화재단(이사장 유홍준)이 후원하고 이애주 한국전통춤회(회장 윤영옥, 예술감독 김연정)가 주관하는 이번 공연은 3대에 걸쳐 천착하고 있는 ‘우리춤 원류 찾기’의 여정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승무’였다. 승무는 그동안 많은 무대에서 춤사위를 보아왔지만, 이번 승무는 그 모든 승무를 잊게 만든 거대한 춤이었다. 승무가 느린 염불부터 빠른 당악까지 다양한 장단에 추는 춤과 북놀음까지 담고 있는 전통춤 중의 기본이자 법무이기 때문이어서인가? 한성준에서 한영숙으로, 한영숙에서 이애주로, 이애주에서 그의 제자들로 이어진 전 과장 춤사위를 모두 담은 완판 승무였기 때문인가?

 

아니면 삶의 온갖 몸짓이 함축적으로 표현된 춤일 뿐만이 아니라 하늘과 땅과 그 사이 인간이 추는 춤은 삼재(하늘ㆍ땅ㆍ사람) 사상의 토대 위에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삼세를 연결시키는 힘이 있어 춤 자체가 단순히 어떤 행위를 표현하기 위한 몸짓이 아니라, 우주 만물의 원리를 몸소 깨닫는 과정이기 때문인가?

 

 

 

보통의 승무에서는 짧은 시간 한 사람의 춤꾼이 무대를 사른다면 이번 무대는 7인의 춤꾼이 긴 시간 법열을 뿜어내고 있다. 경망스러운 흉내가 아니라 우리춤에서 보여주는 정중동의 깊이를 보여주고 또 보여준다. 관중들은 시나브로 승무에 빠져들고 있다.

 

이날 공연을 보러온 평택 보국사(輔國寺) 무상법현스님은 “마음의 점(點)이 모여 줄(線)이 되고 서로 잇닿아 면(面)이 되듯 이애주를 그리는 춤, 얼제자들과 붓다께 이어주었던 스님들이 혼(魂)과 봄, 신명을 바친 도가니였다.”라고 짧게 공연을 본 소감을 털어냈다.

 

또 옥수동에서 온 서정희(63) 씨는 “다른 춤꾼들의 승무를 많이 봐왔지만, 이런 승무는 처음이었다. 7인의 춤꾼이 춤을 추는 내내 나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이런 게 바로 무대에서 법열을 품어냄인가? 또 조지훈의 승무에서 말하는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라고 말한다.

 

이번 공연을 기획하고 끌어낸 김연정 이애주한국전통춤회 예술감독은 “지난해 이 공연을 기획할 때부터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했던 화두는 ‘법열(法悅)은 무엇인가?’였습니다. 민속춤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불교문화권에서 생성된 고도의 예술춤인 승무를 추기 위해서 두 분의 선생님께서 고민하고 작업하셨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싶었습니다. 종교와 상관없이 춤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 불교의식무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불교 의식 작법무를 학습하고 승무를 추면서 몸에서 피어나는 깨달음의 환희, 비워냄으로써 충만해지는 '법열'의 세계를 느끼면서 거슬러 거슬러 스승님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한 그의 일념이 이날 공연에서 빛을 발했음이다. 2024년, 가는 봄날 우리는 한판의 승무를 보면서 ‘법열’의 세계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가늠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