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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한국을 빛낸 100명, 거기에 더한 20명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에 더하고 싶은 한국을 빛낸 위인들》 조아라 글, M&K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혹시 이 노래를 들은 독자가 있다면, 한 번쯤 이런 의문을 품어봤을 것 같다. ‘어, 왜 이 인물은 안 들어가 있지?’ 한국을 빛낸 인물이어도 누군가에겐 크게 우선순위가 아닐 수 있고, 누군가에겐 크게 중요한 인물일 수 있다.

 

지은이 조아라도 그 노래를 들으며 ‘왜 이 사람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노래에 들어가지 않은 이들을 조명하는 이 책,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에 더하고 싶은 한국을 빛낸 위인들》을 쓰게 됐다.

 

 

과연 이 책에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도 거의 접하지 못했을 위인들이 꽤 많다. 세계 첫 비행기를 만든 정평구가 대표적이다. 벨테브레이(박연), 김만덕, 김처선, 광해군, 정도전, 만적, 김수로왕 등 제법 익숙한 인물들과 이사주당, 김명국, 엄복동, 박자청 등 생소한 인물 20명을 가려 뽑아 소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신기한 인물은 역시 정평구다. 임진왜란 때 오늘날 비행기와 비슷한 개념의 무기인 ‘비거(날틀)’를 만들었다. 진주성을 방어하는 전투에서 비거가 보여준 활약은 놀랍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발명한 비행기보다 무려 300여 년이나 빠르다.

 

(P.104)

임진왜란 때 일본은 전라도로 진격하기 위해 진주성을 포위하여 공격했어요. 6일간의 대접전 끝에 일본을 물리쳤는데 정평구의 활약이 컸어요. 정평구는 대나무와 소가죽으로 커다란 연을 만들어 하늘로 타고 올라갔어요. 그리고 왜군들의 진영 위를 날며 가지고 올라간 화약을 뿌려 터지도록 했답니다. 하늘을 타고 올라간 이 기계가 바로 비거예요. 비거란 바람을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수레를 뜻해요.

 

적의 진지에 화약을 뿌리기도 했지만, 성에 갇힌 장수를 구하기 위해 비거를 타고 성으로 들어가, 장수를 태우고 약 10m 높이로 날아 30리밖에 이르러 내렸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진주성이 왜군에게 포위되었을 때 외부와 연락하는 방법이 되기도 했다.

 

오늘날의 ‘폭격기’를 개발한 정평구. 진주성을 방어하는 데 실제로 쓰인 무기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비거’가 계속 발전했다면 조선의 으뜸가는 전투병기가 되지 않았을까. 진주성 전투 이후 점점 무기 역사에서 사장된 것 같아 아쉽다.

 

조선시대 태교 전문 서적, 《태교신기》를 쓴 이사주당도 눈길을 끈다. 사주당은 어릴 때부터 학문을 가까이했고, 유한규와 혼인하여 가정을 꾸리며 훌륭한 아내와 어머니로 살았다. 이사주당의 아들이 이름난 한글학자인 ‘유희’다.

 

평소 자식 교육을 중요하게 여겼던 그녀는 세계 첫 태교 지침서인 《태교신기》를 써서 뭇 여성들에게 태교의 중요성을 널리 알렸다. 스승이 10년 동안 가르치는 것보다 어머니 배 속에서 열 달 동안 배우는 것이 더 낫다고 강조했다.

 

《태교신기》는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1장에서는 태교의 이치를, 2장에서는 태교의 효험을 설명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남편도 태교에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며 부인에게 태교를 가르쳐 주도록 했다. 어머니의 태교 못지않게 아버지의 태교도 중요하다고 한 점이 상당히 선구적이다.

 

한편, ‘달마도’ 그림으로 조선시대 ‘그림 한류’를 일으킨 화원 김명국도 있다.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달마도’ 가운데 가장 유명한 그림은 김명국의 작품이다. 김명국은 그림을 담당하던 관청인 도화원에서 일생 그림을 그렸고, 실력을 인정받아 통신사 수행 화원으로 두 차례나 일본에 가기도 했다.

 

(p.92)

김명국이 처음 일본에 가서 그린 그림을 보고 일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어요. 너무나 훌륭한 솜씨에 일본이 들썩일 정도였지요. 그래서 일본은 공식적으로 김명국의 두 번째 방문을 요청했어요. 일본 사람들이 어찌나 김명국의 그림을 원했는지 밀려드는 그림 요청으로 쉴 틈 없이 작업을 해야 할 정도였지요. 오죽하면 김명국이 너무 힘들어 울어 버렸다고 하네요. 현재 전 세계가 열광하는 한류 열풍 못지않은 조선시대 김명국의 인기는 지금까지 <달마도>를 통해 이어가고 있답니다.

 

식민지 조선의 자전거 영웅이었던 엄복동도 한국을 빛낸 인물이다. 엄복동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일찍이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 자전거 판매점의 점원으로 일하며 처음으로 자전거를 탔다.

 

지금이야 너무 당연한 이동수단이지만, 그때만 해도 자전거는 신기한 문물이었다. 특별한 훈련을 받은 적도 없었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자전거 선수가 된 그는 자전거 대회에 나가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1등을 했고, ‘국민 자전거 영웅’이 되었다.

 

엄복동은 뒤이어 중국에서 열린 자전거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일본 선수를 제치는 엄복동을 보고 일본 심판이 경기를 중단하고, 일본 사람들이 엄복동을 단체로 구타하는 일까지 있었다.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당당히 우승하는 엄복동의 모습은 암울하던 식민지 시절, 가슴을 틔우는 한 줄기 바람이자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잠시나마 씻을 수 있는 기쁨이었다. 엄복동은 그때 손기정 못지않은 국민 영웅이었던 것 같다.

 

책의 구성과 내용이 전반적으로 참신하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에 지은이가 20명을 더했으니, 위인이 120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심지어 이 120명 안에 다 넣을 수 없는 위인들도 많을 것이다. 자신이 넣고 싶은 ‘내 마음속의 위인들’을 추가해 보는 것도 좋겠다.

 

유구한 역사에서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은 무수히 많지만, ‘나라를 빛낸 인물’이 되려면 후세가 인정할 만한 업적이나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어야 한다. 공로와 덕을 함께 갖출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먼 훗날,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빛낸 인물에는 누가 거론될까? 자신의 이름이 역사에 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경계와 반성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