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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순수함을 세상 밖으로 끌어 올린 춤 <법열곡>

‘이애주한국전통춤회’의 우리춤 원류 찾기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민속기록학회장]  춤꾼의 궁극적 갈망은 도(道)의 경지에 다다라 열락의 춤 세계로 드는 것이다. 불림의 소리로 놀림의 깨달음을 얻어 울림의 철학으로 미학 세계를 그리는 구현화 그것이 곧 춤을 펼치는 까닭이다. 이를 불교에서는 법열(法悅)이라 부른다. 전통의 법칙을 굳건하게 지키며 이치와 진리를 간파하여 감흥의 날개를 펼치는 춤, 그것이 <법열곡(法悅曲)>이기 때문이다.

 

민족춤의 무궁 창성에 앞장선 시대 춤 계승자 한성준, 한영숙 그리고 이애주는 당대 사상으로 사유된 민중의 춤을 시대 철학으로 풀어내 예술 창달의 극치로 우리네 감흥을 북돋웠다. 땅속 깊숙이 묻혔던 순수함의 움직임을 세상 밖으로 끌어 올려 진실된 춤 나래를 펴게 한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본 법열곡이다.

 

춤꾼의 자세와 정신을 가늠케 한 전통춤의 백미, 승무는 그 속에서 태어났고 또한 자리 잡아 우리 춤의 밥그릇을 한층 값지게 한 것이다. 그리고 또한 시대적 계승자와 만나 움직임의 미학을 우아함과 장엄함, 섬세함과 정교함으로 끊임없이 품어내게 되었다.

 

 

2024년 5월 25일(토) 저녁 5시 서울남산국악당 밖 마당과 안 무대에서 펼쳐진 <법열곡>은 우리춤 원류 찾기의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벽사 한영숙 명무가 이 춤을 세간에 선보여 동시대 문화예술계를 감동케 했던 때가 1971년이다. 스승의 예술혼을 이어받은 이애주 명무 또한 우리 춤 본질을 다지면서 <이애주춤 법열곡>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던 때가 30년 전이다. 그리고 또다시 진실한 민족춤 수련, 올바른 전통춤 계승, 미학적 승화와 소통을 보람판으로 내 걸고 이애주 춤 정신을 잇는 제자들이 2024년에 법열 문을 열었다.

 

밖으로부터 안으로의 무대 전환을 전개하며 자연 속에 감도는 영기(靈氣)를 인체의 오장육부로 끌어들였다. 마치 기나긴 강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듯 끈끈한 춤 새를 내면의 미학 세계로 풀어낸 것이다. 일운 스님과 함께한 영산재 전승자, 유인상 명인과 함께한 악사 모두가 범패와 법무의 향연을 향해 법열곡 대열에 함께 했다. 그로써 가락과 소리는 춤새 하나하나에 생명성을 한층 북돋우며 뼈저린 번민과 허덕이는 고통을 제치고 강구연월을 읊어 내는 데 동참한 것이다.

 

 

춤은 어떠한 경우라도 살아 숨 쉬지 않거나 생명에 반하는 헛된 움직임에는 동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간직한 이애주는 그의 춤 속에 가락과 소리를 절대적으로 우선하였다. 춤 속에 그것이 담겨 있고 춤이 그 속에 놀기에 그러한 것이다. 선대로부터 내림 받아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각별하게 선사된 법열곡 또한 악가무 삼합으로 녹아내렸다. 그리고 선대가 추구하였던 그것과도 같은 시대정신으로 녹아든 철학을 되읊게 하는 의미있는 춤으로 되살아났다.

 

우리 곁을 떠난 지 3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도 이애주 춤결이 우리네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까닭이다. 국가무형유산 이매방류 승무 보유자 채상묵 명무는 “올곧은 이애주 춤새를 보는 듯한 눈부신 무대였다”라고 회고하였다. 무대의 참 의미를 덧보이게 한 고귀한 한마디였다. 굿과 불교의례 그리고 영가무도에 천착하여 오랜 심구 열정을 불태웠던 이애주 춤 정신이 무대 마무리에서 펼쳐진 회향춤을 통해 선근공덕(善根功德)의 모습으로 드러나 의미를 더욱 가중해 눈길을 끌었다.

 

 

춤은 내관으로 추어지는 깨달음의 몸짓이다. 그 과정에서 회개와 개심으로 환희를 도모하는 생명 살림의 철학을 승화시킨다. 움직임 실천으로 삶의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이애주 춤의 세계관이다. 그의 춤은 그렇게 전개되고 논리화되었다.

 

시류의 문을 활짝 열어 이로운 기운을 받아들인 이애주한국전통춤회 윤영옥, 김연정, 권효진, 임경희, 김미자, 이숙자, 모영진, 신영, 이연실, 윤혜경, 안효정, 서채원 홍라겸 등이 펼친 2024 법열곡이 스승을 추모하면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춤 유산의 계승과 발전, 그리고 법열의 참 의미를 되새기게 한 것도 그러한 맥락으로 읽혔다.

 

무엇보다도 춤꾼 이애주 3주기를 기해 펼쳐진 이번 춤판은 다름이 아닌 타고난 생득적 자질로 면면한 학습과 심미적 재능을 올곧게 갖춘 세기의 춤꾼을 추념함으로써 그 의미를 더욱 부추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