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겸 단장 김종덕)은 신작 <파이브 바이브>를 6월 25일(수)부터 29일(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국립무용단 처음으로 전원 남성 무용수만 출연하는 작품으로 안무가 예효승과 함께 남성 한국춤의 다채로운 매력을 펼쳐 보인다. 여성 무용수 중심으로 발전해 온 한국무용에서 남성 무용수의 특징에 초점을 맞춘 작품은 많지 않다. <파이브 바이브>는 남성 한국춤이 지닌 절제된 에너지와 낮고 깊은 중심, 그리고 고유의 신체성에 주목해 한국춤의 확장을 또 한 번 시도한다.
안무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벨기에의 현대무용 컴퍼니 ‘레 발레 세드라베(Les Ballets C de la B, 현재 라게스트) 한국인 무용수로 활약 중인 예효승이 맡았다. 유럽 무대에서 독자적 춤 언어를 구축해 온 안무가로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움직임을 인정받아 왔다. 2011년 솔로 작업 <발자국>을 시작으로 독보적 예술세계로 주목받았고, 최근에는 에르메스·까르띠에·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의 아트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파이브 바이브>는 안무가 예효승이 본인의 시선에서 관찰한 한국무용을 토대로 그 안에 녹아있는 다섯 가지 본질적 요소 곧 ‘선’ㆍ‘장단’ㆍ‘숨’ㆍ‘흥’ㆍ시간’을 발굴, 이를 바탕으로 창작한 새로운 모습의 한국춤이다. 이번 무대는 국립무용단 남성 무용수 16명과 2025년 새롭게 합류한 4명의 시즌 단원까지, 다양한 세대와 경력을 아우르는 모두 20명의 무용수가 함께한다.


각기 다른 연령대의 무용수들이 각자의 몸에 담긴 시간과 움직임을 다양한 층위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작품의 또 다른 핵심이다. 예효승은 “오랜 나라 밖 활동 속에 오히려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전통과 현대는 유리된 것이 아니라 늘 함께 교차하며 흘러간다고 믿는다. 가장 현대적인 언어로, 가장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작품의 취지를 밝혔다.
무대는 단순한 장치나 배경의 기능을 넘어, 무용수의 움직임을 다양한 방식으로 감각할 수 있도록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대디자이너 박은혜는 다양한 크기의 스피커를 무대에 쌓아 올려 무용수의 호흡과 진동이 공간 전체에 퍼지도록 설계해 소리를 ‘듣는 것’을 넘어 ‘몸으로 감각하는 것’으로 확장했다. 인공지능(AI) 영상을 활용한 점도 특징적이다. 인공지능으로 구현한 이상화된 몸의 움직임과 실제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교차하는 연출로, 감각과 실존의 경계를 넘나들며 '몸'이라는 존재의 의미에 질문을 던진다.

음악은 국악의 강렬한 울림을 전자음악(EDM 사운드)로 재해석해 전통과 전자음악을 과감하게 결합한다. 광고ㆍ패션ㆍ케이팝 등 장르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음악을 구축해 온 음악감독 송광호가 무대 위에서 직접 디제잉을 통해 춤의 파장을 실시간으로 완성한다. 의상은 최원이 맡아 점프수트ㆍ데님 등 남성 근현대복의 고전적 아이템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동서양의 미감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전통과 현대를 잇는 동시대적 감각을 선보인다.
조명은 빛을 통해 감정과 움직임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이영욱 디자이너가 담당해 춤의 섬세한 결을 부각한다. 또한 2012년부터 예효승과 함께 작업하며, 드라마터그ㆍ구성ㆍㆍ무대감독 등 다양한 역할로 호흡을 맞춰온 박진영이 이번 작품에서는 콘셉트와 구성 작업을 함께하며 완성도를 높인다.
남성 무용수들의 강렬한 에너지와 예효승의 예리한 감각이 어우러진 신작 <파이브 바이브>를 통해 끊임없이 변주되는 한국춤의 현재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예매ㆍ문의 국립극장 누리집(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