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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쪽샘유적서 처음 확인된 돌방무덤, 5차례 주검 안치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동국대 WISE캠퍼스 쪽샘유적 공동 발굴조사 성과 공개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소장 임승경)는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총장 류완하) 고고미술사학과와 오는 30일 낮 3시 경주 쪽샘유적 발굴조사 현장에서 공동 발굴조사의 성과와 출토 유물을 공개한다. 두 기관은 지난 2020년 경주 구황동 지석묘를 시작으로 2021년부터 신라 왕족과 귀족의 무덤군인 경주 쪽샘지구 유적에서 해마다 함께 발굴조사를 해오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가 조사를 위한 기술ㆍ행정ㆍ예산을 지원하고,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의 고고미술사학 전공 학생들이 실습생으로 참여하고 있다.

* 발굴조사 현장: 경북 경주시 황남동 18-1 쪽샘지구 유적

 

올해로 여섯 번째인 공동 발굴에서는 신라 돌방무덤(K91호 무덤)과 덧널무덤(J230호 무덤)을 조사하였으며, 신라 지배 계층의 다양한 무덤 축조 방식과 장례 모습을 밝힐 수 있는 자료를 확인했다.

* 돌방무덤(石室墓): 판돌 또는 깬돌을 이용하여 무덤방을 만들고, 출입시설을 갖춘 무덤

* 덧널무덤(木槨墓): 나무로 곽을 짜고 그 안에 시신과 부장품을 넣은 무덤

 

 

 

이번 조사에 포함된 돌방무덤(K91호 무덤)은 쪽샘지구의 1,300여 기 무덤 가운데 처음 확인된 형식으로, 지난 2023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3차례(1차: 무덤방(玄室), 2차: 널길(羨道·墓道)과 봉토(封土), 3차: 주검 받침(屍床))에 걸쳐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 깬돌을 사용하여 네 벽을 쌓아 만든 무덤방은 길이 2.9m, 폭 2.3m 크기로, 방 안에서는 주검과 부장품을 안치한 공간이 5곳 확인되었다. 방의 가장 안쪽인 북쪽 벽에 붙여 폭 76cm, 높이 15cm의 주검 받침을 만들고, 그 위에 금귀걸이 한 쌍을 착용한 주검을 안치한 것이 첫(1차) 매장이었다. 주변에서는 미늘쇠, 철제 낫, 운모 등 부장품도 함께 출토되었다. 주검 받침이 있는 곳을 빼고 무덤방의 바닥에는 자갈돌을 깔았다.

* 널길: 무덤의 입구에서부터 주검을 두는 방까지 이르는 길로, 무덤 방 입구에 접해 천정을 갖춘 길인 연도(羨道)와, 연도에서부터 무덤 입구까지 이르는 길인 묘도(墓道)로 구분

* 주검 받침: 시상(屍床) 또는 시상대(屍床臺)라고 불리며, 주검과 부장품을 놓기 위해 만든 시설.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지며, 돌방무덤(K91호)의 경우 깬돌을 가장자리에 1∼2단 쌓고 그 안을 깬돌이나 자갈돌로 채워 마치 침대처럼 만들었음.

* 미늘쇠: 유자이기(有刺利器)라고도 하며 긴 철판의 양 가장자리를 삐쳐내어 가시가 돋친 것처럼 만든 것으로, 장대에 끼워 의례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

* 운모(雲母): 규산염 광물의 하나로 표면이 비늘처럼 얇은 조각으로 갈라지는 성질이 있으며, 신라 무덤에서는 주로 주검의 주변에 흩뿌리거나 여러 매를 엮은 상태로 출토됨.

 

이후 2ㆍ3차 매장은 1차 주검 받침의 남쪽에 붙여 1차보다 높은 31cm 높이에 폭 78cm, 폭 79cm의 주검 받침을 각각 만들어 주검과 부장품을 안치하였다. 4차 매장은 3차 주검 받침 남쪽에 붙여, 폭 70cm, 높이 31cm의 주검 받침을 만든 뒤 공간이 좁아 널길까지 확장해 이루어졌다.

 

 

 

 

2~4차 매장에서는 금동제 허리띠 장식, 철제 손칼, 미늘쇠, 쇠도끼, 병(甁) 등이 부장품으로 출토되었는데, 여러 차례 이뤄진 매장으로 인해 흐트러진 채 출토되었다. 5차 매장은 이전 매장과 달리 남북 방향으로 긴 부장 공간을 만들었는데, 동쪽 벽에 붙여 폭 50cm, 높이 20cm로 만들었다. 남쪽으로 굽다리접시 등 토기류를 부장하였고, 좁은 공간 때문에 주검 안치는 기존 2~4차 주검 받침을 재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무덤 방 남벽에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는 널길은 바닥 면이 안에서 밖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바닥 전면에는 자갈돌을 한 벌 깔았다. 무덤길의 서벽 일부를 먼저 있던 돌무지덧널무덤(K255호)의 호석을 그대로 이용한 점, 무덤길의 남쪽 끝을 먼저 있던 돌무지덧널무덤(K254호)에 덧붙여 만든 점이 독특한데, 이를 볼 때 돌방무덤에 묻힌 사람은 주변 돌무지덧널무덤에 먼저 묻힌 사람들과 가족 등 긴밀한 관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 돌무지덧널무덤(積石木槨墓): 무덤 중앙에 덧널을 놓고 주변에 돌무지를 쌓은 뒤 흙을 덮은 구조의 무덤

* 호석(護石): 둘레돌이라고도 하며, 가장자리에 돌을 쌓아 무덤을 표시하거나 봉분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시설

 

무덤방의 천정이나 방을 덮은 봉토는 남아 있지 않지만, 무덤 방 주변으로 돌려져 있는 2개의 석렬(石烈)을 통해 안에서 밖으로 확장하면서 봉토를 쌓는 ‘양파형 성토법’으로 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방식은 우리나라의 경주 용강동 고분군, 황성동 고분군, 방내리 고분군 및 일본의 효고현 미다니(箕谷) 고분군, 아이치현 젠다나(膳棚) 고분군, 나가노현 오오무로(大室) 고분군 등에서 돌방무덤의 봉토를 쌓을 때 사용하였다.

* 석렬(石烈): 돌로 열을 지어 만든 시설

 

출토 유물들로 미루어 보아 돌방무덤은 6세기 중ㆍ후엽 무렵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돌방무덤은 쪽샘지구 1,300여 기의 무덤 가운데 처음이며, 대릉원 일원 전체에서도 7기에 불과하다. 이번 조사를 통해 6세기 이후 신라 지배층의 무덤 형태가 돌무지덧널무덤에서 돌방무덤으로 변화하는 모습, 나아가 당시 사회 집단 또는 계층별 무덤군의 장소 선정이나 장례 방식 등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함께 조사된 덧널무덤은 구덩이를 파고 길이 3.4m, 폭 0.8m의 나무 곽을 짜서 넣은 뒤 구덩이와 나무 곽 사이 돌을 채운 형태로, 내부에는 시신과 함께 철제 창, 큰항아리, 컵모양 토기 등을 부장하였다. 유물로 보아 쪽샘지구에서는 드문 4세기 후반 무렵 만들어진 무덤으로 추정된다. 이 무덤의 반경 20m 안에서는 크기가 비슷한 덧널무덤이 무리 지어져 있는 데 반해, 동쪽에서는 5세기에 만들어진 지름 10m 이상의 돌무지덧널무덤이 무리 지어져 있었다. 쪽샘지구 무덤군이 시기별, 계층별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밝힐 수 있는 자료다.

 

이번 공개 행사는 별도 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더 자세한 사항은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054-622-1720)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