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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모든 문화는 <코리아>로 통한다

소설 《단(丹)》에서 시작하여 강수연, 싸이, 방탄소년단, 김주리로 빛나
[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148]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40여 년 전인 80년대로 기억된다.

《단(丹)》이라는 한 권의 책이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일이 있었다. 요즘의 한강(韓江) 증후군에는 못 미치겠지만 얼추 그에 버금갈 정도의 법석을 떨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저 어느 국수주의 재야사학자가 쓴 그야말로 ‘소설’ 같은 소설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렇게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사회적 반향이 대단히 컸다. 대중매체 가운데 가장 전파력이 크다는 텔레비전은 물론이고 라디오, 신문, 잡지 할 것 없이 온통 “단”으로 도배질이 된 것이다. 상황이 그쯤 되다 보니 필자도 가만있을 수 없어 한 권 사들었다.

 

 

도가(道家) 용어를 제목으로 한 소설 《단(丹)》은 봉우(鳳宇) 권태훈이 구술한 예언을, 시인이며 소설가인 김정빈이 첨삭 정리하여 펴낸 소설이다. 권태훈은 대종교의 총전교(總典敎)*를 두 번이나 지낸한 인물로 ‘84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때, 원불교에서 주최한 국내 종교지도자들과의 “평화선언 단합대회”에 교황과 함께 초청되기도 하였다.

 

소설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 보면, 소련이 사분오열되고 중국도 양분되며 세계질서는 한국, 중국, 인도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고 기존의 주도권이 백인에게서 황인에게로 올 것이라고 하였다.(황백전환론) 또한 1984년으로부터 15년 안에 남북통일이 이루어지고, 3,000년 대운이 뻗친 우리 겨레는 그 영토가 만주 일대까지 뻗어나가 세계 최강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 그 예언의 주요내용을 되짚어보면, “그러면 그렇지”하고 웃어넘길 것도 있지만 “어라?”하고 눈길을 끄는 내용도 있다. 그 가운데 구소련연방이 해체된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고, 황백전환론은 절반 정도는 맞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와 일본, 중국, 인도가 유럽, 북미 주도의 세계질서를 재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그다음 1999년에 남북통일이 된다는 것은 이미 틀린 예언이 되어버렸지만, 만주까지의 ‘영토 확장설’과 ‘3,000년 대운 설’은 지켜봐야 알 일이다.

 

여기서 ‘3000년 대운 설’이 우리의 눈과 귀를 솔깃하게 하는데, 예단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긴 하나 현재 상황으로 미루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과학, 산업, 경제 분야는 아직 세계 최강국의 수준에 이르진 못했으나, 문화, 예술분야는 이미 세계를 제패하고 있거나 곧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그 논거를 들자면, 영화 쪽에서 먼저 물꼬를 텄을 것이다. 배우 강수연이 베니스 영화제와 모스크바 영화제 같은 세계적 권위의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더니 잇달아 임권택 감독을 비롯한 영화감독들이 줄줄이 국제적 명성의 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일시적 경사였을 뿐 세계문화의 흐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진 못했다.

 

 

그 뒤 한참 동안 잠잠하던 우리 문화는 “싸이”라는 가수에 의해 용암처럼 분출한다.

그가 부른 <강남 스타일>이 빌보드차트 핫100에서 2위! 감히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세상의 종말”같은 대사건은 거기에서 그친 게 아니었다. BTS방탄소년단이 지상최고봉인 빌보드차트 1위 자리에 오르더니 그 뒤로도 뒷동산 오르듯 심심찮게 그 자리에 오르니 정말 “세상의 종말”보다 더 충격적인(이제는 그리 충격적인 것도 아니고 다반사가 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때부터 우리문화의 세계화는 봇물이 터지게 된다.

 

“케이 팝(K-Pop)”이라는 용어가 세계적으로 유통되며 주름 잡더니 “케이 클래식K- Classic”, “케이 무비K-Movie”같은 예능 분야뿐 아니라 “케이 푸드K- Food”라 하여 우리의 음식은 물론, 이제는 K-국악까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한강(韓江) 작가가 ‘우주의 종말’ 같은 거대 충격의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제 K-문학의 시대도 활짝 열리게 된 것이다.

 

필자의 평생소원이 우리 가수가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르는 것과 우리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타는 것을 내 눈으로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한낱 바람일 뿐 현실발현은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평생소원을 이루는 행운을 누리게 된 것이다.

 

“로마는 하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들 한다.

요즘의 K-열풍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은 게 아니고 숱한 외침(外侵)과 고난, 역경 속에서도 우리문화를 지켜내고, 잇고, 발전시켜 온 선조들이 있었기에 지금 그 인고의 꽃이 찬란하게 피는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처럼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문화가 세계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 이제 모든 문화의 길은 코리아로 통한다!

 

*총전교(總典敎)- 대종교 최고 지도자. 천주교의 교황과 같은 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