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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국립대구박물관, <만세불후-돌에 새긴 영원>

석각 자료 탁본 58건 75점 기증 특별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대구박물관(관장 김규동)은 오는 6월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기증 특별전 <만세불후(萬世不朽)-돌에 새긴 영원>을 연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24년 중국 섬서한당석각박물관으로부터 기증받은 남북조시대부터 당나라에 이르는 석각 자료 탁본 58건 75점을 소개한다.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한 묘지문 탁본과 토용 5건 7점을 포함하면 전시품의 전체 수량은 63건 82점이다.

 

묘지명은 고인의 이름과 생애를 기록해 무덤에 함께 묻는 글로, 죽은 이를 기리는 동시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기억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기도 하다. 그 안에는 개인의 삶을 넘어 당시 사회의 가치관과 질서, 이상이 반영되어 있으며 이는 역사기록에 담기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번 전시는 묘지명의 값어치를, 탁본을 통해 새롭게 조명하였다. 탁본은 원본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정밀한 판독이 가능해 오래전부터 금석문 연구에 널리 활용되었다. 특히 원본을 직접 옮기기 어려운 경우에 그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문화유산을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 돌에 새겨진 시대와 사람의 이야기

 

전시는 모두 세 개의 주제로 구성하였다. 1부 「세상을 담다」는 중국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386-589)의 정치적 상황과 종교적 배경을 소개한다. 이 시기는 여러 왕조가 흥망을 거듭한 분열의 시기이자 불교가 국가적 차원에서 수용된 종교적 전환기이기도 했다. 또한 이민족 왕조가 한족문화에 동화되며 중국 문화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묘지명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형식과 내용이 발달하여 정형화된 시기가 바로 이때다.

 

 

 

2부 「이야기를 새기다」는 묘지명의 제작 목적과 역할, 내용 구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묘지명을 만들어 무덤에 함께 묻는 일은 장례 의례의 일부였으며, 후대에는 예제(禮制)로 정착하였다. 또한 무덤의 유실을 우려한 기능적 목적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 이름과 가계, 사망 및 장례 과정을 충실하게 기록하였다. 묘지명의 글을 쓴 ‘서자(書者)’와 묘지명의 글을 지은 ‘찬자(撰者)’의 존재는 묘주와 주변 인물 간의 사회적 관계망을 드러내며, 부부 합장 묘지명은 혼인과 가족 구조를 반영해 당시 사회의 질서를 파악하는 단서가 된다. 묘지명은 단순한 비문을 넘어 삶의 방식과 기억의 형태를 집약한 시대의 기록물 역할을 하였다.

 

 

3부 「일생을 쓰다」는 8세기 이후 제작된 묘지명을 중심으로 당시 사람들의 삶과 이를 구성하는 시대와의 관계를 조명한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들, 유교적 이상을 반영한 남성과 여성의 모습이 담긴 묘지명을 살펴본다. 또한, 시대의 혼란을 피해 은거한 인물들의 묘지명을 통해 당시의 정치·사회적 격동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묘지명에 기록된 다양한 인물의 서사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인간애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름조차 잊힌 이들의 생애가 돌 위의 글로 남아 오늘날 우리를 만나듯, 시간과 공간을 넘어 기억이 연결되는 순간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 탁본으로 만나는 다양한 서체

 

전시품의 다양한 서체는 글자를 예술로 승화한 고대 서예 문화의 깊이를 보여준다. 서예는 단순한 문자를 쓰는 행위를 넘어, 글을 쓴 사람의 인격과 수양을 반영하는 표현으로 여겨졌으며, 위진남북조시대는 서예가 본격적인 예술로 발돋움한 시기이기도 하다.

 

비석에 새겨진 글씨들은 대체로 판독성이 뛰어난 해서(楷書)나 예서(隸書)가 대부분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묘지명 다수는 해서로 새겨졌으며, 예서로 작성된 묘지명도 일부 전해진다. 전시품을 통해 확인한 해서의 특징은 단정한 자획 속에서도 필획의 유연함과 생동감을 잃지 않는 데 있으며, 이는 안진경(顔眞, (709-785)과 같은 명필들이 주도한 서풍과도 맞닿아 있다. ‘구양씨 부인 묘지’는 당(唐, 618-907)의 명필 구양순(557-641)의 손녀 묘지로, 지석에 새겨진 예서가 특히 주목된다. 살이 찐 듯한 획과 유려한 운필, 장식적인 마무리는 예서 특유의 고전적 품격을 잘 보여주며, 아울러 고인의 삶을 기리는 글에 어울리는 차분하고 섬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조선과 부인 왕씨 부부 묘지명’은 부인이 왕희지의 후손임을 명시하며, 단순한 가계 소개를 넘어 당대 명필에 대한 존경과 문화적 위상을 함께 보여준다. 개석에는 권위와 상징성을 지닌 전서(篆書)가 사용되어, 묘지 전체에 장식성과 격조를 더하고 있다. 개석이 남아 있는 전시품들을 통해 전서체의 변화 양상도 엿 볼 수 있다.

 

전시기간 중에는 특별전 연계 강연(7.4),을 비롯하여 큐레이터와의 대화(7.16, 7.30, 8.13), 묘지명 탁본 체험(7~8월 중 매주 토요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상세 일정은 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공지된다. 특별전을 관람한 뒤 체험공간에 비치된 도장을 브로슈어에 찍어 이디야 국립대구박물관점에 제시하면 제조음료를 10% 에누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