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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오기 전에 ‘민기(民紀)달력’을 출시하자

재기발랄한 젊은이들, 세계사적인 놀이에 신명을
[돌아온 개화기 사람들] 35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민기원년 곧 서기 2025년은 을사늑약 120년이 되는 해다. 천길나락이 솟아올라 빛의 영봉으로 탈바꿈하는 진풍경을 우리는 날마다 아니 시시각각 보고 있다. 민주 세계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이 기적 아닌 기적은 과연 하루아침에 우연히 이루어진 것일까? 아닐 것이다. 그것은 어쩜 단군의 홍익인간에서 발원한 K-파동(WAVE)일지도 모른다. 좀 더 가까이는 1884년 말 삼일천하로 끝났던 갑신혁명, 1893년의 동학농민전쟁, 1898년의 만민 공동동회, 1919년의 3.1만세운동, 세계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줄기찬 반제 항일 독립투쟁, 광복 뒤의 4.19, 5.18, 6월 혁명, 촛불 혁명 등의 애끓은 물결이 큰 욧솟음으로 하늘 높이 솟구친 것일지도.

 

내란의 밤은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항상 우리 곁에 있고 우리 등 뒤에 있다. 되돌아올 것이다, 우리가 망각하는 순간에. 내란 요괴들은, 우리가 민전 1년(서기 2024년) 겨울밤의 그 어둠과 공포를 망각하는 순간 되돌아올 것이다. 우리가 마냥 승리에 도취할 수만은 없는 까닭이다. 이 해를 민기 원년으로 하는 새로운 연기를 쓰자는 뜻도 여기에 있음은 물론이다. 민기는 어느 정파, 집단의 전유물이 될 수는 없다. 좌도 우도 진보도 보수도 정파도 지역도 세대의 차이 같은 것도 있을 수 없다. 내란 요괴가 아니라면 누구나 어깨 펴고 주인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연기를 사용하자는 것은 특별히 새로운 일은 아니다. 지난 역사에서 몇 차례 시도한 바 있기 때문이다. 사례를 보자.

 

 

 

 

다음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선서문이다.

“존경하고 경애하난 아(我) 2천만 동포 국민이여, 민국원년 3월 1일 아 대한민족이 독립을 선언함으로부터 남과 여, 노와 소, 모든 계급과 모든 종교를 불문하고 일치(一致)코 단결하야 동양의 독일인 일본의 비인도적 폭행….”(서희경, 《대한민국 헌법의 탄생》에서 재인용)

서기 1919년을 ‘민국원년’으로 하는 새로운 연기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원 기념사진(1919년 10월 11일). 상단에 "대한민국 원년 10월 11일"이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출처: 위키)

 

‘조선개국’, ‘건양’, ‘광무’, ‘광무’ ‘민국’ 등의 독자적인 연기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제 ‘민기’를 쓰자. ‘민기’는 성공할 수 있고 세계화할 수도 있다. 민기는 민주. 민권. 독립 투쟁의 모든 역사를 포용하고 드높인다. 배척하거나 가리지 않으며 다투지도 않는다.

 

민기원년에 꼭 민기달력이 세상에 나오기를 고대한다. 달력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팔을 걷어붙이는 사람이 없다. 광장에 나왔던 재기발랄한 젊은이들, 예술가들, 활동가들이 이 세계사적인 놀이에 신명을 낸다면 오죽 좋으랴. 시기를 놓치지 말고 민기달력을 출시하자, 첫눈이 오기 전에. 값은 12,300원으로 하면 어떨까?

 

                                                                                     민기원년 6월 20일 새벽에 쓰다.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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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흥 작가

전직 외교관(외무고시 14회), 《1402강리도》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