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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개화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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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수, 노인성에서 무당이 판치는 세상 내다봐

두 명의 대통령 파면한 헌법재판소 자리서 박규수가 살았다 [돌아온 개화기 사람들] 36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민기 원년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파면 선고가 천하를 울릴 때 나는 박규수(朴珪壽 1807-1877)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연암 박지원의 친손자다. 삶의 마지막 기간을 오늘날 헌법재판소 경내의 백송나무 자리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가 환생하여 북을 치고 경을 치는 것을 우리는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헌법 재판관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목소리, 집단지성의 공명이었다. 그 시원을 찾아 한없이 거슬러 올라가면 단군의 홍익인간까지 이른다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가깝게 근세 여명기의 환재 박규수에서 찾는 게 더 실감 날지 모른다. 그는 놀랍게도 20대 초에 근 200년 뒤의 한국을 내다보았던 것만 같다. “무당이 발호하거든 나라가 망할 때가 온 것임을 알라.” 그가 20대 초, 1830년 어름에 썼던 다음 글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 “골짝과 덤불과 시내와 늪은 때로 사(邪氣)를 뿜고, 벌레와 물고기와 나무와 돌은 오래되면 요물이 되어, 이매망량과 같은 도깨비로 변한다.(…) 이것들이 왕왕 세상에 나타나 백성들의 재앙이 된다. 그러자 요사

첫눈이 오기 전에 ‘민기(民紀)달력’을 출시하자

재기발랄한 젊은이들, 세계사적인 놀이에 신명을 [돌아온 개화기 사람들] 35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민기원년 곧 서기 2025년은 을사늑약 120년이 되는 해다. 천길나락이 솟아올라 빛의 영봉으로 탈바꿈하는 진풍경을 우리는 날마다 아니 시시각각 보고 있다. 민주 세계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이 기적 아닌 기적은 과연 하루아침에 우연히 이루어진 것일까? 아닐 것이다. 그것은 어쩜 단군의 홍익인간에서 발원한 K-파동(WAVE)일지도 모른다. 좀 더 가까이는 1884년 말 삼일천하로 끝났던 갑신혁명, 1894년의 동학농민전쟁, 1898년의 만민 공동동회, 1919년의 3.1만세운동, 세계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줄기찬 반제 항일 독립투쟁, 광복 뒤의 4.19, 5.18, 6월 혁명, 촛불 혁명 등의 애끓은 물결이 큰 욧솟음으로 하늘 높이 솟구친 것일지도. 내란의 밤은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항상 우리 곁에 있고 우리 등 뒤에 있다. 되돌아올 것이다, 우리가 망각하는 순간에. 내란 요괴들은, 우리가 민전 1년(서기 2024년) 겨울밤의 그 어둠과 공포를 망각하는 순간 되돌아올 것이다. 우리가 마냥 승리에 도취할 수만은 없는 까닭이다. 이 해를 민기 원년으로 하는 새로운 연기를 쓰자는 뜻도 여기에 있음은 물론이다. 민기는 어느 정파, 집단

로키 산맥의 자작나무와 한국의 새 대통령

한국인의 맨 앞에 소년공 출신이 깃발을 들고 서 있다 [돌아온 개화기 사람들] 33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로키산맥 정상 부근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자작나무는 무릎을 꿇은 상태로 엎드려 산다고 한다. 가까스로 싹이 트고부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지악스러운 찬서리와 거친 비바람을 맞받으며 이겨내려면, 무릎 꿇고 엎드린 모습으로 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악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 자작나무를 베어내 바이올린을 제작한다. 세상의 어떤 나무보다 공명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김주영의 <아라리 난장>에서) 싹이 트고부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찬 서리와 거친 비바람을 맞받으며 꿋꿋이 살았던 한 소년공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는 기적이 어제 새벽에 일어났다. 나는 그날만큼은 해돋이를 보아야겠다고 며칠 전부터 마음먹고 있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그날 서울의 해는 5시 12분에 뜬다고 했다. 자칫 놓칠세라 새벽 2시 무렵부터 침대에서 뒤척인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퍼뜩 깨어나 시간을 보는 일을 반복한다.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이미 황홀한 해가 솟았다 사라졌다 한다. 몰록 시상(?)이 떠오른다. 해가 뜬다. 날마다 뜨는 해가 일천 년 만에 뜬다. 새해 봄에는 야산에서 따온 찻잎으로 차를 만들어 마신다. 늦게 발

K-민주주의의 원천은 박규수의 사랑방?

물을 마실 때는 그 원천을 생각하라 [돌아온 개화기 사람들] 32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민기 1년(서기 2025년)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가 헌재에서 파면되는 순간, 기쁨의 환호성이 천지를 뒤엎는 듯하였다. 산천초목도 춤을 추고 귀신도 눈물 흘렸다. 하늘을 떠돌고 있을 박규수(1807-1877)와 그 문하생들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 법하다. 살아생전에 그들은 현재의 헌재 뜰에 자리한 박규수의 사랑방에 모여 새로운 세상을 고민하고 갈망하지 않았던가. 박규수를 만나보자. 대동강에 양각도라는 섬이 있었고 그 섬의 서쪽 맞은편 강가에 돌로 쌓은 성이 하나 있었다. 이름하여 방수성(防水城). 그 성 앞으로 제너럴셔먼호라는 무장한 상선이 이동하여 정박한 것은 1866년 7월 20일이었다. 그들은 마구 총을 쏘아대고 지나가는 상선을 약탈한다. 단아한 평안 감사 박규수의 수염이 바르르 떨린다. 소매를 떨치고 대동강 변으로 나가 작전을 지휘한다. 셔먼호는 주둥이가 큰 대완구 대포와 조총을 쏘아댄다. 조선측에서는 재래식 화승총과 활로 응사한다. 가망 없는 싸움이다. 그러나 박규수는 적을 섬멸한다. 밤늦게 조정에 보낸 승전보다. “상대의 배는 우뚝하기가 견고한 성과 같은 강적인데, 우리 진영은 군비와 방위 태세가 실로 한심한 지경이었

‘K-민주주의’의 새로운 출발, '민기(民紀)'를 쓰자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아선 사람의 동상관람과 민주 부활절 즐기기 [돌아온 개화기 사람들] 31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어둠을 불평하기보다는 차라리 한 자루의 촛불을 켜라 -펄 벅(Pearl S. Buck, 1892∼ 1973)- 지금은 자신의 조국이 사라지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지만, 언젠가 민족정기가 어둠에서 깨어나면 잠은 비록 죽음의 가상(假像)이기는 하나 죽음 그 자체는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게 될 한국인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 1863~1949), 《PASSING OF KOREA(대한제국멸망사)》- 포식자의 느닷없는 기습공격을 찌르레기떼가 현란하고 아름다운 군무(群舞)로 물리치는 모습은 경이롭다. 우리는 그 숨 막히는 광경을 하늘이 아닌 지상에서 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대한민국의 거리와 광장에서 펼쳐지는 빛의 무혈 혁명이다. 73살을 넘긴 나도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광장에 나가곤 한다. 이 순간도 포식자들은 발톱을 숨긴 채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조류학자들은 찌르레기떼가 포식자의 공격을 받으면 절묘한 공중 곡예(aerial acrobatics)를 연출함으로써 적을 혼란에 빠뜨려 안전을 도모한다고 한다. 흉맹한 포식자가 쪼그마한 찌르레기를 표적 삼아 거듭 기습공격을 시도하지만, 그때마다 찌

조지 포크, 그는 누구인가?

근대의 여명기 조선의 자주독립과 근대화에 이바지 [돌아온 개화기 사람들] 30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조선 말 근대의 여명기에 조선의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위해 그 어떤 사람보다 여러 가지 이바지를 하고 자기를 희생한 외국인이 있었으니 바로 미국인 조지 포크(George Clayton Foulk, 1856-1893)였다. 그의 주선으로 1886년 조선에 온 헐버트만큼 그를 잘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헐버트의 말을 들어보자. “조선의 개방과 관련된 문제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고인이 된 조지 포크의 조선살이를 살펴보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1856년 펜실바니아에서 태어난 포크는 14살의 어린 나이에 아나폴리스의 해군 사관학교에 입학했다. 너무 혈기방장하여 사관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지만 그건 기우였다. 4년 뒤 그는 선두의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는 모든 분야를 기민하게 통달했으며 나이를 앞지르는 조숙성을 보였다. 그는 졸업한 뒤 곧 극동지역으로 발령받았다. 그의 명민함은 전문적인 학식과 기술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곧 상관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으며, 제독의 눈에 들어 부관이 되었다. 일상적인 근무와 별도로 그는 놀라운 속도로 일본어를 습득했다. 그는 타고난 언어학자였다. 나가사키에서 일본인 아가씨를 사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