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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 열어

용산 개관 20주년 기념 특별전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재홍)은 용산 개관 20돌을 맞이하여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의 시작과 함께 꽃핀 15~16세기 미술의 정수를 한 자리에 모은 대규모 기획이다. 도자, 서화, 불교미술 등 당시 미술을 대표하는 691건의 작품이 출품되며, 이 가운데는 국보 16건, 보물 63건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지정문화유산이 포함된다.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도 23건에 달한다.

 

 

새로운 나라의 미술과 만나다

 

조선 건국 이후 200여 년 동안을 가리키는 조선 전기는 오늘날 우리 문화의 중요한 바탕이 형성된 때다. 유교를 통치 이념을 내세우면서 보편화된 유교적 가치관과 생활 규범은 오늘날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훈민정음은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소통 체계이자 시각 매체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문화 형성에서 중요한 시기에 미술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동안 조선 후기 미술과 견주면 조선 전기 미술의 면모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조선 후기에 견줘 현존 작품 수가 적으며, 주요 작품 가운데 다수가 나라 밖에 있어 접하기 어려운 점이 가장 큰 까닭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 미술에서는 새 나라의 건설이라는 커다란 변화 속에서 주목할 만한 혁신과 변화가 있었고, 이때 형성된 특징과 미감은 한국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 현재 우리에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새 나라 조선에서 펼쳐진 미술의 주요 흐름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국보부터 나라 밖 소장품까지, 가장 큰 규모로 펼쳐지는 특별전

 

이번 전시는 나라 안팎 72개 기관이 소장한 691건의 전시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조선 전기 미술을 다룬 전시로는 역대 가장 큰 규모로, 나라 밖에 상당수 전해지는 조선 전기 미술품을 만날 귀중한 기회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5개국 24개 기관에서 40건이 출품되며, 이 가운데 23건은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백자 청화 산수‧인물무늬 접시>[도1], <십장생>[도2], <지장시왕도>[도3] 등 연구자들에게만 알려졌던 작품들이 처음으로 전시된다.

 

 

 

 

이 밖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이 2024년 산 <산수도>, 2024년 기증받은 <초서>[도4]가 처음 공개된다. <서울 조계사 목조여래좌상>[도5]은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법당을 떠나 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온다. 국내 기관 출품작 가운데서도 국보ㆍ보물 등 지정문화유산이 80여 건에 달해, 반짝이는 보물의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관람객과 함께하는 전시의 공감 포인트

 

이번 전시는 조선 전기 200여 년 동안 펼쳐진 미술의 거대한 서사를 도자, 서화, 불교미술의 세 장르에 주목하여 살펴본다. 방대한 규모만큼 그 면모 또한 다채롭다. 전시를 보는 몇 가지 흥미로운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백(白)ㆍ묵(墨)ㆍ금(金): 조선 전기 미술을 보는 세 가지 색

조선 전기 미술을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익숙한‘색’을 활용하여 각 장르의 주된 흐름을 소개한다. 이 시기 도자는 분청사기를 거쳐 새하얀 백자의 시대를 맞이했다. 회화에서는 먹을 위주로 한 회화가 주류가 되었고, 수묵산수화가 꽃을 피웠다.

 

조선은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내세웠지만, 불교 신앙과 미술은 그 생명력을 잃지 않았다. 불상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금색은 변치 않는 불교의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백자의 백색, 수묵산수화의 먹색, 불교미술의 금색을 각 장르를 상징하는 색으로 설정했다. 조선 전기 미술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세 가지 색이 각각 작품에 따라 펼치는 변주에 주목해 볼 것을 제안한다.

 

2. 조선 전기 도자의 흐름을 한눈에: “조선의 흰빛”

조선 전기의 도자를 소개하는 제1부 전시실에는 조선 전기 도자의 흰빛을 향한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조성했다. 길이 14m, 높이 3m의 벽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도자 300여 건을 색의 변화에 따라 배치했다. 고려 말 상감청자에서 조선의 분청사기와 백자를 향해간 도자의 변화 양상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다.

 

3. 조선 전기 서화의 재발견: <송하보월도>, 모리박물관 <산수도> 등

이번 전시에는 조선 전기 서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주는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꼽자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송하보월도>[도6]는 그동안 조사 연구에 의해 달과 매화가 붉은 물감으로 채색된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 모리박물관 소장 <산수도>[도7]는 기존에는 중국 작품으로 여겨졌지만, 그간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조선 전기 작품으로 재평가되었다. 조선 전기 회화의 새로운 기준작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걸작이다. 원래 하나의 꾸러미였으나 서로 다른 기관에 소장된 작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미국 라크마(LACMA) 소장 <산시청람도>와 일본 야마토문화관(大和文華館) 소장 <연사모종도>는 <소상팔경도> 가운데 두 장면에 해당하는 그림으로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함께 전시된다.[도8]

 

 

4. 이제까지 몰랐던 조선 전기 불교미술의 매력

조선은 유교적 이상 국가 건설을 목표로 설립된 나라였기에 이 시기 불교미술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불교는 유교가 해결하지 못하는 죽음 등의 문제에서 많은 이에게 위안을 주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불교미술을 이 시기의 주요한 미술 전통으로 조명하며, 왕실 후원의 불상과 불화에서부터, 불교 서적과 민간 차원에서 조성된 불교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여 이 시기 불교미술의 진면목을 재조명한다.

 

전시 구성

 

서막 ‘조선의 새벽, 새로운 나라로’에서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발원하여 금강산에 봉안한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을 만난다. 새 나라를 세우기 직전, 사리장엄에 담은 건국에 대한 열망과 다짐을 살펴본다.

 

1부 ‘백(白), 조선의 꿈을 빚다’에서는 국가 체제의 힘으로 견인한 조선 전기 도자 산업의 전모를 살펴본다. 조선이 시작되면서 푸른 청자의 시대가 가고 분청사기와 백자의 시대가 펼쳐졌다. 이러한 도자 생산 기술의 발전은 오랜 도자 전통의 기반 위에 나라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실현될 수 있었다. 새하얀 모습을 구현한 도자 제작 기술의 절정과 그 위에 펼쳐진 시대의 미의식을 소개한다.

 

 

 

 

 

2부 ‘묵(墨), 인문(人文)으로 세상을 물들이다’에서는 조선 전기 사대부의 이상을 담은 서화를 소개한다. 조선 건국을 주도한 사대부가 애호한 그림과 글씨는 이 시대의 주된 시각 매체로 부상했다. 글씨와 그림에는 먹의 무궁무진한 표현력을 활용하여 이들의 생각과 정서를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먹색의 깊은 농담처럼 조선에 스며든 사대부의 가치관과 취향을 소개한다.

 

 

 

3부 ‘금(金), 변치 않는 기도를 담다’에서는 신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인간의 본성 깊은 곳에 맞닿아 있던 불교미술을 조명한다. 불교미술은 오래전부터 귀한 재료였던 금으로 장식됐다. 유교의 시대가 되었지만, 불교는 정치적 명분이나 이념과 관계없이 왕실과 사대부,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까지 모든 조선 사람의 기원과 바람에 언제나 응답하는 신앙으로 존재했다. 긴 시간 잊히거나 사라지지 않고 그 자신을 장식한 금빛처럼 변하지 않는 기도를 담아 온 불교미술을 살펴본다.

 

종결부 ‘조선의 빛, 훈민정음’에서는 <훈민정음>을 소개하며 전시를 마무리한다. 훈민정음은 조선 전기의 수많은 문화적 창안 가운데서도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연결되는 대표적 문화유산이다. 훈민정음은 15세기 중반에 탄생한 이후 오늘날까지 우리 문화 발전의 핵심 요소로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나아가 미래로 이어진다.

 

모두가 함께 즐기는 조선 전기 미술

 

관람객 누구나 즐기고 전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접근 방식을 마련했다.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쉬운 설명 패널이 전시실에 비치되고, 어린이용 오디오가이드 서비스가 제공된다. 전시품을 활용한 활동지와 조선 전기 추구미 아이템을 찾는 활동도 전시실에서 즐길 수 있다. 대표 작품 32점을 감상할 수 있는 정점 해설이 한국어와 영어, 한국수어와 음성해설로 제공된다. 청력이나 시력에 어려움이 있는 관람객도 전시 내용을 쉽게 즐길 수 있다. 전시실에 비치된 정보무늬(QR 코드)를 스캔하거나 특별전 손말틀(모바일) 전단 사이트(www.새나라새미술.com)에서 볼 수 있다.

 

전시에 깊이를 더하는 학술 행사

 

전시 기간 내내 다양한 학술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6월 20일(금)에는 전시를 기획한 학예연구사가 들려주는 <특별전의 기획과 구성> 강연이 열릴 예정이다. 7월에는 일본 소재 조선 전기 미술에 대한 나라 밖 학자 초청 강연(7.17.), 한국미술사학회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국제심포지엄 <조선 전기의 미술>(7.18.)이 열린다. 전시기간중인 6월부터 8월까지는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서비스되는 온라인 특강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조선 전기 미술이 오늘날 우리의 미감과 정서, 문화적 기반을 이루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만든 미술의 힘, 그리고 그 시대가 남긴 미의식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