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유상곡수(流觴曲水)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달)
붙쇠 기름에 꽃전을 띄우면 (빛)
시읊어 시름 달래는 풍류객 (돌)
시흥에 겨운지 절로 어깨춤 (심)
... 25.7.9. 불한시사 합작시


물에 쇠잔이 뜰 리가 만무한데, 이처럼 얕고 작은 도랑물에 술잔이 뜨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국민학생(지금 초등학생) 때 경주 수학여행 가서 포석정(鮑石亭)을 보고 든 의문이었다. 돌아와 할아버지께 여쭈었더니, "쇠잔이 아니고 뿔잔이란다" 하시며, 붓으로 '유상곡수(流觴曲水)' 네 글자를 한자로 써 보여 주셨다. 굽이친 물(曲水)에 술잔을 띄운다(流觴)는 뜻이었다. 잔이란 글자의 상(觴)에 뿔(角)이 들어가 있었다. 살펴보면 유상곡수의 풍류는 포석정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유상곡수 풍습은 삼월 삼짇날 흐르는 물에 잔을 띄워 그 잔이 자기 앞에 오기 전에 시를 짓은 풍류놀이었다.
우리말의 잔치가 잔에서 나왔다는 말도 있지만, 잔을 가리키는 한자어는 잔(盞), 배(盃, 杯), 상(觴) 등 재료에 따라 다양하다. 나무나 토기 대신 천연 그대로 잔을 깎아 만들기에는 뿔이 가장 쉬웠으리라. 가볍고 깨지지 않으며 갖고 다니기에도 좋았을 것이다. 마상배도 그랬다. 왕이나 귀족이 사용하던 금잔이나 도자잔, 옥배나 수정잔 또는 유리잔은 사치의 절정이었다. 최근 10년 전에 중국 절강의 지인 유(劉) 모씨가 명(明)의 성화시대에 궁중 관요에서 만든 지강배(鷄腔盃), 종지 크기의 도자잔 하나를 2.5억 인민폐(당시 우리돈 380억 원)에 홍콩소더비의 경매에서 낙찰받아 그 잔에 차를 마셔 세계적 화제가 되기도 했다. (라석)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행 44자로 정착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으로 싯구를 주고받던 옛선비들의 전통을 잇고 있다. |
