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6 (일)

  • 구름많음동두천 8.2℃
  • 맑음강릉 13.3℃
  • 연무서울 9.4℃
  • 구름조금대전 11.6℃
  • 맑음대구 12.0℃
  • 구름조금울산 12.5℃
  • 맑음광주 ℃
  • 맑음부산 13.6℃
  • 맑음고창 10.4℃
  • 맑음제주 12.9℃
  • 흐림강화 6.8℃
  • 맑음보은 10.3℃
  • 맑음금산 10.5℃
  • 맑음강진군 12.4℃
  • 구름조금경주시 14.2℃
  • 맑음거제 12.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골목길

딱지치기, 말타기, 자치기 등을 했던 골목길은 세상의 전부였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239]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자동차보다는 지게나 손수레가 일반화되었던 시절 우리네 마을마다 좁은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먼지 풀풀 날리는 흙바닥에 선을 긋고, 손가락으로 구슬을 힘껏 튕기면 선 가까이에 닿는 순서로 우열을 가려 구슬치기했던 골목길.

 

딱지치기, 말타기, 자치기, 사방치기, 비석치기, 오징어게임 등등을 소화했던 골목길은 친구들과 함께 땀 흘리며 웃고 울던 놀이터이자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골목길은 고층 아파트와 삭막한 콘크리트 벽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동심은 추억 속에 묻히고 아이들은 놀이 문화를 잃어버렸습니다.

 

어린 시절, 골목길은 우리에게 단순한 놀이터를 넘어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낡은 담벼락에는 친구들과 함께 그린 그림들이 가득했고, 골목길 어귀에 자리 잡고 있던 작은 문방구는 우리의 보물창고였지요. 아이들은 골목길에서 다양한 놀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또래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성을 길렀습니다. 곧 골목길은 우리의 성장통을 함께 나누고, 꿈을 키워나가는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시화와 함께 골목길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좁고 낡은 골목길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개발의 대상이 되고 있지요.

고층 아파트 단지와 넓은 도로가 들어서면서 아이들은 뛰어놀 공간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골목길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무엇을 잃었을까요? 단순히 놀이터를 잃은 것을 넘어, 우리의 소중한 추억과 정을 잃은 것은 아닐까요? 골목길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공동체의 상징이었으니까요. 골목길에서 함께 뛰어놀던 친구들과의 우정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골목길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미래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골목길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또래 관계를 형성하며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골목길을 재건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자로 아이 ‘동’ 자는 ‘童’이라고 씁니다. 파자하면 설 ‘립(立)’ 자와 마을 ‘리(里)’ 자가 나오지요. 곧 마을 앞에서 뛰어노는 사람들이 아이들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골목은 삭막하기에 그지없습니다.

 

골목길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에게 놀이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구절벽의 시대라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보다 더 밝은 미래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