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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 덮인 홍시는 까치밥이 됩니다

정인성, <첫눈 편지>
[겨레문화와 시마을 20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첫눈 편지

 

                                         - 장인성

 

     첫눈이 내렸습니다

     단풍이 다 지기도 전에

     홍시가 다 덜어지기도 전에

     첫눈이 왈칵 내렸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밉기도 합니다

 

     천지를 하얗게 덮은 날도

     임은 소식이 없습니다

     홍시가 익으면 따달라고 했는데

     온다는 소식도 없습니다

     내심 기다려는 보지만...

 

     한해가 다 저물어 갑니다

     흰 눈 덮인 홍시는 더욱더 빨갛습니다

     임이 안이 오시면 까치밥이 됩니다

     임도 첫눈이 온 줄 아실 덴데

     그 임이 더욱더 미워집니다.

 

 

 

 

며칠 전 첫눈이 내렸다. 그것도 인간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그 탓에 곳곳에선 교통사고가 나고 출근하는 이들은 지각하기 일쑤였다. 어렸을 때는 눈이 오는 게 그렇게 반갑더니 이제 교통 걱정을 먼저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으니 늙기는 늙었나 보다. 하지만, 첫눈이 오는 소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24절기의 여덟째인 소만(小滿) 무렵 어떤 이들은 손톱에 봉숭아를 물들이고 첫눈 올 때까지 봉숭아물이 빠지지 않으면 첫사랑을 다시 만난다고 믿었다. 그래서 첫눈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첫눈은 단풍이 다 지기도 전에, 홍시가 다 덜어지기도 전에 왈칵 내려버렸다.

장인성 시인은 그의 시 <첫눈 편지>에서 “천지를 하얗게 덮은 날도 임은 소식이 없습니다. 홍시가 익으면 따달라고 했는데 온다는 소식도 없습니다.”라고 쓸쓸히 읊조린다.

 

임도 첫눈이 온 줄 아실 덴데 그 임이 더욱더 미워진다고 푸념한다. 첫눈이 내려도,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임은 야속하기만 한 것이다. 하지만, 푸념한다고 임이 오시는 것은 아닐 게다. 그저 “흰 눈 덮인 홍시는 더욱더 빨갛습니다. 임이 안이 오시면 까치밥이 됩니다.”라고 노래하며 자신도 임이 아닌 까치에게라도 홍시를 내줄 줄 아는 조선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