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노은주 명창이 지도하는 동호인들의 발표회는 회원들의 가족, 친지 말고도 독서클럽의 회원들, 광진문화원 하모니카 클럽회원 등, 분야가 다른 동호인들도 다수 참여하여 함께 즐긴 무대였다. 손자들에게 자랑스러운 할아버지상을 기억하게 만들어 준 사실이 즐겁다고 말한 이오규 회원, 판소리 연습으로 건강이 양호해졌다는 정덕균 회원을 소개했다.
또 외국에 살고 있는 자녀들이 엄마의 발표회 영상을 보면서, 열심히 사시는 엄마의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는 이은주 회원, 성취감이나 자존감을 얻게 된 소리공부의 길이 인생의 멋진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김영범 회원, 등등의 소감을 소개하였다. 판소리를 만나 하루하루가 즐겁고 멋진 선택이어서, 주위에 권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대하면서 판소리 대중화에 이들 동호인이 앞장서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들 동호인의 소감을 조금 더 이 난에 소개해 보기로 한다. 먼저, 나이가 지긋한 서은선 회원은 30여 년 전, 설장구 가락을 배워 사물놀이도 경험해 보다가 판소리 <심청가>를 배우게 되면서, 지인 6명과 함께 노은주 선생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말이다.
”집 근처에 있는 산에 오르내리며 나도 모르게 소리 연습을 하며 다녔나 봐요. 어느 날, 지나가는 분이 인사를 하며 ‘판소리하시는 분 맞죠? 며칠 안 보이셔서 궁금했는데 반갑네요.’라며 안부를 묻는 거예요. 그분은 제가 판소리 동호인이 아니라 명창인 줄 아셨나 봐요.“(웃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난 발표회 때의 이야기로 이어간다,
“그때 저는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불렀지요. 소리 따로, 발림 따로 가는 것을 선생님처럼 부르기 위해 수백 번은 연습했을 거예요. 그래도 선생님처럼 매끈하게 되지 않아, 소리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렇지만 연습 덕분에 발표회 당일에는 자녀들, 남편, 그리고 지인들로부터 칭찬을 들어 기분이 좋았어요.“
노력한 뒤에 얻어지는 성취감이나 보람, 이것은 도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어야 느끼게 되는 영역이 아닐 수 없다. 그녀는 요즘, 선생님의 발성과 함께 이야기가 전개되는 상황 장면에 맞게 부르는 이면(裏面) 소리의 공부로 판소리에 대한 열정이 더 깊어졌다고 한다.

옆에 앉아 있던 박경희 회원도 입을 연다. 그는 어느 지인이 부르는 단가 <사철가>를 듣고, 가슴이 뛸 정도로 배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소리는 별 감흥이 없지만, 라이브로 직접 듣게 되는 단가나 민요, 판소리는 정말 매력적이지요. 우연한 기회에 고법(鼓法)을 먼저 시작했고, 이어서 지인들과 함께 판소리를 배우게 되었는데, 지인들과 함께 배우게 되니 자연스럽게 지속할 수 있었어요.”
특히, 판소리는 이야기의 줄거리나 전개되는 내용에 따라 목 쓰는 방법이 다양하여 날마다 새로운 내용을 배울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연말이면 남편 회사 모임에 초대되어 한복을 입고, <사철가>를 부르기도 하고, 노은주 선생님의 소리에 감동하여 배운 소리를 주변 지인들에게 불러주었더니 반응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자랑삼아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말이다.
“지난 발표회 때에는 흥보가 중, <돈타령>을 불렀지요.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가사가 틀릴까,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몰라요. 다행히 제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얼굴에 돈복(福)이 가득하다”라며 기뻐하였고, 특히 남편을 향해, “무조건 부인을 잘 모시고 다니라”라는 말까지 듣게 되어,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라고 즐거워했다.
평소에는 무엇을 외울 일이 없었는데, 더더욱 익숙지 않은 판소리의 사설들이어서 외우기 어려웠으나, 발표회를 앞두고 정말 열심히 외워서 불렀을 것으로 짐작된다. 경험해 본 사람들은 충분히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법이다. 무대에 올라, 많은 청중 앞에서 그간의 준비한 소리를 발표하게 된다는 사실은 매우 긴장되고 떨리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준비가 된다면 스스로 뿌듯하기도 하고, 또한 그 성취감은 이루 형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다른 회원인 백지수는 말한다.
"저는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모임이 분위기가 참 좋아서 판소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건강도 그리 좋지는 못하고 꾸준히 연습해 가는 것 또한 부담스러운 일이었는데, 수업시간 녹음한 파일과 선생님이 올려주신 유튜브 영상을 보며 남편과 외출할 때 차에서 따라 부르곤 했습니다. 발표회를 준비할 때는 저보고 놀부 역할이 어울린다고 해서 아니리 부분의 놀부 성음을 내곤 했는데, 두렵고 어색했던 무대가 여러 사람과 함께하니 보람되고 좋았습니다. 단체민요 연습시간에는 몇 시간 동안 굶고, 발림(동작)과 소리를 맞추느라 힘도 들었는데 함께하니 그 힘들었던 시간이 성취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선생님과 회원들께 참 고맙습니다.”
연습이 부담스러웠지만 모임 분위기가 좋아서 힘들었던 시간이 성취감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판소리 동호인 경력, 8년 차인 김성애 회원도 지난 일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마디 거든다.
“처음에는 모임에 나가 지인들과 함께 식사하고 차 마시며 대화하는 재미로 나가다가 우연히 판소리를 접하게 되었어요. 사설의 내용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사투리 또한 많아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지요.
그런가 하면 마땅한 교재, 곧 악보도 없어서 저에게는 너무 어려운 장르였으나, 지금은 사설에 대한 이해와 뜻, 그리고 발성부터 하나하나 알려 주시고 소리의 가락을 몸소 보여주시는 노은주 선생님을 만나 처음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배우고 있어요. 남들은 쉽게 친해지는데, 제 경우에는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저도 열성회원으로 분류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동호회의 막내, 임윤정 회원도 드디어 입을 연다.
“저는 언니들이 판소리를 부르는 것을 보고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집에서 소리 배우는 곳까지는 왕복 3시간가량 걸리지만, 운동한다는 마음으로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녔지요. 처음엔 혼자씩 불러보는 통에 부끄러웠으나, 이제는 달라졌어요. 민요의 메기는 부분과 받는 부분을 나누어 부르니 흥도 나고 즐거웠어요.“
“발표회를 위해 집에서 교습 녹음 파일을 켜놓고 가사를 열심히 외우고 따라 불렀더니 성취감도 생기고 재미가 있더라고요. 현재는 판소리 심화과정으로 높은음을 내는 방법이나, 이면(裏面)에 맞는 발성, 그리고 강약 조절이나 소리의 대소(大小) 구분 등, 한 단계 심화과정을 배우니까 더더욱 재미가 있는 거예요. 제2회 발표회 때에는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
나이 들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자체는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인가? 남들은 나이가 들면서 목소리에 힘이 없어 점점 속으로 기어들어 가는 반면, 이들은 밖으로 소리를 내는 연습을 많이 훈련하고 있으니, 건강까지 좋아지고 있지 않은가? 요즘 판소리 배우러 가는 그 시간이 너무나 설레고 기다려진다는 그들의 고백이 너무도 크게 들리는 것은,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들은 분명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잘 알고 있다. 그들과 같은 동호인들이 더 많이 늘어나야 판소리계가 더더욱 활성화되고, 그래서 명창들의 무대가 더더욱 활발해져서 판소리의 전성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