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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의 문화 톺아보기

보이지않는 벽을 향한 용기와 희망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정이와 안무가의 <보이지 않는 벽>
[이진경의 문화 톺아보기 16]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지난 2024년 8월 2일 금요일 저녁 8시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정이와 안무가의 작품 ‘보이지 않는 벽’ 개인 발표회가 열렸다. 정이와 안무가는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출강하며 정이와 댄스프로젝트의 대표이자 조기숙 K_CB 수석 무용수이기도 하다.

 

어두움이 짙게 드리운 무대 위 신발 한 쌍이 고요한 침묵 속에서 등장한다. 조명을 따라 신발 한 쌍은 다가오는 듯 혹은 멀어지는 듯이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벽을 가지고 살아간다. 자의 또는 타의에 따라 벽은 여러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가 사는 삶 동안 나타난다.

 

정이와 안무가는 작품을 ‘벽을 마주하다 – 벽을 넘어가다’의 시작과 끝으로 구성하여 삶 속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장막마다 자기 방식의 움직임을 통해 말하고자 하였다.

 

 

 

무용수들의 움직임 속에서 필자는 지난날 마주한 보이지 않는 벽들이 떠올랐다. 내 삶에 마주했던 보이지 않는 벽들은 생애 주기별로 나타났었다.

 

진로를 향한 열정과 두려움,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이해적 충돌, 매 순간 결정해야 할 때마다 마주하는 옳고 그름의 정의들에서 때로는 외면하기도 하고 버티고 방황하다가 망설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을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한층 성장한 나를 발견하게 하였다.

 

이렇듯, 벽이 보이지 않는다는 모순적 표현의 이야기를 자신들만의 움직임으로 담은 정이와 안무가 작품은 나 자신을 성찰하게 하였다. 제법 익숙해질 법한 보이지 않는 벽은 여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그 대상이 달라져 나타날 때마다 나아가기를 망설이게 하고 고통과 고뇌 속에 몸서리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벽에 용기를 내어 나갈 때, 자기 성장을 체감할 수 있다는 정이와 안무가가 희망을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벽을 통해 미래를 발견한다.

 

어쩌면 이 보이지 않는 벽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다른 문을 발견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내면의 깊은 성찰을 끌어내는 정이와 안무가는 오브제(objet: 예술적 상징을 담은 도구 혹은 물건)를 잘 사용하는 몇 안 되는 무용수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보이지 않는 벽’의 이야기가 인상 깊게 가슴에 남는 것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 움직임뿐만 아니라 조명과 오브제를 활용하여 의미와 상징을 돋보이게 하는 연출력과 내면의 고뇌하는 움직임의 동작들이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자기만의 독특한 춤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