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다음 지도를 보자. 포크의 손글씨가 촘촘히 적혀 있다. 포크는 일찍이 1886년 무렵에 조선팔도 지도상의 모든 고을, 산과 강, 섬들(독도 포함), 성(城), 심지어 창고(세곡창-稅穀倉)에 이르기 빠짐없이 영어로 표기했다. 1만 개가 넘을지도 모르는 한자 정보를 모두 영어로 옮겼다. 조선 강토를, 탁본을 뜨듯 새긴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지도의 여백에 인문지리, 명승지, 지방 특산물 등에 대한 정보까지 수록해 놓았다. 우리의 역사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었다. 충무공의 명량대첩 일대를 보자 특히 가운데 위쪽을 보면 글자가 마모되어 해독하기 어렵지만 ‘丁酉忠武公破倭處(정유충무공파왜처)’ 곧 ‘정유년에 충무공이 왜구를 격퇴하다’라는 뜻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 이를 포크는 이 한문 문구를 해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과 같이 글 풍선을 달아 관련 역사 정보를 적어 놓았다. In the year called chong yu nyon I-sun-shin(Posthumous name=Chhung Mu Kong) fought & defeated Japs in naval battle. (정유년이라고 불리던 해에 이순신(시호=충무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지난해 민기 원년 김옥균에 관한 이야기를 몇 번 올렸다. 못다 한 이야기는 훗날로 미룬다. 해가 바뀌었고 마침 글쓴이가 어떤 미국인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이므로 그에 대해 짤막짤막한 이야기를 올려볼까 한다. 주인공은 미국인이지만 개화기 때의 조선과 우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애옥살이에 지친 민중이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동안 가장 자주 내는 목소리가 있다. “아이고 죽겠다!” 이 탄식을 평생 한 번도 토하지 않고 사는 한국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기묘한 소리의 성조(聲調)를 처음 채록한 사람은 놀랍게도 조지 포크(GeorgeC. Foulk, 1856-1893)라는 미국인이다. 지금으로부터 140여 년 전인 1884년 11월 7일 그는 여행일기에 이렇게 썼다. 짐의 무게에 짓눌려 지칠 때 pokeyo man(보교꾼 곧 가마꾼)는 이렇게 말한다. “O-u-i-go,chuketta!(아이고 죽겠다!)”. 곧 “ O-ui-go(아이고, 감탄사), I’ll die!(죽겠다)”다. “아이고”는 늘 내는 감탄사로 기묘한 느낌을 준다. “아이”는 힘없고 낮은 소리로 시작하는데 ‘이’에서는 길게 목소리를 끈다. 그다음에 ‘고’가 나오는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지금은 민기 2년 새벽 2시 15분. 어둠을 극복한 민기원년이 이제 막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 후광이 새로운 날의 여명을 부르고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산맥 정상의 자작나무처럼 모진 시련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 때문에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으며 소멸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 공명이 탁월할 수밖에 없다. 지금 서양의 민주주의는 옛 영화를 뒤로 한 채 희미한 그림자를 끌며 뒷걸음치고 있다. 이때 돌연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빛이 솟았다. 빛의 무혈혁명이다. 지구촌의 민주주의가 어둠에 잠길 때 이곳 코리아에서 희망의 빛이 솟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눈 감을 수 없다. 외치고 싶다, 아테네에서 지는 해 서울에서 떴노라고. 이 천고(千古)의 빛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도약시키는 것을 넘어 인류의 문명사에 파동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아니 꼭 그랬으면 좋겠다. 새날 새 빛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두 편의 시를 올린다. 어울러 새로 탄생한 민기 달력을 신고한다. K-민주주의와 민기시대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을 위하여. 밤이다. 이제 솟아오르는 샘들은 더욱 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나의 영혼 또한 솟아 오르는 샘이다. 밤이다. 이제야 비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