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분단 이후 이북 지역의 전통무용은 오랫동안 연구와 기록의 공백 속에 놓여 있었다. 조선팔도(朝鮮八道)라는 문화적 지형 속에서 형성된 지역 전통은 오늘날에도 국악, 민요, 무용, 음식 등 다양한 전통문화의 지역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남북 분단이라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북측 지역의 문화예술은 접근과 연구가 제한되었고, 그 결과 많은 전통이 충분한 기록과 분석 없이 단편적인 자료로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조선시대 각 도에는 교방(敎坊)이 존재하였다. 교방은 고려 말기부터 형성된 제도로, 국가 또는 지방 관청에 속해 관기 교육과 궁중 정재를 준비하며 국가 의례와 외교 연향, 지방 행사에서 음악과 춤을 담당하였다. 교방은 단순한 공연 조직이 아니라 국가가 관리하던 공적 예술 교육기관이자 전문 예술 집단이었다. 이러한 교방 체계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해체되었고, 이후 그 기능은 민간 중심의 권번(券番)으로 이어졌다. 권번은 예인 교육과 공연 활동을 담당하며 전통 예술 전승의 근대적 기반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교방과 권번의 흐름은 지역 춤과 음악이 제도적 틀 속에서 전승되던 구조를 보여주며, 오늘날 전통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지난 11월 18부터 19일까지 서울 자문밖아트레지던시 팔각정에서 열린 이지현 안무가의 〈CREW〉는 몸과 공간, 빛과 텍스트가 서로를 넘나들며 하나의 흐름으로 응축된 공연이었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흰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만들어낸 장면들은 단순한 군무가 아니라 서로의 숨과 무게가 맞물리며 형성한 움직임의 연합이었다. 움직임과 움직임이 지탱하고 스치는 경계에서 하나의 흐름이 생성되는 순간들—그 순간들이 〈CREW〉의 핵심을 이루고 있었다. 〈CREW〉 : 크루는 ‘같은 목적을 위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흔히 무대 퍼포먼스에서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인가? 무용수들은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축을 확인하며 미세한 균형을 교환했고, 다시 모이고 흩어지는 반복 속에서 관계가 다시 쓰이는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는 단순한 안무 설계의 결과라기보다, 인간이 타인의 무게와 시선을 어떻게 감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풀어낸 ‘관계의 풍경’이었다. 이 흐름의 안쪽에는 언제나 조용히 스며드는 한 사람이 있었다. 작고 단단한 체구의 이지현 안무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지난 9월 21일 토요일 저녁 5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열린 이재화거문고회 창단연주회 「현묘(玄妙)」는 단순히 한 단체의 출범을 알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 전통음악사의 맥락 속에서 오랫동안 잊히거나 변형되어 전해지던 풍류의 한 갈래를 다시 무대 위에 되살려낸, 역사적이고도 예술적인 사건이었다. 이번 무대에서 복원된 것은 1920년대 거문고 명인 백낙준(白樂俊, 1884~1933?)이 남긴 투리(投理)다. 투리는 그 이름조차 대중에게 생소하지만, 바로 그 낯섦이야말로 전통의 깊은 저변을 탐구하고자 하는 시도의 값어치를 일깨운다. 이번 복원은 춘산 전재완이 1958년에 채보·발간한 악보를 근거로 이루어졌다. 전재완은 특히 서양음악에 조예가 깊은 분이었는데, 그의 채보 방식은 전통 정간보의 세로 배열과 달리 가로형 정간보를 택했다. 이는 전통음악을 서양 기보법적 시각으로 다시 바라본 시도이자, 전통과 근대적 음악 교육이 충돌하고 융합하던 시대적 맥락을 반영한다. 더구나 이 귀중한 악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이진원 교수가 제공한 자료로, 이번 무대를 위해 이재화 명인에게 전달되었다. 연구와 교육의 맥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